‘2투수’ 벤자민 주키치 거꾸로 가는 이닝

이일동 객원기자

입력 2012.06.15 08:51  수정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이닝 거듭할수록 오히려 위력 더해

변칙적 투구폼, 다승-방어율 등 1위

주키치는 평범한 구위에도 하염없이 이닝을 먹고 있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2012 팔도 프로야구’ 마운드를 평정하고 있는 투수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벽안(碧眼)의 이방인’ 벤자민 주키치(30·LG).

주키치의 올 시즌은 지금까진 ‘퍼펙트’다. 14일 현재, 12경기에 등판해 8승 무패로 다승 단독 1위에 올라있다. 평균자책점(2.34)과 승률(100%) 역시 1위다. 투수 타이틀 3개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물론 주키치는 흔히 말하는 투수 트리플 크라운은 아니다. 탈삼진 부문에서 '괴물' 류현진(한화)이 압도적 1위(98개)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주목할 부분이 있다. 바로 투구 이닝이다.


벤자민 주키치의 '거꾸로 가는 이닝'

주키치의 시즌 투구 이닝은 80.2로 리그 1위다. 올 시즌 12경기에 나와 평균 6.72이닝을 소화했다. 경기 당 대략 7이닝은 던진 셈이다. 올 시즌 5회 이전 강판된 것이 한 경기도 없다. 그만큼 기복 없이 안정적인 투구가 지속되고 있다.

주키치 투구를 보면 이닝을 거듭해도 구위의 급격한 감소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만큼 투구수 관리와 완급조절에 눈을 떴다고 볼 수 있는 대목. 마치 영화 <벤자민 버튼의 거꾸로 가는 시간>처럼 주키치의 이닝은 거꾸로 가는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경기 중후반에도 구위가 유지된다.

작년에 주키치가 완투했더라면 적어도 4승은 더 챙겼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주키치는 류현진(한화), 니퍼트(두산)와 더불어 가장 안정적인 완투형 선발로 꼽힌다.

주키치의 포심 최고 구속은 145km/h를 잘 넘지 않는다. 가끔은 130km대 포심이 찍힐 때도 있다. 평범한 포심으로 하염없이 이닝을 먹어댄다. 국내 리그를 평정하고 있는 주키치. 과연 주키치의 경쟁력은 어디 있을까.


'2투수' 주키치의 변칙 투구

주키치의 투구폼은 생소하기 그지없다. 작년 첫 등판 때 ‘저 투수가 과연 국내리그에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따랐다. 피칭 교과서와는 전혀 딴판의 딜리버리를 보유하고 있다. 투구 전 허리춤 아래에 있는 글러브 위치부터가 색다르다.

보다 인상적인 점은 스트라이드 때 오른발 위치다. 투수는 자신의 투구방향으로 발을 착지한다. 공에 체중을 전달하고 또 제구력도 향상되기 때문. 하지만 주키치는 투구 방향인 홈플레이트 방향이 아니라 1루와 홈플레이트 중간에 오른발을 착지한 뒤 상체를 비틀어 투구하는 엽기적인 투구폼을 지니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클로즈드 스트라이드(Closed Stride)다. 국내에선 구대성(전 한화)이 이와 유사한 스트라이드를 했다. 지난 5월 미네소타전에서 노히트 게임을 달성한 제러드 위버(LA 에인절스)가 주키치와 아주 흡사하다. 왼손 주키치와 오른손 위버는 ‘데칼코마니’다.

이 같은 투구폼을 지닌 투수들의 장점은 완벽하게 팔스윙을 감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백스윙을 감춘다는 뜻은 릴리스 포인트를 노출시키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상대 타자는 투수의 발사 시점을 파악하지 못해 배트의 발사 타이밍을 결정하는데 애를 먹는다.

위버가 노히트 게임을 달성할 당시 포심 평균 구속이 89마일(약 143km/h)에 불과했다. 주키치의 포심 스피드과 비슷한 구속이다. 주키치는 마치 2루수 수비 위치에서 공을 던지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위버는 유격수 자리, 주키치는 2루수 방향에서 투구하는 '2투수'다.

스윙과 릴리스 포인트는 감추고 2루수 위치에서 공을 던지니 타자들이 타이밍은 물론 타격 방향을 설정하기가 쉽지 않다. 커터에 의존하던 작년과 달리 투심과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추가 장착한 점도 그의 또 다른 경쟁력이다.

투구 시 1루 덕아웃을 향하는 왼발 때문에 1루 주자들이 빠른 스타트를 끊기 힘들다는 점도 장점이다. 주키치의 변칙 투구폼엔 타자는 물론 주자까지 견제하는 멀티 효과가 있다.


성공한 주키치 '왼손 용병'의 대거 영입

주키치의 성공은 용병 영입의 트렌드마저 바꿔버렸다.

바로 키 큰 왼손 용병의 잇따른 리그 합류다. 셰인 유먼(롯데)과 앤디 벤 헤켄(넥센)에 이어 최근엔 션 헨(한화)이 키 큰 왼손 용병의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은 좌완 투수의 희소성은 물론 큰 키에서 꽂는 높은 타점을 보유, 국내 타자들과의 싸움에서 다양한 어드밴티지를 확보하고 있다.

홈런 10걸 안에 이승엽(삼성)을 제외하곤 강정호-최정-박병호 등 모두 우타자들이다. 좌타 거포는 사라지고 우타 거포가 홈런 랭킹을 가득 채운 이유 역시 수준급 왼손 용병의 대거 가세가 결정적 이유 중 하나다.

누가 뭐래도 좌완 반란의 리더는 주키치다. 작년보다 올 시즌 더 괄목할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주키치. 이제 한국형 용병으로 거듭난 벤자민의 시간은 이닝과 더불어 거꾸로 가고 있다.

[관련기사]

☞ 'LG가 2위‘ 검지 마법사가 쓸어 모은 모래알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일동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