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소에서 강제북송 탈북자 아이 낳으면...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입력 2012.03.15 18:15  수정

국가인권위원회 산하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 개관 1주년 보고회

"임신녀들 무조건 강제 낙태" 교화소서 겪은 끔찍한 사례 공개

“탈북했다가 보위부에 끌려간 여성이 임신을 한 상태이면 무조건 강제 낙태시킵니다. 만약 아이가 살아서 태어나면 신문지에 싸서 양동이에 담아놓았다가 울음소리가 그치면 보위부 앞마당 포도나무에 부어 묻어버립니다.”

“교화소 안에 마실 물이 없으니 갱에서 흘러나오는 폐수를 먹고 죽어나가는 사람이 부지기수였어요. 시체는 목탄차량에 50~60구씩 모았다가 ‘불망산’에서 화장을 시키는데 관리가 제대로 안 돼 쥐가 사람의 눈, 코, 귀, 생식기 등을 파먹는 것도 봤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15일 탈북자들이 강제 북송된 뒤 가장 많이 수감되는 교화소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인권침해 실상이 공개돼 충격을 줬다. 국내에 있는 2만3000여명 탈북자들이 지난 1년간 인권위 산하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에 접수한 진정들이다.

이날 직접 증언에 나선 탈북자들은 “실제로 교화소 수감자의 70~80%는 탈북을 목적으로 한 강을 건너거나 국경을 넘은 자”라며 “최근까지도 교화소 한군데에서 매달 70~80명이 죽어나갔다”고 밝혔다.

북한 신의주 노동교화소. 보통 교화소는 높은 담과 감시탑을 갖춘 감옥 형태로 건설돼 정치범, 경제사범, 일반 범죄자를 최대 1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증언에 앞서 김태훈 북한인권특별위원장은 “국내 2만3000여명의 탈북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830여건의 신고가 이뤄졌다”며 “주로 정치범수용소와 교화소 등 각종 구류시설에서 벌어지는 인권유린이 심각했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교화소에서는 매끼 총대채 으깬 '강냉이', 콩, 모래 등이 섞여 140g이 안 되는 ‘단지밥’과 소금이 거의 안 들어간 멀건 시래기국이 나왔다. 이러니 쥐, 뱀 할 것 없이 눈에 보이는대로 다 잡아먹는 곳이 교화소라는 말이 나온다.

탈북자 A씨(여성)는 “교화소에서 10평 정도의 방에 55명이 함께 생활했다. 1~2층으로 빽빽이 누워자야 했고, 방안에 변기가 있어 악취가 진동하는데다 이, 빈대, 바퀴벌레가 득실했다”고 말했다.

A씨는 2010년 초까지 회령 제12교화소에서 수감생활을 했으니 비교적 최근의 북한 상황이다. 그는 “당시 교화소에는 여자 1200명, 남자 3000명 정도가 있었고, 전염병과 영양실조로 사망자가 하루 3명, 한달에 70~80명씩 나왔다”고 증언했다.

탈북자 B씨(여성)는 “모두 9번 강제북송되면서 북한 보위부에서 취조를 받았는데 매번 낙태와 고문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몸수색할 때 여성과 아이들을 복도에 나란히 세운 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여성들에게 앉았다 일어났다를 시키면서 군인들이 여성의 몸 안에 손을 넣어서 검사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임신한 여성에게는 ‘리바놀’이라는 수술용 소독제를 그대로 배에 주사해 아기를 낙태시킨다. 대개 주사를 맞은지 다음날 진통이 시작되는데 간혹 5~6개월 된 아이가 살아서 나오는 모습도 목격했다”고 전했다.

B씨는 “취조 과정에서 조사관들은 여성의 사타구니와 가슴을 서슴없이 만지기도 한다. 이를 거부하면 불로 몸을 지지거나 뜨거운 물을 목덜미에 부었다. 잔등에도 낫으로 찍어 꿰매지도 못하고 그대로 아문 흉터가 아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중국과 한국에 있는 친척에게 미화 2만불을 받았다가 간첩으로 몰리면서 악명 높은 천진 보위사령부에 수감됐던 C씨는 이후 감형을 받아 2000년 6월 초순부터 2001년 1월 말까지 6개월간 교화소 시체처리반에서 일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교화소에선 파라티푸스라는 열병에 걸려서 사망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폐수를 마시거나 독풀을 뜯어먹다가 병에 걸리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김일성 사망 직후 일반인들도 하루에 몇천명씩 굶어죽을 때였고, 이 때문에 살길을 찾아서 무작정 월경했다가 잡혀온 이들이 교화소에서 다시 죽어나갔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증언 중에 최근 논란이 된 재중 탈북자와 관련해 “이번에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사람들의 경우 언론에 공개됐기 때문에 무조건 총살당할 우려가 크다”는 주장도 나왔다.[데일리안 = 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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