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AI 교육 방향 묻는 학생 질문에 답변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 필요"
"생각하는 힘" 길러줄 대학의 역할 강조
설득·조정 역량과 다양한 진로 경험 주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1층 김종섭홀에서 열린 경제학부 '자유와 시장' 특강에서 대외 환경 변화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이제는 스스로 디자인을 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서울대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어떤 삶을 살아갈지 스스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해진 학점과 졸업 요건을 충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배움의 방식과 경로를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시대 대학도 학생들이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하고 실행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1층 김종섭홀에서 열린 경제학부 '자유와 시장' 특강에서 대학의 AI 교육 방향을 묻는 학생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학생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학점과 졸업 요건도 누군가 설계한 체계라는 점을 짚었다. 최 회장은 '누가 정했는지 아냐'고 물으며 정해진 기준을 따르는 데 익숙한 학생들에게 그 기준이 만들어진 이유부터 생각해볼 것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AI가 가져올 변화에 대응하려면 주어진 체계를 이해하고 새로운 방식을 직접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들은 쓰지 말래도 알아서 AI를 쓸 것"이라며 대학이 사용법을 가르치는 데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봤다. 자동차의 등장을 예로 들어 구조와 작동 원리를 아는 데서 나아가 차를 타고 어디로 갈지, 관련 제도와 규칙은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I 역시 활용 목적과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을 직접 설계하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최 회장은 대학을 'AI 자치구'에 빗대며 학생들이 무엇을 어떻게 배울지 스스로 설계하고 실행해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패할 수 있다"면서도 "실패해도 거기에 대한 책임과 결과는 자기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패한 결과를 토대로 다른 방식을 설계하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AI 시대에도 사람이 맡아야 할 역할로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일을 꼽았다. 최 회장은 개인과 조직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질문에 구성원의 능력만큼 방향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방향이 제각각이면 솔직히 그 조직은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며 뛰어난 사람이 많더라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 조직이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AI는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관점이 어떻게 다른지 파악하고 해법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 사람을 설득시키고 훈련을 시켜서 방향을 바꾸도록 만드는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갈등을 수습하고 사람들을 같은 방향으로 모으는 역량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청년들의 진로 선택에서도 다양한 경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직이나 기업 취업, 공직, 창업 등 어떤 경로를 택하더라도 한 번의 선택으로 미래가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취업 이후에도 회사의 존속 여부나 자신의 역할과 보상을 둘러싼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최 회장은 하나의 직업이나 경로를 종착점으로 여기기보다 다른 역할로 옮겨갈 수 있도록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창업에 실패하더라도 "나는 과거에 처음부터 해봤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경험이 변화 속에서 다시 일어서는 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여러분은 100세 이상 사는 것"이라며 "30대에 어떤 일을 하는지로 인생 전체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긴 생애를 살아가는 데 어떤 경험이 자신에게 필요한지 고민하며 삶을 스스로 설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최 회장은 대학의 역할에 대해 "이제는 대학이 그동안에 들어와서 무엇인가 가르쳐 주던 곳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 즉 설계의 능력을 여러분한테 심어줄 때가 왔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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