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계투조 없음에도 서재응 조기강판
신인급 투수 잇따라 위기상황 투입
선동열 감독이 검증 안 된 신인급 투수들을 위기상황에 전격 투입했다.
'맹수들의 빈자리, 또 다른 맹수들이 메운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선동열 감독은 이른바 '불펜 야구'로 유명하다. 투수들 이름값보다는 교체 타이밍이라 판단하면 그 누구보다 과감하고 신속하게 결단을 내린다. 특히 투수의 구위가 떨어져간다 싶을 땐 주위의 예상을 넘어 한 박자 빨리 교체를 감행한다.
하지만 선동열 감독은 KIA 부임 첫 시즌부터 난항에 부딪혔다. 양현종, 손영민 등 주축 투수들이 줄부상을 당하며 투수진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선발진은 로테이션조차 짜기 쉽지 않고 원래 강하지 않았던 불펜은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상황다. 추격조 불펜 투수인 박경태를 선발진에 합류시키는 등 최대한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과는 썩 좋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선동열 감독이 꺼낸 카드는 역시 '불펜 야구'다. 총체적으로 투수진이 어려운 현재 삼성 시절부터 구사했던 방식을 전면에 꺼내들었다. 첫 승을 거둔 지난 11일 광주 삼성전에서 8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완투페이스의 윤석민을 과감하게 내린 것이 이를 증명한다.
13일 잠실 LG전에서는 5회까지 1실점으로 잘 버티던 서재응을 6회가 시작되기 무섭게 좌완 심동섭으로 교체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선동열 감독의 패턴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의 KIA는 삼성과 달리 이른바 '필승조'가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
수 년 동안 불펜의 핵으로 군림했던 손영민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베테랑 잠수함 유동훈도 지난 시즌 최악의 부진을 겪은 만큼 불안한 상태다. 마무리 투수 한기주 또한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다. 부랴부랴 김진우를 급하게 1군으로 끌어올렸지만 즉시전력으로는 미심쩍다.
그럼에도 선동열 감독은 특유의 배포 있는 투수교체를 망설이지 않았다. 선 감독은 LG전에서 서재응의 투구수가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구위가 떨어졌다고 판단, 교체를 지시했다. 4-1로 앞서고 있던 상황이었음을 감안했을 때 다소 빠르다는 지적도 많았다.
물론 결과가 좋았으면 이러한 것들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필승조 후보였던 심동섭은 제구력 난조로 무사 만루의 상황을 만들어놓은 것도 모자라 밀어내기 볼넷까지 허용했다. 이로 인해 분위기는 순식간에 급반전됐다.
이때 선동열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유동훈도 한기주도 아닌 신인 박지훈이었다. 무사 만루의 절체절명 위기상황에서 검증되지 않은 신인을 낸 것이다. 박지훈은 2타점 적시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지만 그나마 침착한 대응으로 역전을 모면한 것이 다행이었다.
1승이 아쉬운 상황 속에서도 선동열 감독은 냉정하게 투수운영을 해나갔다. 한기주를 조기투입하지 않고 진해수로 1.1이닝을 버텼으며 연장전에서는 고우석으로 1.2이닝을 끌고 나가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 타자를 남겨놓고 유동훈을 투입시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지켜보는 팬들은 불안했지만 어쨌든 결과는 승리였다.
박지훈-고우석 등을 적극 활용한 배경에는 KIA 투수진의 여유롭지 않은 사정이 깔려있었다. 하지만 무사 만루에서 박지훈을 낸 것은 대단한 배짱이었다는 평가다. 역전의 위기 상황에서 경험이 적은 신인을 잘못 냈다가는 패배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시즌을 멀리 보는 선동열 감독의 큰 밑그림이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어차피 부상병들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남아있는 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된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특정 선수들만 혹사에 가깝게 활용하고 구위가 좋지 않은 나머지 선수들을 중요 순간 외면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라 할 수 있다.
선동열 감독은 일부 경기를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추격조에 해당하는 선수들을 키우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부담이 큰 상황에서 박지훈-고우석 등을 투입시킨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어차피 장기레이스에서 필요한 선수들이라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는 능력을 키워내야 한다.
과연 선동열 감독은 수년째 특정 선수에게만 의존하던 KIA 불펜진을 바꿔놓을 수 있을지 혹독한 전쟁터로 내몰린 KIA 투수들의 성장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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