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으로 다시 젓는 ‘조정’의 치명적 매력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입력 2012.03.16 11: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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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스 포함 9명 뚜렷하게 구분된 역할

'무한 협동'으로 환상의 하모니 꽃피워

‘2013 충주 세계조정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지난해 화제가 됐던 MBC <무한도전> 조정특집과 함께 ‘조정의 꽃’ 에이트의 세부적인 포지션 기능과 숨은 매력을 살펴본다.

스포츠 단체경기에서는 개인의 능력만큼이나 팀워크가 중시된다.

단체경기 가운데 유달리 팀워크가 중시되는 종목이 바로 8인승 조정경기로 불리는 에이트다. 에이트는 콕스가 있는 8인승 경기로 한 사람이 한 개의 노를 잡고 9명(콕스1·크루8)이 한 조를 이뤄 선착순에 의해 순위(2,000m)를 결정하는 조정 종목이다.

에이트는 단순히 점수를 헌납하거나 실책 하나 더하는 수준이 아니다. 한 명이라도 체력저하로 한 박자 늦게 노를 저으면 동료의 노와 부딪치거나 무게 균형이 깨져 경기정이 침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팀워크가 곧 생명인 것이다.

조정은 농구나 야구처럼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가 존재할 수 없다. 끈끈한 조직력 견고한 응집력을 과시해야 한다. ‘무한 이기주의’가 아닌 ‘무한 협력주의’만이 살길이다.

내년 8월 열리는 ‘2013 충주 세계조정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지난해 화제가 됐던 MBC <무한도전> 조정특집과 함께 ‘조정의 꽃’ 에이트의 세부적인 포지션 기능과 숨은 매력을 살펴본다.


‘물 위의 히딩크’ 콕스 정형돈

조정은 물 위에서 기구를 이용한 원초적인 경주지만, 심플한 규칙 속에 심오하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특히, <무한도전> 멤버들이 출전한 전국조정선수권대회 에이트에서는 숨 막히는 규율 속에 협동심과 진한 동료애를 맛볼 수 있었다.

8인승 조정 지휘자인 콕스(키잡이)는 보트 안에서 유일하게 앞을 향하는 ‘정주행 자리’에 위치한다. 콕스는 축구에서의 감독처럼 전술과 전략 등을 짜고 선수들을 지휘하는 사령탑이다.

<무한도전>에서는 정형돈이 콕스를 맡았다. 정형돈은 조정 국가대표 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격찬한 콕스 적임자였다.

콕스로서 정형돈의 장점은 좌중을 압도하는 우렁찬 목소리와 이에 걸맞은 패기다. 이는 박명수를 제치고 콕스가 된 결정적 이유다. 콕스에게는 물살을 가르는 소리와 동료의 거친 숨소리, 관중의 열광적인 응원구호 등 정신없는 상황에서는 잡다한 소음을 일거에 제압하는 ‘절도 있는 고함’이 요구된다.

정형돈은 다부진 목소리와 우직한 카리스마로 무한도전 팀을 리드, 2000m를 8분 2초로 완주한 원동력이 됐다.


‘홈런타자’ 8번-7번

프로야구에서 타율이 높고 홈런을 잘 치는 타자들을 3-4-5번에 배치하고, 이들을 일컬어 ‘클린업 트리오’라 부른다. 8인승 조정에서는 힘 좋은 장사들을 8-7번순(스트록 페어)으로 배치한다. 콕스와 가장 가까이서 마주보는 8번의 경우, 야구의 4번 타자에 해당할 만큼 압도적인 근력을 자랑한다.

<무한도전>에서는 조정 프로젝트 첫날 정준하가 8번을 맡았다. 그러나 대회 일주일을 앞두고 부상으로 이탈, 유재석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리고 원래 유재석 자리였던 7번은 객원멤버 진운(2AM)이 맡았다.

유재석을 정준하 대타로 낙점한 것은 훈련 데이터에 의한 합리적인 선택이다. 턱걸이를 정자세로 17개나 할 정도의 탄탄한 근력은 조정 국가대표 출신 코치들조차 깜짝 놀랄 정도였다. 코치들은 “유재석이 조정 전문 선수들의 평균 턱걸이 횟수를 상회하는 상체 힘을 과시했다”고 극찬했다.

정준하는 과체중 때문에 턱걸이는 1개도 못했지만, 조정 시뮬레이션 레이스에서 노 젓기 속도 1위를 기록, 압도적인 근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낙마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정준하의 공백은 7번 진운이 메웠다. 진운은 오랜 기간 헬스로 다진 당당한 체구를 바탕으로 당당히 중추적인 역할을 책임졌다. 신장185cm·체중72kg의 다부진 체격은 정준하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에이트 경기정 포지션.

‘황금 미드필더’ 6번-5번-4번-3번

세계적인 명문 FC 바르셀로나에 ‘황금 미드필더 3중주’ 사비-이니에스타-부스케츠가 있다면, 에이트에서는 미들포어 6번-5번-4번-3번이 필요하다. <무한도전>에서는 ‘아마추어 복서 출신’ 개리가 노홍철-데프콘-길과 함께 미들포어를 구성, 안정된 전력 구축에 힘을 보탰다.

미들포어의 핵심임무는 탄탄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무장한 물샐 틈 없는 조직력 완성이다. K-POP 군무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만 한다. 6번(개리)과 5번(홍철)은 근력을 앞세운 ‘파워 노 젓기’가 요구되고, 4번(데프콘)과 3번(길)은 6번과 5번을 보좌하며 ‘물살 흐름을 살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들 중 한 명이라도 다치거나 지쳐서 물을 헤집는 속도가 감소하거나 물 깊숙이 노를 젓는 우를 범하면 물의 저항이 급상승, (경기정의 속도는 현저하게 줄어든다. 또한, 미들포어 포지션이 지치면 양쪽 끝에 위치한 콕스와 8번-7번, 2번-1번은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R&B 그룹’ 박명수-하하

최전방에 서게 될 2번 박명수와 1번 하하의 임무는 오케스트라 부지휘자 역할과 비슷하다. 총 지휘자 콕스 정형돈을 보좌하며 협연(?)하는 게 이들의 임무다.

둘은 조정대회서 환상적인 호흡을 과시하며 보트 최전선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가수 출신답게 리듬감을 갖춰 정형돈 지휘에 녹아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의 ‘터보엔진 역할’ 덕분에 <무한도전> 팀은 마지막까지 쉬지 않고 속력을 낼 수 있었다.

사실 박명수의 경우 연령대와 체력을 감안해 콕스가 유력했지만, 의외로 정형돈보다 지구력이 좋았다. 여기에 국가대표 코치로부터 인정받은 ‘물을 얇게 잡아내는’ 노 젓기 센스도 탁월해 중요 직책인 2번을 맡게 됐다. 하하는 물 저항을 가장 많이 받는 1번에 위치해 물 저항을 최대한 감소시키는 스무드 역할을 무난히 소화해냈다.

이렇게 철저히 분담했지만 <무한도전> 멤버들은 8인승 전국조정대회서 꼴찌로 들어왔다. 하지만 모두 약속이나 한 듯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이유는 명확하다. 그동안의 ‘무한 이기주의’가 ‘무한 협동주의’로 바뀌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멤버들은 조정을 통해 동료의 소중함, 구성원의 절실함을 깨닫게 됐다. 8인승 조정이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스포츠로 평가받아 마땅한 이유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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