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뻔한 한국시리즈 제도, 개선할 생각은 없나 [최홍섭의 샬롬 살람]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11.03 07:17  수정 2026.11.03 09:20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정규시즌 1위팀에 과도한 혜택을 주어 싱겁게 끝나

스포츠의 공정성을 감안하면 동등한 조건서 대결해야

준플레이오프나 플레이오프가 더 재밌는 상황 끝내야

2일 경기도 수원시 라다마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kt 위즈 이강철 감독(왼쪽에서 세 번째)과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선수들과 트로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kt 위즈 소형준, 장성우, 이강철 감독,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 구자욱, 원태인.ⓒ연합뉴스

과연 '공정'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이슈가 있다.


드디어 오늘부터 KT위즈와 삼성라이온즈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를 펼친다. 삼성라이온즈는 기아타이거즈와 플레이오프 5차전을 치르면서 힘을 다 쏟아 부었다. 반면 20일간 휴식을 취하면서 전력을 보완하는 연습경기만 해 온 정규시즌 1위 팀 KT위즈는 한결 가뿐하다. 그래서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삼성라이온즈가 어느 정도 분전은 하겠지만 결국 체력 부담을 이기지 못한 채 KT위즈가 5~6차전에서 우승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뱀직구' 투수로 유명했던 임창용 야구평론가는 "삼성이 우승할 확률은 10%미만"이라고 잘라 말했다.


과거에도 그랬다. 지난해 한화이글스는 삼성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가면서 진을 다 뺐고, 하루 쉬고 열린 한국시리즈에서 1위 팀 LG트윈스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면서 4승1패로 끝났다. 2024년에는 플레이오프에서 LG트윈스를 3승1패로 꺾고 올라온 삼성라이온즈가 이틀만에 열린 한국시리즈에서 1위 팀 기아타이거즈에게 4승1패로 휘둘렸다. 2023년 역시 플레이오프에서 NC다이노스에게 3승2패로 겨우 이기고 올라온 KT위즈를 상대로 1위 팀 LG트윈스는 한국시리즈에서 4승1패로 가볍게 이겼다.


극단적인 사례는 지난 2021년에 나왔다. 당시 정규시즌 4위 두산베어스는 와일드카드부터 시작했다. 와일드카드 2경기, 준플레이오프 3경기, 플레이오프 2경기 등 7경기를 연속 치르면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결과는 이미 한국시리즈에 올라와 느긋하게 쉬고 있던 KT위즈의 4승 무패 우승이었다. 두산베어스는 한국시리즈에서 선수단 전체의 체력이 방전되고 말았다.


현행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포스트시즌 제도는 독특하다. 10개 팀 중에 절반이나 되는 5개 팀이 포스트시즌 출전권을 얻는다. 정규시즌 4위 팀과 5위 팀의 와일드카드를 시작으로, 와일드카드 승자와 3위 팀의 준플레이오프가 이어지며, 여기서 이긴 팀이 2위 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그리고 그 승자가 한국시리즈에서 1위 팀에 도전한다.


보통 포스트시즌 한 경기는 정규시즌 서너 경기에 맞먹는 체력이 소진된다고 한다. 매 경기 총력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 단계에 올라갈 때까지 보통 하루 정도의 휴식만을 받는다. 따라서 특별한 전력 이탈이 없는 한, 정규시즌 1위 팀이 한국시리즈를 자연스럽게 차지하게 된다. 10개 구단 체제가 시작된 지난 2015년 이후 지금까지 단 두 번의 예외가 있었을 따름이다.


여기에서 공정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스포츠에서 공정성이란 여러 가지다. 첫째 결과의 공정성이다. 정규시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팀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아야 한다. 둘째 기회의 공정성이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 팀은 우승을 놓고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보장받아야 한다. 셋째 과정의 공정성이다. 경기 일정과 휴식 기간, 구장 배정 등이 특정 팀에 지나치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아야 한다.


팀당 144게임을 치르는 정규시즌에서 1위는 매우 의미있는 업적이다.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양대 리그가 아닌 단일 리그를 운영하는 한국의 포스트시즌에서 1위에게 상당한 보상을 주는 것은 어느 정도 당연한 일이다.


다만 한국시리즈는 그 해 야구를 의미있게 총정리하는 대회로서, 국민과 팬들에게 최고의 기량을 보여 주어야 하는 야구 축제다. 최상의 플레이를 선보여야 하는 한국시리즈가 '충분한 휴식을 취해 멀쩡한' 한 팀과 '격전을 치르느라 만신창이가 된' 다른 팀의 현저하게 불균형스러운 대회가 되면 말이 아니다.


지금은 엉뚱하게도 포스트시즌에서 재미있는 경기는 한국시리즈가 아니라 그 전에 벌어진 와일드카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인 경우가 많았다. 올해도 기아타이거즈와 LG트윈스가 펼쳤던 준플레이오프 3경기, 삼성라이온즈와 기아타이거즈가 벌였던 플레이오프 5경기가 아주 흥미진진했다. 어느 정도 대등한 조건에서 양 팀이 사력을 다해 벌인 경기였기 때문이다. 과연 올해 한국시리즈가 그 경기들보다 더 재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있는 야구회관 전경. ⓒ뉴시스

그런데도 KBO가 제도 개편을 거의 시도하지 않는 건 놀랍다. 1999~2000년에 당시 8개 팀을 4개씩 두 개 리그로 나눠 포스트시즌을 벌였으나 실패한 적이 있는데 10개 팀으로 늘어난 현재 시점에서 기술적으로 재검토해볼 만 하다. 양대 리그로 운영되는 미국이나 일본의 제도를 압축해서 응용할 필요도 있다. 가령 정규시즌에는 A리그와 B리그를 만들어 같은 리그 팀들끼리 주로 경기를 하되 가끔씩 상대 리그 팀들과도 경기를 치르도록 한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에는 A리그와 B리그의 1~2위 팀들이 진출하고 거기에서 한국시리즈를 갖는 형태다.


보다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정규시즌 2위나 3위 팀이 치열한 플레이오프 자체를 통과하는 것만 해도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한 '등록 비용 또는 진입 댓가'를 충분히 치르는 일이므로, 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최소 3일 이상의 휴식 기간을 강제로 부여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또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라도 현행 5전3선승 제에서 3전2선승 제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정규시즌 1위 팀은 충분히 보상받을 권리가 있지만, 한국시리즈 상대 팀의 경쟁력을 훼손할 권리까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정규시즌 성적과 별개로 경기장에서 정정당당하게 결정되어야 한다. 정규시즌 1위 팀이라고 해도 한국시리즈에서는 다시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


스포츠의 공정성은 모든 팀을 똑같이 대우하는 태도가 아니다. 서로 다른 성적에 따라 차등적인 혜택을 주되, 최종 승부에서는 정당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시리즈는 공정하지도 않고 재미도 없는 채 자칫 관중 수입만을 노리는 행사가 되기 쉽다. KBO에서 다시 검토해 내년에는 좀더 개선된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다.


현행 제도라면 1984년 최동원 투수가 4승을 하면서 지금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와 삼성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7차전 같은 드라마틱한 경기는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다.



ⓒ

글/ 최홍섭 칼럼니스트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