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G 소속 투수 박현준(26)과 김성현(23)이 경기조작 혐의로 5일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LG 역시 6일 김성현, 박현준을 퇴단 조치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영구제명으로 가는 수순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LG 구단과 팬들이 받은 타격은 어느 때보다 크다. LG 구단은 경기조작설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사실무근´임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조사 결과 하루 만에 사실로 드러나 심각한 전력손실은 물론 구단 이미지에도 치명타를 입게 됐다.
일단 LG는 올 시즌 주축 투수들의 공백으로 4강 도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이미 지난 시즌 후 조인성·이택근·송신영 등 주요 선수들을 자유계약선수(FA)로 내보내 전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된 상황이다.
그나마 유일하게 믿는 구석이 선발 투수진이었는데, 이번 경기조작 파문으로 사실상 지난해 에이스 역할을 수행했던 박현준과 4~5선발 후보였던 김성현을 한꺼번에 잃었다. 이들은 LG가 장기적으로 팀의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재목으로 육성하려던 투수들이다.
LG는 2002 한국시리즈 진출을 끝으로 지난 9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조차 실패, 오랜 암흑기에 시달려왔다. 올해는 기필코 ´가을 잔치´ 꿈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남달랐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의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LG는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잃을 위기에 처했다.
전력손실보다 더 아픈 것은 LG 구단을 바라보는 팬들의 따가운 시선이다.
김성현의 경우, 경기조작이 전 소속팀 넥센 시절 이뤄진 것이지만, 박현준은 바로 지난해 LG에서 경기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어 파장이 크다.
박현준은 지난해 163⅔이닝 동안 13승10패, 평균자책점 4.18을 기록하며 LG 마운드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약했다. 팀의 1승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해야할 에이스가 민감한 시기에 볼넷 하나라도 사익을 위해 부적절한 행위에 가담했다는 것은, 실망을 넘어 거센 분노를 낳을 수밖에 없다.
또한, LG 구단은 승부조작 파문이 악화되는 와중에도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해당 선수의 의혹에 대해서는 ‘아닐 것이다’라는 믿음에 그쳤다. 하지만 검찰 조사 하루 만에 어두운 사실이 드러나며 LG는 선수관리 능력과 구단 이미지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이제 팬들은 LG 뿐만이 아니라 프로야구 경기가 있을 때마다 혹시나 하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떠올릴 수밖에 없고, 우연찮게 볼넷이라도 하나 나오면 서로를 의심하게 될 수도 있다. LG만이 아니라 한국 프로야구 전체가 감당해야할 씁쓸한 오점이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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