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준 부진·주전 줄부상‘총체적 난국’
주말 SK 3연전..DTD 윤곽 드러날 듯
LG 박현준은 최근 4경기에서 1승3패, 평균자책점 8.85로 최악의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야구계 최고의 명언(?) ‘DTD’는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Down Team is Down)의 줄임말이다.
이는 지난 2005년 당시 현대 김재박 전 감독이 약체로 평가되던 롯데가 5월에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것을 보고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언한 것이 시초다. 실제로 그해 롯데는 뒷심부족으로 5위에 그쳤고, 결과적으로 예언은 적중했다.
하지만 DTD의 불똥은 갑작스럽게 LG에 튀었다. 2007년부터 김재박 감독이 LG를 이끌게 된 것이다. 2003년부터 ‘6-6-6-8’이라는 비밀번호를 찍은 LG는 김재박 감독 영입으로 반전을 노렸지만 이후 3년도 5-8-7을 찍으며 스스로 DTD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분위기 쇄신을 위해 박종훈 두산 2군 감독을 선임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LG는 시즌 초반 3위까지 치고 올라가며 팬들을 가슴 뛰게 만들었지만 선수들의 잇따른 항명 등 끊이지 않는 내우외환 끝에 6위로 시즌을 마쳤다.
그러나 올 시즌엔 확 달라졌다. ‘깜짝 스타’로 떠오른 박현준과 용병투수 주키치, 리즈가 탄탄한 선발진을 구성했다. 기대가 크지 않았던 김광삼도 초반 제 몫을 다했다. 어수선했던 타선 역시 나이를 잊은 활약을 펼친 이병규(배번 9번)와 조인성, 완벽 부활한 박용택을 중심으로 활활 타올랐다.
LG는 한 때 공동 1위까지 치고 올라가는 등 상위권을 지켰다. 대부분의 팬들은 ‘엘레발(LG+설레발)은 죄악’이라며 섣부른 기대감을 경계했다. 하지만 LG는 줄곧 2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상승세는 6월초까지 지속됐다. 하지만 최근 DTD 이론이 또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는 분위기다. LG는 지난 12일 KIA전 포함, 최근 삼성과 3연전까지 4연패를 당하며 4위까지 추락했다. 예전 악몽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균열의 조짐은 서서히 나타나고 있었다. ‘신 에이스’ 박현준이 뚜렷한 하향세에 접어든 것이다. 박현준은 최근 4경기에서 1승3패, 평균자책점 8.85로 최악의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부진의 원인은 체력저하가 유력하다. 단 한 번도 풀타임 선발로 뛰어본 적 없는 박현준에게 이른 구위하락이 오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선 뛰어난 제구력이 필요한데, 안 그래도 좋지 않았던 제구력은 시즌 초반에 비해 더욱 흔들릴 뿐이다.
또 다른 원인은 박종훈 감독이 그를 4일만 쉬게 하고 계속 등판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선수 본인은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이는 체력안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본격적인 여름을 맞이하게 되면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힘들다.
핵심선수들의 줄부상도 LG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선발진 합류를 기대했던 봉중근은 팔꿈치 수술을 받기 위해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올 시즌 복귀는커녕 다음 시즌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이진영은 홈런성 타구를 수비하다 어깨 부상을 당했다. 금세 회복하는 듯했지만, 얼마 전 통증이 재발해 복귀가 늦춰졌다. 이대형은 슬라이딩 도중 복사뼈를 다쳐 빨라도 이달 말이 돼야 복귀가 가능하다. 요즘 LG는 구멍투성이인 외야진을 보며 이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 지난 시즌 ‘빅5’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작뱅’ 이병규는 왼 무릎 십자인대 부상을 입어 아직까지 1군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이진영과 함께 프리배팅 훈련에 전념 중이다.
시즌 초 불펜의 핵이었던 신정락은 어깨 염증으로 2군에 내려가 있다. 손등 수술로 재활을 해야 하는 오지환의 복귀시기 역시 불투명하다. 이대형을 대신해 톱타자로 반짝 활약을 펼친 양영동도 허벅지 햄스트링 부상으로 5일 2군에 내려갔다. 설상가상으로 16일 경기 전에는 이택근 마저 고질적인 허리 부상이 도져 라인업에서 제외됐고, 유격수를 맡고 있는 박경수도 전날 수비 도중 왼 손목에 가벼운 부상을 입은 상태다.
이와 반대로 삼성과 KIA는 무서운 상승세로 1위 SK를 추격하고 있다. 연패를 끊어줘야 할 에이스가 부진하고, 부상자로 라인업을 완성할 수 있을 정도로 총체적 난국에 빠진 LG의 2위 탈환은 더욱 버거워진 상황이다.
5위 롯데와의 차이는 4.5경기다. 6월 남은 일정이 SK-넥센-SK-삼성이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 특히, 주말 SK와 3연전에서 연패를 끊지 못한다면 팀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롯데 역시 분위기가 썩 좋지 않다는 것. 롯데는 6월 들어 선발과 불펜이 모두 무너지고, 야수들의 부상공백이 심해 쉽사리 치고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LG가 아직까진 4강권 걱정보다는 선두권 싸움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다.
인고의 세월을 보상받고 싶은 LG팬들에게 DTD는 입에 담기도 싫은 단어다. 올 시즌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할 경우엔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롯데의 기록을 깬 이후 스스로 기록을 경신하는 치욕스러운 결과다.
가장 두려운 것은 오랜 기간 LG를 포기하지 않고 눈물겨운 응원을 보여준 팬들의 실망이다. LG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시기는 바로 지금부터다. DTD의 길목에 멈춰선 LG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광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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