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백-풀백‘ 박지성…맨유 버팀목 재확인

입력 2009.12.09 19:06  수정

줄부상으로 수비라인 균열 불구 수비수 역할까지 무난히 소화

'산소탱크'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이 팀이 어려운 가운데 맞이한 볼프스부르크전에서 평소와 다른 포지션으로 풀타임 활약했다.

박지성은 9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 아레나서 열린 ‘2009-10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볼프스부르크전에 3백의 오른쪽 윙백으로 선발 출전한 데 이어 후반 28분부터는 4-3-3의 오른쪽 풀백으로 뛰며 풀타임을 소화했다.

맨유는 마이클 오언이 전반 44분과 후반 38분, 45분에 상대 골망을 흔들며 해트트릭을 달성했고, 가브리엘 오베르탕이 2도움을 올리는 맹활약 속에 3-1 완승을 거뒀다.

맨유 수비수들의 줄부상 탓에 평소와 다른 역할을 맡은 박지성은 경기 후 <스카이스포츠><맨체스터 이브닝뉴스>로부터 평점 7점을 받았다. 특히,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맨유의 오른쪽 측면에서 풀백과 미드필더로 활약했다"며 포지션 전환에 괜찮은 점수를 매겼다.

박지성은 앞으로 수비라인에 균열이 생길 때 윙백 또는 풀백으로도 출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후반 11분 사퍼에게 크로스를 허용해 동점골의 빌미를 제공했고, 종료 직전 연달아 상대 공격에 흔들린 장면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명지대 시절 이후 처음으로 윙백과 풀백으로 오가며 풀타임 소화한 박지성이 전반적으로 무난한 활약을 펼쳤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큰 실망을 안긴 것은 루이스 나니였다. 나니는 왼쪽 윙백으로 출전했지만 소극적인 움직임과 수비가담, 공격돌파 과정에서의 과감함이 부족해 윙백 역할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전반 44분 오언의 골을 어시스트하는 크로스를 올렸지만, 부진 끝에 후반 28분 교체되고 말았다.

반면 박지성은 풀타임을 뛰었다. 경기 초반 특유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맨유 공격을 주도하며 팀이 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하는데 한 몫을 했다.

수비에서는 상대팀의 왼쪽 윙어이자 독일 국가대표팀 멤버인 크리스티안 겐트너의 발을 묶었다. 볼프스부르크가 겐트너의 왼쪽 공격을 바탕으로 그라피테-제코 투톱을 활용한 공격을 펼치는 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날 박지성은 승리의 숨은 공신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볼프스부르크는 경기 초반부터 겐트너가 포진한 왼쪽 공격에 비중을 높여 박지성이 포진했던 맨유의 오른쪽을 집중 공략했다. 하지만 겐트너는 박지성의 끈끈한 수비에 발이 묶여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고, 이는 결국 볼프스부르크가 기선 제압에 실패하고 전반전 부진에 빠지는 도화선이 되고 말았다.

물론 박지성의 후반 경기력은 전반에 비해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맨유의 3-4-1-2에서는 좌우 윙백들이 체력과 활동반경에 대한 부담을 안기 때문에 오랜 시간 측면에서 공격을 주도하기 어려운 전술적인 한계가 있다.

더욱이 박지성과 나니는 전문적인 윙백 또는 풀백이 아니기 때문에 쉴 새 없이 공격을 펼칠 수도 없었다. 또한, 미드필더들이 전체적으로 3백과 간격을 좁혀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던 것도 박지성과 나니가 활발한 움직임을 펼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어쨌든 1군 수비수가 파트리스 에브라 밖에 없고 캐릭-플래처가 수비수로 전환한 상태에서 '수비형 윙어' 박지성의 수비력은 분명 팀 승리에 보탬이 됐다. 수비수들의 줄 부상으로 수비 운용에 애를 먹었던 맨유가 달려드는 볼프스부르크를 상대로 1골만 내주고 완승했다는 것은 수비에서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것으로 풀이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 밑거름 속에 박지성이 있었다.

박지성은 앞으로 수비라인에 균열이 생길 때 윙백 또는 풀백으로도 출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비든 공격이든 박지성은 볼프스부르크전 활약을 통해 맨유 전력에 꼭 필요한 선수임을 퍼거슨 감독에게 다시 한 번 각인시킨 셈이다. [데일리안 = 이상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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