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금융’ 경쟁 초읽기…서민금융 쏠림 해소는 ‘과제’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6.11.03 16:53  수정 2026.11.0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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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종합평가 사전 준비 분주

전담 조직 신설, 정책대출 공급 확대

총량 규제 부담…민간 중금리는 위축

중저신용자 자금조달 선택지 축소 우려

주요 금융지주들이 내년 포용금융 종합평가체계 도입을 앞두고 서민금융 공급을 늘리고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사전 준비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뉴시스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매년 ‘포용금융 종합평가’를 하고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을 최대 20% 차등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주요 금융지주들이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민금융 공급 확대는 물론 전담 조직을 정비하는 모습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평가체계 도입으로 중저신용자의 자금 조달 선택지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계대출 총량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평가체계가 마련되면서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총량 부담이 없고 배점이 높은 특정 정책상품 공급에 집중하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단 점에서다.


3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5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는 올 들어 9월 말까지 포용금융에 총 16조1억원을 공급했다.


정책 기조 발맞춰 5대 지주 포용금융 공급 16조↑
‘포용금융’ 성적 줄 세우기, 정책 대응 속도


KB금융이 3조5001억원, 신한금융 3조4757억원, 하나금융 3조1000억원, 우리금융 2조8300억원, NH농협금융 3조943억원 등이다.


이중 신한금융은 연간 목표액인 3조원을 이미 넘어섰고 하나금융도 연간 목표로 설정한 3조2000억원의 97%를 채우며 초과 달성이 점쳐진다.


새 평가체계 대응을 위한 조직도 갖추고 있다.


포용금융 평가체계는 은행의 포용금융 활동을 지배구조부터 자금공급, 채무조정, 사회적배려, 비금융지원 등 5개 부문으로 나눠 평가한다.


자금 공급 실적뿐만 아니라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조직 운영 및 채무조정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성적을 매기겠다는 의미다.


하나금융은 지난 8월 금융권 최초로 포용금융 최고책임자(CIFO)를 선임하고 전담 조직을 운영 중이다.


하나은행으로 관련 조직 확대 및 핵심성과지표(KPI) 강화도 검토하고 있다.


NH농협금융도 내년 전담 부서 신설과 CIFO 도입을 추진한다. 농협금융은 올 1월 지주 회장 직속의 ‘생산적·포용금융 특별위원회’도 설치했다.


신한금융도 생산적금융 추진위원회와 사무국 등 전담 부서를 마련했으며, 우리금융은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와 연계해 포용금융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KB금융은 KB국민은행에서 지난해 신설한 경영기획그룹 ESG 본부 산하 포용금융부를 중심으로 관련 사업을 전개한단 계획이다.


새 평가체계 도입에 따른 준비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금융권 안팎으론 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맞물려 실질적으로 중저신용자 자금 조달 운신의 폭은 좁아질 수 있단 평가가 나온다.


은행들이 포용금융 평가 배점이 높고 건전성 관리 부담이 적은 정책금융 위주로 공급이 이뤄질 수 있단 점에서다.


새희망홀씨 확대, 중금리대출 축소…건전성 관리 ‘부담’
“상환능력 없으면 돈 빌리기 더 쉬울 수도, 시장 왜곡 우려”


포용금융 전체 평가 1000점 가운데 자금공급 부문은 350점이 배정됐는데, 이중 정책서민금융인 새희망홀씨가 125점, 민간 중금리대출이 75점이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도 새희망홀씨는 한도에서 100% 제외되는 반면, 민간 중금리대출은 70%만 제외된다.


지난 8월 총량 제외 비중을 종전 30%에서 70%로 상향 조정한 것이지만, 여전히 취급액의 30%는 총량에 잡히는 셈이다.


건전성 관리 부담도 영향을 미친다. 올 3분기 말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연체율은 0.33%로 약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말까지 가계대출 총량과 연체율을 동시에 방어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선 총량 한도 부담이 없고 평가 배점이 높은 새희망홀씨 위주로 실적을 채우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단 지적이다.


실제 지난 9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민간 중금리대출 신규 취급액은 747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2.4% 줄었다.


반면 새희망홀씨 누적 공급액은 2조7903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공급액(3조202억원)의 92.4%를 채웠다.


전문가들은 총량 규제와 포용금융 확대 정책이 맞물리면서 은행권의 자금 공급이 정책금융 위주로 흘러갈 경우 또다른 금융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새희망홀씨는 연소득 4000만원 이하이거나 연소득 5000만원 이하면서 신용평점 하위 20%인 차주에게 최대 3500만원을 지원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를 대상으로 하는 민간 중금리대출 수요를 대체하기 어렵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포용금융 평가체계가 도입되면 돈을 갚을 수 없는 사람들이 오히려 돈을 빌리기 더 쉬운 모순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복지 정책을 세금을 거둬서 하지 않고 민간 돈을 활용하려다 보니 시장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들의 건전성이 약해지고, 수익 방어도 힘들어질 것”이라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정책대출을 늘리고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주게 되면 반대로 우량차주나 중신용자들이 밀려나는 상황도 생길 수 있어 좋은 정책으로 평가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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