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완패 이후 일본축구계 갈등 심화
라모스 “박지성과 같은 승부욕 실종됐다”
일본 축구국가대표팀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총체적 난국에 허덕이고 있다. 오카다 감독은 여전히 4강 진출을 자신하고 있지만, 일본 축구계는 그야말로 ‘따로국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일본은 현재 오카다 감독의 고립이 심각해 지도력의 공백마저 우려되는 상황인 데다, 선수들 간 불협화음, 서포터스의 불신 등으로 인해 경기에 집중할 수조차 없는 상태다.
오카다 감독은 한일전 패배 직후 일본축구협회 회장에게 그만둬야 할 것인지 의견을 물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은 대표팀 감독이 뒤늦게 책임감 없는 발언을 일삼았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오카다 감독이 "농담이었다. 축구팬들의 비난이 축구협회 회장에게 향하는 것 같아 회장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어 그랬다"고 변명했지만 들끓은 여론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선수들 간에도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그 중심에 ´유럽 물 먹은´ 나카무라 순스케(요코하마)와 혼다 케이스케(모스크바)가 있다.
둘은 일본 대표팀 공격의 시발점이지만, 배에 선장이 2명이 될 수 없듯이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 언론조차 둘의 공존은 대표팀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친다며 비판의 칼날을 갈았다.
나카무라와 혼다의 일촉즉발 긴장상태는 지난해 네덜란드 원정 평가전을 기점으로 절정에 달했다. 프리킥 상황에서 서로 차겠다고 말다툼을 벌인 것.
대다수 일본 대표팀 선수들은 혼다의 지나친 프리킥 욕심에 황당함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영역이 엄격히 존재하는 기존 일본 대표팀을 경험한 나카무라와 엔도 등은 혼다의 돌출 행동에 얼굴을 찡그렸다.
이 때문에 현지 축구 팬들은 일본 대표팀을 나카무라파와 혼다파로 나누기도 한다. 대체로 나카무라를 지지하는 선수들이 많은 가운데 혼다와 친한 선수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혼다파로 분류되는 익살꾼 나가토모 유토(FC도쿄)가 대표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바꾸겠다고 선언했지만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또한, 일본 대표팀 주전수비수 툴리오의 발언도 논란거리다. 그는 한일전 완패 직후 "일본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을 너무 상냥하게 대해줬다"면서 "이래선 안 된다. 전쟁하는 기분으로 상대를 먼저 때려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를 두고도 일본 축구계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대체로 가미카제 특공대 정신을 강요하는 일본축구시대는 지났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게다가 툴리오는 지난 동아시아대회 한일전에서 강민수의 얼굴에 발길질을 해 퇴장당한 바 있어 그의 전투정신 강조는 설득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한편, 1990년대 일본축구국가대표를 지낸 브라질 출신 귀화 일본인 라모스 루이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일본축구가 한국축구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라모스는 "일본과 달리 한국 선수들은 전원이 단합돼 있었다"라면서 "풍부한 운동량과 축구를 대하는 자세, 기본기술 모두 한국이 일본을 압도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정우에 대해서는 "1대1에 강했고 시야가 넓었으며 실수가 거의 없었다. 아시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지성에 대해서는 "투지가 넘쳤고, 공을 놓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뒤쫓는 자세에 오래간만에 소름 돋았다. 이런 한국팀을 보면 무심코 응원하고 싶어진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반면, 일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끝났다. 도대체 투지 넘치는 선수들은 어디로 가 버렸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혼다에 대해선 "방송에서 말한 인터뷰와 경기에서 하는 일이 전혀 달랐다. 차세대 에이스로 평가받는 그가 어째서 한일전에서는 자주 걸어 다녔는가"라며 안일한 정신자세를 질타했다.
이어 "지금 일본에 필요한 것은 박지성과 같은 승부욕과 정신력이 담긴 진실 된 플레이, 그리고 선수들 간 단합"이라며 "선수들이 서로 자존심을 버리고 서로 시기하지 말며,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오해를 풀고 뭉쳐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말로 분발을 촉구했다.
결국, 지금의 ´따로국밥´ 일본에게 가장 필요한 건 나카무라와 혼다가 서로 뭉쳐 팀워크를 극대화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먼저 단합이 돼야 그 위에 전략이 있고 투지가 덧입혀질 수 있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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