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밀란에 원정다득점 절대 우위
루니 몸상태..캐릭 퇴장공백 등 변수
‘밀라노 징크스’를 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AC 밀란을 이번엔 홈으로 불러들인다.
맨유는 11일 오전 4시45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서 열리는 ‘2009-10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AC밀란과 격돌한다.
산 시로 스타디움서 치른 1차전에서 무려 3골(3-2)을 넣고 이긴 맨유는 ‘원정다득점 원칙’에 의거해 0-1, 1-2로 패해도 8강에 진출한다. 따라서 2골차 또는 4-3 이상의 대량득점 승리가 필요한 밀란은 절대적으로 불리하고, 홈에서 치르는 맨유는 매우 유리한 입장이다.
그러나 승부에 영향을 미칠 잠재변수는 여전히 남아있고, 그 변수는 판도를 뒤집을 정도의 위력을 안고 있다. 퍼거슨 감독도 최상의 전력을 갖춰 맞설 것이라고 공언한 퍼거슨 감독의 의도도 같은 맥락이다.
가장 큰 변수는 맨유 공격의 핵심 웨인 루니의 몸 상태다.
지난 7일 울버햄턴전에도 무릎 부상 후유증으로 결장한 루니는 그동안 거의 매 경기 선발 출전해왔다. 대표팀에 차출돼 치른 이집트전에서 풀타임 가까이 소화한 탓에 무릎 상태는 악화됐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은 경기를 하루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에서 "루니는 출전할 것"이라며 결장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풀타임을 소화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AC 밀란에 앞서있는 만큼, 경기 흐름을 살피다 후반에 조커로 투입될 가능성도 높다.
문제는 루니의 공백을 메울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골 감각이 미덥지 못하는 점이다. 베르바토프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5경기에서 9골을 넣었지만, 대부분의 골들이 약체들과의 게임에서 나왔다.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상대 압박에 눌려 제 기량을 펼쳐 보지도 못했다.
둘째는 1차전에 부상으로 빠졌던 마르코 보리엘로의 맨유전 출전이다.
보리엘로는 안첼로티 체제에서는 크게 빛을 보지 못했지만, 올 시즌 레오나르두 감독이 부임하면서 이제는 팀 공격의 중심이 됐다.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를 제압하며 호나우지뉴-파투 같은 테크니션 윙 포워드들에게 골 찬스를 열어주는 것은 물론 올 시즌 세리에A 20경기에서 9골을 터뜨리며 명실상부한 핵심전력으로 자리매김했다. 맨유와의 1차전 패인으로 그의 부상 공백을 꼽는 전문가들도 많았을 정도다.
보리엘로는 맨유전 이후 치른 세리에A 4경기에서 2골을 기록하는 등 변함없는 골 감각을 과시하며 2차전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비디치-퍼디난드 같은 당대 최고의 센터백 라인을 상대로 싸워야하는 부담도 덮어버릴 정도로 의지가 대단하다.
호나우지뉴와 하파엘 다 실바의 매치업도 주목할 만하다.
하파엘은 1차전에서 초반부터 호나우지뉴의 빠른 측면돌파에 이은 감각적인 개인기를 봉쇄하는데 실패한 것을 비롯해 수비 뒷공간을 내주는 불안한 수비로 일관했다. 이것은 호나우지뉴가 전반 1분에 기습 선제골을 넣는 도화선이 됐다. 전반 30분 부터 폼을 되찾으며 호나우지뉴 봉쇄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신뢰를 얻기엔 모자란 수비였다.
만약 하파엘이 2차전에서도 호나우지뉴의 측면돌파를 막지 못한다면, 경기 흐름은 맨유가 아닌 AC밀란이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가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떠올리면, 아직은 경험이 일천한 하파엘이 불안한 게 사실이다. 더욱이 AC밀란은 보리엘로의 선발 투입으로 호나우지뉴의 공격이 힘을 더할 것으로 보여 퍼거슨 감독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맨유는 마이클 캐릭의 퇴장 공백도 마음에 걸린다.
캐릭은 지난 1차전에서 경기 막판 경고누적으로 퇴장, 2차전 출전이 불가능하다. 이에 맨유는 폴 스콜스와 대런 플래처를 중앙 미드필더에 포진시켜 공백을 메울 예정이다. 캐릭의 대안으로 꼽히던 대런 깁슨이 챔피언스리그라는 큰 무대에서 그것도 AC밀란을 상대로 공격을 전개하기엔 개인 공격력이 부족해 보인다. 때문에 3명의 미드필더를 중원에 배치하는 것은 어려울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캐릭이 빠지면서 공격루트가 줄었다는 점이다. 짧은 패스를 위주로 풀어가는 스콜스와 플래처는 로빙 패스를 통해 역습을 이어주는 캐릭과는 다른 스타일이다.
물론 스콜스는 패싱력은 단연 돋보이지만 AC밀란과의 1차전에서는 평소답지 않게 몇 차례 부정확한 로빙 패스로 상대에게 찬스를 내주는 불안함을 노출했다. 캐릭의 공백이 맨유에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레오나르두 감독의 용병술도 변수다. 현지에서는 AC밀란이 1차전에서 패했던 원인 중 하나로 레오나르두의 용병술이 퍼거슨 감독의 노련미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촌평을 내리기도 했다.
퍼거슨 감독이 왼쪽 윙어인 박지성을 중앙으로 돌려 안드레아 피를로를 봉쇄하는데 집중하고, 후반전에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투입해 쐐기를 박았던 것과는 달리, 레오나르두 감독은 맨유에 뒤져있는 흐름을 반전시키기 위한 전술적 변화도 없었고 그나마 시도르프-인자기의 교체 타이밍도 늦었다는 지적을 들었다.
축구는 감독의 비중이 큰 스포츠다. 제 아무리 비범한 선수들을 보유한 팀이라 해도 감독의 전술적 역량이 따라주지 못하면 큰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과연 레오나르두 감독이 맨유에서 24년 동안 장기집권한 퍼거슨 감독이 들고 나올 전술을 넘어설 묘책이 있을지 주목할 만하다. [데일리안 = 이상규 객원기자]
[관련기사]
☞ 퍼거슨 감독 “루니, 밀란과의 챔스 2차전 출격”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