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민주당 상·하원 탈환…트럼프 경제정책에 민심 이탈
관세 부담에 GM·포드도 신음…美 자동차 업계서 부작용 속출
전기차 지원 축소에 투자·고용 차질…제조업 부활 구호 무색
당장 정책 전환 어렵지만 의회 견제 강화…현대차·기아 기대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 백악관 연회장 신축 공사장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자동차 관세와 전기차 지원 축소로 이중고를 겪어온 현대차·기아에 정책 변화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미국 민심의 반감이 중간선거에서 표출되면서, 그간 국내 자동차 업계를 압박해 온 보호무역과 전기차 정책에도 변화의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당장 자동차 관세가 인하되거나 전기차 세액공제가 부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민주당의 의회 장악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자동차 산업정책에 대한 견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기아의 미국 사업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5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탈환했다. 텍사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공화당의 전통적인 강세 지역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이 승리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고물가와 생활비 부담 등 경제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 10명 중 약 9명이 생활비 문제를 중요한 투표 요인으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오히려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는 불만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둘러싼 부작용이 잇따라 나타났다. 미국 제조업 부활과 일자리 확대를 명분으로 내세운 관세 정책이 정작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비용까지 끌어올렸고, 전기차 지원 축소는 현지 공장 투자와 고용에도 차질을 빚게 했다는 평가다.
실제 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관세 관련 비용이 25억~3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포드 역시 관세에 따른 연간 순비용 부담을 약 10억 달러로 추산했다.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관세가 미국 기업의 수익성까지 압박하게 된 것이다.
이는 북미 자동차 산업 특유의 생산 구조와도 관련이 깊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생산한 차량과 부품을 미국으로 들여오고 있으며, 일부 부품은 완성차로 조립되기까지 국경을 여러 차례 넘나든다. 관세 장벽이 높아질수록 미국 내 생산 차량에도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다.
부품업계의 부담은 더욱 두드러졌다. 미국 자동차연구센터(CAR)에 따르면 미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투자 규모는 지난해 1분기 80억 달러를 웃돌았지만, 이후 2개 분기에는 각각 약 6억 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관세를 비롯한 무역정책 변화가 투자 위축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약 80%가 무역정책 변화를 주요 경영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통해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유도하고 있지만, 정작 현지 공급망을 구성하는 기업들은 비용 부담과 정책 변동성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테슬라 차량. ⓒAP/뉴시스
전기차 산업에서는 투자와 고용 위축이 현실화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9월 말 최대 7500달러에 달하던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를 종료하고, 배출가스 규제를 완화하는 등 내연기관차에 유리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정부 지원 축소가 맞물리면서 미국 내 전동화 투자에도 제동이 걸렸다. 로이터통신이 비당파적 연구기관 아틀라스 퍼블릭 폴리시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취소된 미국 내 전기차·배터리 관련 투자 프로젝트에서 창출될 예정이었던 일자리는 약 2만7000개에 달했다.
특히 취소된 투자 금액의 약 80%는 공화당 강세 지역에 집중됐다. 전기차 산업 육성을 통해 제조업 일자리를 확보하려던 지역들이 오히려 정책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다.
미국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도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인력 감축과 생산 중단이 발생했다. 포드 역시 전기차 판매 감소와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관련 투자계획을 대폭 조정했다. 미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던 정책이 자동차 산업에서는 생산비용 상승과 투자 위축이라는 상반된 결과를 낳은 것이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9ⓒ현대차그룹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미 중간선거 결과는 현대차·기아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미국 자동차 업계 내부에서도 관세와 전기차 정책에 대한 불만이 커진 만큼, 의회를 중심으로 정책 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현재 한국산 자동차에 적용되는 미국의 15%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지 않는 차량은 여전히 관세 부담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이 관세 정책에 대한 견제를 강화한다면 기존 관세의 인하 여부와 별개로 추가적인 관세 압박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미국 완성차 업체들 역시 관세 비용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계 전반의 정책 조정 요구가 확대될 여지가 있다.
전기차 사업에서도 기대 요인이 존재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생산거점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구축하고, 현지 배터리 공급망에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지원 축소로 당초 기대했던 정책적 혜택은 줄었지만, 민주당의 의회 장악으로 친환경차 산업 지원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활발해질 가능성이 생겼다. 이미 현지 전동화 생산 기반을 확보한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정책 환경이 개선될 경우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셈이다.
업계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자동차 산업정책의 부작용이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했다는 점을 주목해야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전히 법안 거부권이 있고, 민주당 역시 미국 제조업 보호와 자국 내 일자리 확대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기존 보호무역 기조가 전면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미국 내 정책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1월 민주당이 주도하는 새 의회가 출범하면 관세 정책에 대한 청문회와 감독, 친환경차 산업 지원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2년간 미국 자동차 산업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현대차·기아의 현지 사업 전략에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성용 중부대학교 교수 겸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회장은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압승은 국내 자동차 산업에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정책 전환의 가능성을 열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와 전기차 정책이 단기간에 뒤집히기는 어렵지만, 일방적인 보호무역과 관세 확대에 대한 견제력이 커지고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투자 및 지원정책이 재논의될 여지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업계는 이를 단순한 정치적 기대감이 아닌 전략적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며 "현대차·기아의 미국 현지생산 경쟁력 강화와 함께 관세 협상력 제고, 배터리 공급망 안정화, 하이브리드·전기차·SDV 등 기술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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