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도 혀 내두르는 SK 뒷심…그 원천은?

이경현 넷포터

입력 2009.10.21 09:50  수정

[한국시리즈]야신 김성근 감독의 혜안

특유 팀워크, 철저한 분석 등 조화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이 또 빛을 발했다.

광주 2연전을 모두 내주고 위기에 몰렸던 SK가 홈에서 KIA를 연파, 4선승제 시리즈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2승2패로 균형을 이룬 양 팀의 승부는 이제 잠실에서 최후의 자웅을 가리게 됐다.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짜릿한 게임이었다.

SK는 20일 인천 문학구장서 열린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선발 채병용의 호투와 박재홍의 투런포에 힘입어 8회까지 4-1로 여유 있게 앞서갔다. 그러다 9회 불펜과 실책이 겹쳐 2실점하며 3-4까지 추격을 허용했지만, 끝내 뒤집히지 않고 승리를 지켜냈다.

지난 3년간 포스트시즌에서 SK의 뒷심은 위기에 빠질수록 활활 타올랐다.

이로써 SK는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초반 2연패 이후 3연승을 거둔데 이어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도 초반 열세를 딛고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려놓는 저력을 발휘했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초반 2연패를 딛고 역전 우승을 달성한 것도 2007년의 SK가 유일하다.

SK는 2007년 한국시리즈부터 최근 총 4차례의 포스트시즌 시리즈 1차전에서 모두 패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반면 올해 한국시리즈를 포함 3차전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지지 않는 무서운 기록도 이어가고 있다. 3년째 한국 프로야구 가을잔치의 드라마는 SK가 도맡아 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SK, 왜 유독 뒤집기에 강할까

역시 포기하지 않는 SK만의 끈끈한 팀 컬러와 집중력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올 시즌 가을잔치를 앞두고는 전력 누수가 그 어느 때보다 심했다. 김광현-박경완-전병두 등 투타의 핵심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이탈, 지난 2연패 시절에 비해 큰 전력 약화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SK 특유의 탄탄한 팀워크는 위기에서 오히려 빛을 발했다. SK는 지난 2007년 한국시리즈나 올해 정규시즌에도 성적부진과 주축들의 공백으로 인한 위기를 오히려 팀 분위기 전환의 계기로 삼는 괴력을 뽐냈다.

주전들의 공백을 메운 벤치멤버들의 깜짝 활약, 상대에 대한 철저한 전력분석과 데이터에 따른 확률야구, 상대와의 팽팽한 기싸움과 심리전에서 밀리지 않는 정신력 등이 맞물려 위기에 빠질수록 SK의 뒷심은 활활 타올랐다.

비록 한국시리즈 직행은 놓쳤지만 정규시즌 막판 19연승 신화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것이나,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초반 2연패 부진을 딛고 3연승의 ‘리버스 스윕’을 이뤄낸 것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전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SK만의 뒷심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전술적인 측면으로는 안정된 마운드 운용이 역전극의 토대를 마련했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는 물론, KIA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역시 투수들이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버텨준 것이 분위기 전환의 밑거름이 됐다.

SK가 자랑하는 ´지뢰밭 타선´은 이번 가을잔치에서 기복이 심해 애를 태우게 하는 반면, 마운드는 상대 강타선을 맞이해 여러 차례 위기 속에서도 좀처럼 집중타를 허용하지 않는 노련함으로 실점을 최소화하고 있다.

올해 가을잔치에서도 SK가 패한 경기는 모두 타선의 부진 탓일 뿐, 마운드가 대량실점을 허용하며 무너진 경기는 한 번도 없었다. 김광현 이탈에 따른 선발 마운드의 공백은 카도쿠라-글로버-채병용이 기대 이상의 호투로 메우고 있다.

윤길현-고효준-이승호-정우람 등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이 계속된 경기의 후유증으로 3차전부터 다소 구위가 떨어지긴 했지만, 역시 결정적인 순간에는 승리를 굳게 지켰다.

날씨의 지원과 상대와의 심리전 등 경기 외적인 부분이 미친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는 두산 김현수의 선제홈런으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강우 노게임이 선언, 경기가 하루 뒤로 연기돼 흐름이 뒤바뀌었다.

지난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는 SK가 비슷한 상황에서 처했지만, 경기가 속개돼 SK 완승으로 이어졌다.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에 KIA 투수들의 어깨가 얼어붙은 것은, 가을잔치 경험이 풍부한 SK 투수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는 계기가 됐다.

3차전에서 서재응과 정근우의 말다툼이 빚어낸 벤치 클리어링 이후 서재응의 조기강판과 대량실점으로 이어지며 SK 쪽으로 흐름이 완전히 넘어갔다.

2007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 이어 올해도 KIA를 상대로 3차전에서 벌어진 벤치 클리어링 같은 기싸움도 선수들의 결속력을 높이는 전환점이 됐다.

2년 전 김동주와 채병용의 빈볼다툼에서 시작된 양측의 심리전이 시리즈 분위기에 결정적인 변수가 됐듯, 올해도 3차전에서 서재응과 정근우의 말다툼이 빚어낸 벤치 클리어링 이후 서재응의 조기강판과 대량실점으로 이어지며 SK 쪽으로 흐름이 완전히 넘어갔다.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린 SK는 사상 초유의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역전 우승’이라는 새로운 신화에 도전한다. 상대도 혀를 내두르는 ‘SK 파워’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할 만하다. [데일리안 = 이경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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