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갈량과 종범신…´역전의 용사들´이 일군 기적!

이경현 넷포터

입력 2009.10.25 10:19  수정

불신과 편견의 벽 넘은 조범현-이종범

기나긴 굴곡과 시련 딛고 V10 완성


KIA 조범현 감독과 최고참 이종범에게 타이거즈가 일궈낸 12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어느 때보다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다. 한때 자신들에게 쏟아지던 불신과 편견의 벽을 넘어 ´역전의 기적´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조범현 감독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현역 감독 가운데 지도력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다.

그가 지휘봉을 잡기 전부터 적지 않은 KIA 팬들 사이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고, 시즌을 치르면서도 팀 운영방향과 전술적 능력에 끊임없이 의문의 꼬리표가 붙었다.

지난 시즌까지의 KIA는 공수불균형이 심각한 팀이었다. 주축들은 줄부상에 시달렸고, 타선은 물방망이인 데다 작전 소화능력도 밑바닥 수준이었다. 운도 따르지 않아 조범현 감독의 작전구사나 투수교체 타이밍이 실패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당시 일부 팬들은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조범현 감독은 시즌 초반까지 ´조뱀‘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단순히 이름에서 유래한 별명은 어느새 조범현 감독을 희화화하는 용어로 종종 사용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올 시즌 조범현 감독은 KIA를 정규시즌 1위로 견인하며 조뱀에서 조갈량으로 위상이 급상승했다.

로페즈-구톰슨의 외국인듀오를 모두 투수로 영입했던 혜안이 적중했고, 꾸준한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김상현의 영입으로 약점이었던 중심타선까지 보강하며 완벽한 신구조화를 이뤄냈다. 그러면서 ‘KIA가 올 시즌 2000년대 최강의 전력을 구축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2003년 준우승 이후 6년 만에 다시 도전한 한국시리즈에서 조범현 감독은 시리즈 내내 스승이기도 한 SK 김성근 감독과의 수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우승의 감격을 안았다.

자신의 생애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자, KIA 팬들에게는 12년을 기다려온 우승의 한을 풀어주며 그간 자신을 둘러싼 지도력에 대한 의문부호를 모두 청산하는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조범현 감독은 우승의 감격 속에서도 적장이자 한때 자신을 지도했던 은사이기도 한 김성근 감독을 찾아가 인사, 승자의 멋진 매너도 잊지 않았다.

맏형 이종범도 특별한 감격을 경험했다. 이대진과 함께 90년대 해태 왕조의 전통을 간직한 마지막 적자로 꼽혔던 이종범은 사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노쇠화로 인해 은퇴의 기로에 내몰리기도 했다.

이종범은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을 안고 구단 측에 기회를 요청했고, ´바람의 아들´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그라운드에 섰다. 추억을 먹고사는 흘러간 노장스타가 아니라, 어린 선수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당당히 경쟁하는 신인의 심정으로 이종범은 그렇게 한 시즌 내내 땀을 흘렸다.

더 이상 팀의 주역이 아닌 그에게, 때로는 대타나 대수비 요원 역할이 주어져도 이종범은 군소리 한 번 없이 역할을 묵묵히 받아들였고, 음지에서 후배들을 이끌었다. 화려한 기록이 없어도 후배들을 이끄는 정신적 지주이자 멘토로서 이종범의 역할은 엄청났다.

큰 경기에서 이종범의 가치는 어김없이 빛을 발했다. 이종범은 1차전에서 결정적인 역전타를 작렬하며 팀 승리를 이끄는 결정적인 수훈을 세웠다.

비록 1차전 이후로는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맏형의 투혼을 그대로 물려받은 후배 호랑이들은 불꽃같은 뒷심을 발휘, 마침내 2009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 영광의 순간을 함께한 이종범의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려 내렸다. 후회 없이 모든 것을 불태운 이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남자의 눈물´이었다.

조갈량은 천하통일의 대업을 달성하며 한국 프로야구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바람의 아들은 이제 세월이 흘러 후배들과 야구팬들의 추앙을 받는 종범신으로 거듭났다.

이처럼 ‘기나긴 시련과 굴곡의 시간들을 딛고 일어선 역전의 용사들이 중심에 있어 KIA가 V10이라는 감격을 누릴 수 있던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한 KIA의 화려한 2009시즌이었다. [데일리안 = 이경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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