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15일(한국시간) 베이루트서 열린 레바논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3차예선' B조 5차전에서 졸전 끝에 1-2로 무릎을 꿇으며 최종예선 진출 확정을 마지막 경기로 미루게 됐다.
이날 경기의 화두는 단연 한국 대표팀의 실망스런 경기력에 모아졌다. 그러나 레바논 관중들의 무책임한 '레이저빔 공격'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레바논 관중들은 90분 내내 한국 선수들에게 레이저빔을 쏘아댔고, 화가 난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은 주심에게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경기력을 떠나 상대팀 선수들에게 레이저빔을 쏘는 것은 엄연히 스포츠정신에 위배된다.
물론, 레이저빔 공격으로 인해 경기에서 졌다는 것은 모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페널티킥이나 프리킥 등 중요한 시점에서 선수가 레이저빔 공격을 당한다면 1골로 승부가 좌지우지 되는 축구에서는 치명적이다.
실제로 관중들의 레이저빔 공격으로 인해 선수들이 분을 삭이지 못하고 관중들과 대립하거나 장외신경전이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보스니아와의 유로2012 예선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훈련 중에 관중들이 쏜 레이저빔을 맞고 가운데 손가락을 올려 화제가 된 바 있다. 또한, 디디에 드록바, 리오넬 메시, 나니, 웨인 루니 등 수많은 선수들이 각종 대회에서 레이저빔 공격의 표적이 됐다. 이들은 모두 레이저빔이 크게 방해가 됐다고 털어놨다.
한국 대표팀 경기에서도 똑같은 사례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지난 2008년 11월, 이운재는 월드컵 3차 예선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원정서 레이저빔 공격을 받았고, 이를 축구협회가 공식적으로 FIFA에 제소를 하기도 했다.
레이저빔은 세기가 강하고 지름변화가 거의 없으며 멀리까지 도달하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빔을 눈에 쏜다면 매우 치명적이다. 레이저빔을 맞으면 몇 초간 눈이 뿌옇게 되면서 일시적인 시력 상실 상태가 된다. 여기에 장기간 레이저빔에 노출되면 영구적 시력장애도 올 수 있다. 특히 시력이 좋지 못한 선수일 경우는 더더욱 위험하다.
이처럼 점차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렇다 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FIFA는 레이저빔 공격으로 인한 제소가 들어올 경우에는 벌금, 승점삭감 및 무관중 경기 등 다양한 징계를 내리겠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6~7년 전부터 급격히 성행하기 시작한 관중들의 레이저빔 공격은 오히려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상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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