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 안준호 감독은 흔히 농구팬들 사이에서는 유명만화 속 등장인물을 빗대어 ´가가멜´이라는 친근한 별명으로 불린다.
1980년대 국내 TV에서도 방영되어 큰 인기를 누렸던 <개구쟁이 스머프>에서 주인공 스머프들을 괴롭히는 마법사 캐릭터인데, 안준호 감독이 실사판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흡사한 외모를 가졌다는 평가다. 푸른색을 기반으로 한 삼성 썬더스 유니폼이 당시 파란 색깔의 스머프들을 연상케한다는 의미에서 ´가가멜과 스머프군단‘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만화 속에서 가가멜은 악역임에도 오히려 코믹한 캐릭터로 팬들 사이에서 스머프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주인공을 못살게 굴며 혐오감을 주는 악역과 달리, 어눌한 책략으로 제 꾀에 제가 당하며 항상 스머프들에게 골탕을 먹는 가가멜은 <아기공룡 둘리> 고길동이나, <톰과 제리> 고양이 톰처럼 보는 이들에게 오히려 동정과 연민을 갖게 하던 좀 ‘모자란’ 악역이었기 때문이다.
안준호 감독은 농구팬들 사이에서는 어눌한 말투와 뜬금없는 사자성어 남발 등으로 다소 희화화된 면이 있다. 하지만 삼성에서 그가 이룬 업적은 가가멜의 어수룩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가 감독으로 취임한 2004년 이후 7시즌동안 삼성은 한 번도 플레이오프 진출을 놓치지 않았고 우승 1회, 준우승 2회라는 탁월한 성적을 올렸다. 올해로 무려 9년 연속인 플레이오프 진출은 프로농구 역대 최장 기록이기도 하다.
하지만 안준호 감독은 지도자로서 이룬 업적과 달리 유독 과소평가 받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것은 역시 평소 인터뷰나 작전타임 시간에 카메라에 비치며 희화화된 이미지와 함께 스타들과의 관계에 대한 구설수에서 비롯된다.
만화에서 가가멜과 스머프처럼, 삼성에서 안준호 감독과 팀 내 스타들은 항상 묘한 긴장관계를 형성해왔다. 안준호 감독은 SK 신선우 감독과 함께 현역 최고령 감독이지만 허재-전창진-유재학같은 카리스마형 강성 감독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다보니 항상 팀 내 스타선수들에 대한 장악력이 늘 도마에 오르기 일쑤였다. 이상민, 서장훈, 이규섭, 테렌스 레더 그리고 최근의 이승준까지도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서장훈은 삼성을 떠나 FA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안준호 감독의 불화설 루머가 떠돈 적이 있다. 2006년 챔피언결정전 당시 이규섭도 있지만, 2007년 삼성에 입단한 이상민은 작전타임 때마다 안준호 감독의 말을 끊고 자주 작전지시에 개입하는 장면이 화제로 떠오르며 ´작전토론´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었다.
삼성 구단 관계자들은 "대개 실제보다 과장되게 알려진 경우가 많다"고 손사래를 친다. 안준호 감독과 선수들 간의 관계는 큰 문제가 없었다. 설사 있었다고 해도 그 정도의 갈등은 다른 팀에서도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한국의 운동문화에서 감독의 권위는 팬들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엄격하다. 정말 문제가 될 만큼 심각한 경우가 있었다면 지금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상민이 은퇴하고 귀화혼혈선수 이승준이 가세한 지난 두 시즌동안, 삼성은 여전히 플레이오프에는 나가고 있지만 우승경쟁에서는 점점 밀려나며 정체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다른 구단에서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일이 유독 삼성에서만 자주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전창진-유재학 감독 팀에서 선수가 감독의 말을 자르고 중간에 개입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다. 이승준은 유재학 감독 밑에서 활약하던 국가대표팀 시절과 현재의 삼성에서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항상 이런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논란을 불식시키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결국 성적이었다. 안준호 감독의 삼성은 2006년 챔피언결정전에서 이규섭의 항명파동에도 불구, 모비스를 4전 전승으로 완파하며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보통 불화설이 한번 거론된 선수와 감독간의 관계가 오래 지속된 사례가 없지만, 이규섭은 아직까지도 삼성에서 안준호 감독과 한솥밥을 먹고 있다.
2006년과 2010년에는 시즌 중 아시안게임 차출로 인한 전력누수에도 불구하고 식스맨들을 활용한 전술변화로 오히려 성적이 더 향상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서장훈-이상민-테렌스 레더 등 주축들이 매년 바뀌는 상황에서도 그때마다 단기간에 팀을 추슬러 매년 플레이오프에 올리는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을 대목이다.
안준호 감독의 삼성은 현재 또 과도기에 놓여있다. 이상민이 은퇴하고 귀화혼혈선수 이승준이 가세한 지난 두 시즌동안, 삼성은 여전히 플레이오프에는 나가고 있지만 우승경쟁에서는 점점 밀려나며 정체되고 있다. 주전들 대부분이 몇 년째 손발을 맞추고 있음에도 3년연속 팀 실책 1~2위를 다투는 부실한 조직력과 일부 베테랑들의 무성의한 플레이, 이승준의 항명소동 해프닝 등은 또 안준호 감독의 선수단 장악력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대목이다.
삼성은 올해도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5위에 그쳤다. 플레이오프에서 상위권팀들을 넘어서기도 쉽지 않지만, 더욱 어려운 것은 최근 잇단 악재로 흐트러진 팀 분위기를 어떻게 추스르냐다. 또한, 서서히 미래를 대비한 세대교체도 생각할 시기다. 삼성 ´최장수 감독´ 안준호 감독이 어떻게 다독이며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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