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임 막는단 지배구조 개혁…문턱 높였지만 ‘있으나 마나’?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6.11.05 15:49  수정 2026.11.0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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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제한 대신 ‘75% 찬성룰’ 도입

역대 연임 회장 모두 기준 웃돌아

KB·신한·우리 등 인선 절차 마무리

“사외이사 독립성 확보 병행돼야”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재임 횟수에 따라 임추위와 주총에서 필요한 찬성 비율을 달리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실효성을 놓고는 평가가 엇갈린다.ⓒ각 사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막는 대신 주주총회 75% 찬성 요건을 도입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미 주요 금융지주 회장 인선이 마무리된 데다 그간 지주 회장들이 연임 과정에서 75% 이상의 높은 주주 찬성률을 얻었던 만큼 지배구조 개선안의 견제 효과가 크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해 설명했다.


개선안에는 지주 회장의 재임 횟수에 따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와 주총에서 필요한 찬성 비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방안이 담겼다.


최초 선임에는 임추위 3분의 2 이상, 주총 출석 의결권 과반수, 발행주식 4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어 2연임에는 임추위 4분의 3, 주총 출석 의결권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3연임에 나설 경우 임추위 4분의 3 찬성에 더해 주주 의결권 4분의 3 이상(75%), 전체 발행주식의 절반 이상 찬성을 받도록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놓고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지적한 만큼 당초 금융당국에서는 임기를 최대 6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위헌 가능성과 주주권, 경영 자율성 침해 우려 등이 제기되자 3연임 자체를 법으로 제한하기보다 문턱을 높이는 쪽으로 한발 물러난 모습이다.


임추위 만장일치 규정도 빠졌다.


세부 내용과 시행 시점은 당정 협의와 법률 개정 절차 등을 거쳐 확정된다.


올 초 지배구조 선진화 논의에 착수한 이후 약 10개월 만에 개선안이 윤곽을 드러냈지만, 실효성을 놓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이미 KB·신한·우리금융 등 주요 지주사들의 회장 선임 및 연임 절차가 마무리된 탓이다.


새로운 개선안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곳은 iM금융 정도다. iM금융은 내년 3월 황병우 회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현재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밟고 있다.


4대 금융지주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2028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았고, 이후에는 회사 내규상 70세 이상이 돼 3연임 도전이 불가능하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임기는 2029년 3월까지다.


KB금융은 차기 회장으로 낙점된 이재근 부문장이 오는 20일 공식 선임되면 새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과거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당시 주주 찬성률을 보면 75% 문턱을 넘기가 어렵지 않을 거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3연임에 나섰던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과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은 당시 출석 주식 수 대비 97.32%, 84.60%의 높은 찬성률을 얻은 바 있다.


현 지주 회장인 함영주 회장과 진옥동 회장, 임종룡 회장 모두 주총에서 80~90% 수준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특히 올 3월 연임을 확정 지은 임 회장은 주총에서 99.30%의 찬성표를 받았다. 지난해 3연임에 성공한 김기홍 JB금융 회장도 99%에 가까운 주주 찬성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와 임추위 독립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주총 찬성률을 75%로 높이는 것만으로는 실질적인 견제 장치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기존 의사결정 구조에 정당성을 강화하는 데 그칠 수 있단 지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금융지주 회장들이 이미 주총에서 75%를 훨씬 넘는 찬성률을 확보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의결정족수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최고경영자의 장기 연임이나 권력 집중을 막기 어렵다”며 “특히 주요 금융지주들의 회장 선임 절차가 상당 부분 마무리된 상황에서 제도가 도입되는 거라 시기적으로도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제도 개선이 기존 경영진의 연임을 견제하기보다는 향후 회장 선임 과정에 적용되는 사후적 규제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며 “핵심은 연임 횟수를 제한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회장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형식적인 75% 찬성 요건에 그치지 말고, 회장 선임 과정의 공정성, 사외이사 독립성, 경영진에 대한 실질적인 견제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며 “규제의 강도보다 중요한 것은 특정 회장에게 권력이 집중되지 않고 주주와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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