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까지 어느 정도 라이벌 구도를 유지했던 아사다가 끝없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김연아에게 위협이 되지 못해 자극제 역할을 할 수 없다면, 김연아로서도 그렇게 좋은 일은 아니다.
지난 시즌까지 김연아(19·고려대)를 위협하던 강력한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19·일본)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아사다는 18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2009-10 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인 트로피 에릭 봉파르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115.03점을 받아 쇼트 프로그램 58.96점을 더해 합계 173.99점을 기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아사다가 17일 쇼트 프로그램과 18일 프리 스케이팅에서 보여줬던 연기는 정상이 아니었다.
합계 210.03점으로 세계 신기록을 또 갈아치운 김연아보다 무려 36.04점이나 뒤진 것도 그렇지만, 자신의 장기라고 자신해왔던 악셀에서 계속 발등을 찍히고 있어 보완이 시급하게 됐다.
점수 차를 감안할 때 악셀을 제대로 성공시켜도 ‘본드걸’ 김연아보다 뒤지는 상황에서 이를 성공시키지 못한 것은, 이제는 김연아 라이벌이 아니라 새롭게 떠오르는 강호들과 2인자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처지로 전락함을 의미한다.
아사다는 쇼트 프로그램 첫 점프에서 트리플 악셀과 더블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시켜야 했지만, 악셀이 싱글로 처리되면서 기본 점수가 크게 떨어졌고 가산점에서는 오히려 1점이 깎였다.
후에 더블 악셀을 성공시키긴 했지만 첫 점프 연기 실패로 기술 점수에서만 김연아보다 14점이나 뒤진 29.80점에 그쳤다.
프리 스케이팅은 더욱 심각했다.
첫 점프 연기인 트리플 악셀과 더블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 성공으로 기본 9.50점에 가산점 1점을 더해 10.50점을 챙겼지만, 두 번째 트리플 악셀은 회전수 부족으로 기본이 3.50점에 그쳤고 가산점 역시 1.96점이나 깎였다. 여기에 가중치가 붙는 더블 악셀 역시 실패, 가산점에서 2.32점이나 깎였다.
장기인 트리플 악셀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다른 점프 연기에도 악영향을 미쳐 룹 점프에서 회전수 부족 현상까지 나타났다.
아사다는 "이번 시즌 목표는 대회에서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키는 것이고 이번 대회에서 하나를 성공시켰기 때문에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믿었던 악셀(axel)이 도끼(axe)가 되어 발등을 찍은’ 형국이다.
아사다는 지난 시즌에도 첫 대회에서는 부진했다가 기량을 회복, 그랑프리 파이널 3회 연속 우승을 노리던 김연아를 제치고 처음으로 그랑프리 파이널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4대륙선수권과 세계선수권에서 김연아에게 압도적인 점수 차로 무릎을 꿇은 바 있다.
지난 시즌까지 어느 정도 라이벌 구도를 유지했던 아사다가 끝없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김연아에게 위협이 되지 못해 자극제 역할을 할 수 없다면, 김연아로서도 그렇게 좋은 일은 아니다.
물론 김연아는 끊임없이 ´자신만의 싸움´만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사다가 어떤 연기를 펼치든 큰 상관이 없겠지만, 그래도 뛰어난 2인자가 있어야만 김연아의 ´세계 피겨퀸´ 자리도 더욱 돋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아사다의 부진은 안타깝기만 하다. [데일리안 =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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