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이 용서한’ 안톤 오노 금맥 캘까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입력 2010.02.12 22:17  수정

벤쿠버올림픽서 한국과 또 경쟁 ´이번에는?´

2002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할리우드 액션’으로 한국의 금메달을 앗아갔던 안톤 오노(28·미국)가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2010 밴쿠버올림픽 500m에 출전하는 그는 “정상적인 컨디션만 유지한다면 금메달은 확실하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도 금메달을 획득한다면 이 부문 대회 2연패다.

실제로 최근 최상의 몸 상태를 보이고 있어 금메달 후보로 분류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벌써 3번째 올림픽에 참가하는 오노는 미국과 큰 차이가 없는 기후조건과 익숙한 환경에서 열리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안톤 오노가 과연 이번 대회에서 맞붙게 될 한국선수들과는 또 어떤 인연을 이어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 동계올림픽 역사에서 지워지지 않을 만큼, 분노와 비난을 촉발시켰던 당사자인 오노의 행보는 이번 대회에서도 관심사 중 하나다. 오노는 2002년 2월 21일,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쇼트트랙 황태자’ 김동성에 이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경기 도중 김동성 뒤에 바짝 붙어 있던 오노는 진로를 방해했다는 듯이 두 팔을 번쩍 드는 과도한 액션을 취했고,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는 김동성의 실격을 주장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심판진이 이례적으로 오노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였다는 점.

태극기를 들고 빙판을 돌던 김동성은 끝내 고개를 떨어뜨렸고, 결국 회의감을 느낀 그는 은퇴를 선택했다. 그러나 한국 네티즌들을 더욱 분노케 한 건 따로 있었다. 미국 NBC 시사토크 프로그램 ‘투나잇쇼’ 진행자 제이 레노의 발언이었다.

제이 레노는 올림픽이 끝난 직후 방송에서 “김동성은 분통이 터져 애완견을 잡아먹었을 것”이라고 빈정거렸다. 이 같은 저질 농담에도 미국 방청객들이 배꼽 잡고 웃는 뻔뻔함을 보였다. 이 때문에 오노와 미국에 대한 반감은 극에 달했다.

이처럼 분을 삭이던 김동성과 한국 팬들의 가슴을 풀어준 건 축구선수 안정환이었다. 안정환은 2002 한일월드컵 미국전에서 헤딩 동점골을 넣고, 안톤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을 풍자하는 골 세리머니를 했다. 이천수는 안정환(김동성) 뒤에서 두 팔을 번쩍 들며 안톤 오노의 행동을 풍자해 국민들의 막힌 가슴을 뚫어줬다.

이와 함께 점차 한국 팬들의 뇌리에서 멀어져가던 오노가 한국 언론에 다시 모습을 비춘 건 그로부터 3년 뒤였다. 2005-0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라운드 월드컵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것.

오노에 대한 국민적인 감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고, 경기장 안팎에서의 안전사고까지 우려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려했던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고, 경기장 내에서 오노를 향해 야유를 퍼붓는 이도 없었다. 김동성이 “오노를 용서한다”고 선언했기 때문.

방송 해설자로 나선 김동성은 “안톤 오노와의 악연은 이미 지난 사건”이라면서 “우리는 절친한 친구사이”라고 밝혔다. 안톤 오노도 또한 한국 팬들에게 다가가 친절한 매너를 보여줬고 관중들도 이에 화답했다. 어느새 ´악당´에서 미운 정이 박힌 ‘애증 덩어리’로 변해있었던 것이다.

안톤 오노가 과연 이번 대회에서 맞붙게 될 한국선수들과는 또 어떤 인연을 이어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데일리안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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