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X’·‘100일의 거짓말’ 격돌 속 색다른 소재로 화제되는 ‘라이어’
주말 안방극장이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 중이다. 시원한 장르물, 달달한 로맨스를 넘어 논쟁을 부를 수 있는 무거운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새 주말드라마 ‘라이어’는 데이트 성폭력 문제를 담으며 묵직하게 포문을 열었다. 하나의 기억을 두고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는 두 남녀가 진실을 향해 치열하게 충돌하는 심리 스릴러를 예고한 만큼, 방송 시작과 동시에 데이트 성폭력 공방이라는 파격적인 화두를 던진 것이다. 1, 2회에서는 심장외과 전문의 민준호(유연석 분)와 초등학교 사서교사 강지선(서현진 분)의 만남부터 첫 데이트 후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두 사람의 진실공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그 밤의 진실을 궁금하게 했다.
방영 전 개최한 제작발표회에서 서현진은 “자극적인 소재 자체보다 사건 이후 인물들이 진실을 마주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을 만큼 다소 민감한 소재였던 만큼, 첫 방송 직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사건의 진위를 둘러싼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라이어’ 스틸ⓒMBC
SBS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이하 ‘닥터X’), tvN ‘100일의 거짓말’에 이어 뒤늦게 출발한 만큼 시청률은 낮았지만 10월 5주차 펀덱스 화제성 지수에서 TV-OTT 드라마 뉴스 기사 수 1위에 오르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경쟁작들 역시 무거운 주제를 다루며 시청자의 깊은 몰입을 끌어내고 있다. ‘닥터X’는 의료 파업이라는 현실 속 쟁점을 소재로 다뤘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총파업과 이에 따른 수술 지연 및 병원 마비 사태 등 실제 있었던 갈등을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극 중 의사 계수정(김지원 분)은 병원에 남아 고군분투하며 ‘참된 의사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닥터X’의 메시지를 느끼게 했다.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100일의 거짓말’ 스틸ⓒSBS, tvN
tvN ‘100일의 거짓말’ 또한 탄탄한 서사로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경성의 소매치기였던 이가경(김유정 분)이 ‘미국행’이라는 꿈을 위해 조선총독부 밀정이 되는 과정을 그리며 오늘날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독립운동가들의 처절한 희생을 옆에서 지켜보게 된 가경이 “그깟 독립이 뭐길래 그러는 거냐”라고 내뱉은 절규는 대의 뒤 가려졌던 독립운동가들의 고통과 희생의 무게를 다시금 느끼게 한다.
이처럼 최근의 주말극들은 무겁지만, 현실과 맞닿은 주제로 시청률도, 화제성도 함께 잡고 있다. 이에 드라마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적인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원하게 대리만족을 선사하는 장르물 또는 달달한 멜로를 넘어시청자의 일상과 맞닿은 사회적 문제를 담아내며 남다른 몰입감을 이끌기도 한다.
다만 파격적인 소재 뒤 필요한 것은 ‘설득력 있는 서사’다. 각 작품의 성패는 자칫 민감한 소재가 소모적인 논쟁거리로 전락하지 않도록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극을 풀어내느냐에 달렸을 것이다. 현실의 부조리를 짚어내는 깊이와 극적 카타르시스 사이에서 균형 감각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도 함께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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