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상·하원 과반 확보…의회 권력 지형 급변
데이터센터 건설 제한…전력·환경 규제 강화 움직임
트럼프 거부권 맞불 예고…AI 정책 교착 장기화 우려
中 반사이익 장담 못 해…더 복잡해지는 시진핑 셈법
5일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최소 상원 54석, 하원 237석을 확보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월 14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의 명소 톈탄공원을 방문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면서 인공지능(AI) 산업을 둘러싼 정책 충돌이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대립이 중국의 기술 추격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오전 외신 집계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최소 상원 54석, 하원 237석을 확보했다. 각각 과반인 51석과 218석을 넘기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추진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주에서도 민주당이 약 30년 만에 주지사직을 탈환하면서 ‘블루 웨이브’가 공화당 강세 지역까지 확산했다는 관측이다.
쟁점은 AI 산업에 대한 규제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용수 소비와 환경 부담을 이유로 건설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지난 6월 AI 데이터센터의 신규 건설과 기존 시설 확장을 중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AI의 안전성과 환경 문제 등에 관한 포괄적인 법률이 마련될 때까지 건설을 제한하자는 취지다.
지역 차원의 규제 강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텍사스주 주지사에 당선된 지나 이노호사는 주민 보호 법안이 마련될 때까지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 승인을 중단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환경심사와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지난 3일 CBS 인터뷰에서는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 거부권을 활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선거 직후에는 민주당과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그간의 행보를 고려하면 협력 발언이 실제 정책 타협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려면 상·하원에서 각각 투표 참여 의원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의 규제 입법과 트럼프의 거부권이 맞서면서 정책 교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거부권으로 연방 규제 법안이 무산되더라도 주정부의 인허가 제한이나 의회 조사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전력·용수 확보와 건설 승인이 지연되면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착공과 설비투자 일정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일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에서 수출입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이 같은 불확실성은 미국 정보 기술 대기업(빅테크)의 투자뿐 아니라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당선된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 규제 움직임에 더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다”며 “AI 관련 규제 입법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면 우리 반도체와 소재·부품·장비 업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 강화가 당장 반도체 수요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미 체결된 장기 공급계약이 단기 충격을 완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반도체는 오늘 만들어 바로 파는 것이 아니라 예약 판매하는 구조여서 조바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데이터센터는 미국과 세계 경제를 지탱하는 기둥인 만큼 갑자기 큰 변화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정책 갈등이 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국은 국가 주도의 기술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월 확정된 제15차 5개년 계획을 통해 AI와 반도체를 핵심 육성 분야로 제시하며 기술 자립을 추진 중이다.
실제 양국의 AI 모델 성능 격차는 근소한 수준까지 좁혀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2026년 AI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미국과 중국의 최고 성능 AI 모델 간 격차는 2.7%에 그쳤다.
미국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정치적 갈등으로 지연될 경우 중국에는 기술 격차를 좁힐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대중국 견제에는 이견이 없어 수출통제 등 기존 정책 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정치적 갈등으로 중국이 일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민주당 역시 대중국 견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크게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중국이 그간 트럼프의 협상 방식에 비교적 쉽게 대응해 온 만큼 민주당의 견제가 강화되면 되레 셈법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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