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지르밟은 페페…레알 축출론 펄펄?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12.01.20 08:26  수정

레알 수비수 페페, 메시 손등 고의로 짓밟아

현지언론-서포터 등 더티 플레이 강력 비난

잠잠했던 케플러 페페(29·레알 마드리드)가 ‘엘 클라시코’라는 큰 무대에서, 그것도 ‘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25·FC바르셀로나)를 건드려 도마에 올랐다.

페페는 19일(한국시각) 8만여 관중이 꽉 들어찬 홈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서 열린 ‘2011-12 스페인 코파 델레이’ 8강 1차전 바르셀로나와의 대결에서 메시의 손등을 밟는 다분히 의도적인 ‘더티 플레이’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1-1로 팽팽하게 맞선 후반 22분, 센터서클 부근에서 상대 수비수들을 따돌리며 드리블 하던 메시는 레알 호세 칼레혼이 몸으로 저지하자 쓰러졌다. 주심은 고의성 짙은 파울로 간주, 옐로우 카드를 꺼내려 했다.

페페의 비신사적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에 투지에 불타는 페페는 심판에게 항의하면서 그라운드에 주저 앉아있던 메시의 옆을 지나쳤다. 공교롭게도 페페가 지나간 직후 메시는 왼손을 잡고 통증을 호소하며 뒹굴었다. 그라운드에 있던 선수들도 메시가 뒹굴자 놀랐다.

이유는 금세 드러났다. TV중계 카메라는 페페가 메시의 옆을 지나치면서 오른발로 메시의 왼손등을 밟고 지나가는 장면을 리플레이로 내보냈다. 리플레이 장면에는 페페가 왼쪽 손을 짚고 앉아 있던 메시를 툭 치더니 보폭을 줄여 오른발 스터드로 손등을 밟고 지나가는 장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메시는 큰 부상을 입지 않아 계속 뛰면서 후반 32분 아비달의 역전골을 어시스트 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레알은 홈에서 바르셀로나에 1-2 역전패, 오는 26일 열리는 2차전 원정경기에서 최소 2-0으로 이겨야 4강에 오를 수 있는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최대 더비’ 엘 클라시코에서도 3연패, 통산전적에서도 86승45무86패로 동률이 됐다. 최근 맞대결만 놓고 보면 성적표를 꺼내들기 창피할 정도다. 경기에서도 매너에서도 완패한 레알의 충격은 실로 컸다.

이런 분위기는 현지 언론과 레알 서포터들 사이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특히, 비신사적 행위로 도마에 오른 페페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스페인 현지언론 <마르카>는 "페페는 레알의 하얀 유니폼을 더 이상 더럽혀서는 안 된다“는 칼럼까지 내걸었다. 이 칼럼을 통해 ”엘 클라시코 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페페의 더티 플레이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레알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페페의 방출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수뇌부를 압박했다.

레알 서포터들도 페페의 비신사적 행위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소속팀 무리뉴 감독 역시 “전반적으로 페페의 경기력은 괜찮았다”고 인정하면서도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메시의 손을 의도적으로 밟았다면 징계를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사실 페페의 비신사적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4월 헤타페와의 리그 경기에서 상대 공격수 프란시스코 카스케로를 팔로 넘어뜨린 뒤 발로 걷어차 레드카드를 받았다. 이후 페페는 10경기 출전정지라는 철퇴를 맞기도 했다.

‘음모론’ 등 논란이 일긴 했지만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도 페페는 바르셀로나의 다니엘 알베스에 대한 태클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이에 격분한 무리뉴 감독의 퇴장과 수적 열세에 놓인 레알은 결국 바르셀로나를 넘지 못하고 결승 문턱에서 쓴잔을 들이켰다.

매번 엘 클라시코에서의 거친 플레이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페페는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도 말썽을 일으켰다. 브라질서 귀화해 포르투갈 국가대표 수비수로 활약하고 있는 페페는 ‘2010 남아공월드컵’ 지역예선 덴마크전에서는 상대팀 선수와의 볼 다툼에서 팔꿈치 가격을 하는가 하면, 같은 해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는 라모스의 코를 가격해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레알 서포터들도 페페의 비신사적 행위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힘·기술·스피드 3박자를 고루 갖춘 주전 수비수 페페는 밖에서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다가도 그라운드에만 서면 다혈질로 돌변한다는 것이 동료들의 전언이다.

압도적인 몸싸움 능력과 브라질 출신 특유의 개인기로 급성장한 페페는 1:1 대인마크와 제공권을 점하는 데 뛰어나다. 특히, 상대 공격수를 거칠게 다루기로 명성이 자자하고, 과감한 태클이나 불필요한 파울이 많다. 수비수치곤 공격력도 빼어난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마인트 컨트롤이라는 지적이다.

치열한 라이벌의 대결은 팬들을 흥분시킨다. 하지만 지금처럼 기본적인 매너도 지켜지지 않는 그라운드의 불쾌한 격분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페페 특유의 거친 수비를 기대하는 팬들을 더 이상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지저분한 싸움이 아닌 세계 최고더비라는 찬사답게, 갈고 닦은 최정상급 기량을 한껏 펼쳐 보이는 무대야말로 축구팬들이 가장 동경하고 열광할 수 있는 더비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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