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남중국해 복판에 ‘불침 항모’ 띄운다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6.11.01 07:04  수정 2026.11.01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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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털로프 암초에 장대형 활주로…폭격기·공중급유기 운용 가능

10년 만에 인공섬 건설 재개…대형 항만·군사시설도 대폭 확충

남중국해 북부·남부 군사거점 연결…‘점에서 면’으로 장악 시도

드론·무인 함정 동원한 ‘로봇 요새’ 구상…대만 유사시 美 견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이 지난 4월1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남중국해에 거대한 ‘불침 항모’(항공모함)를 띄운다. 베트남·대만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 북부 파라셀 군도(Paracel Islands·중국명 西沙群島·베트남명 호앙사군도)의 앤털로프 암초(Antelope Reef·중국명 羚羊礁·베트남명 하이섬)에 인공섬을 건설, 이곳에 전투기는 물론 폭격기와 공중급유기까지 이착륙할 수 있는 장대형 활주로를 건설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산호초와 얕은 바닷물로 이뤄진 황량한 암초에 불과했던 앤털로프 암초에 대규모 준설·매립공사를 통해 3000m급 활주로로 추정되는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고 일본 아시히신문 등이 일본 민간 정보수집·분석기관 딥다이브(DEEP DIVE)의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인용해 지난 25일 보도했다. 지난달 28일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앤털로프 암초 북서부에 활주로로 보이는 긴 직선 구조물이 드러났다. 인근에는 군용기 주기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넓고 평평한 부지도 조성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5일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활주로 부지의 지반 정지(整地)작업과 자갈·콘크리트 더미, 지반을 다지는 중장비 등이 포착됐다. 중국은 남중국해 남부 스프래틀리 군도(Spratly Islands·중국명 南沙群島·쯔엉사군도)에 구축한 군사기지에 이어 북부에도 새로운 대형 항공·해군 교두보를 확보함으로써 남중국해 전역에 대한 군사적 장악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여기에 드론(무인기)과 무인 수상정, 수중 로봇을 결합한 방어망까지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인공섬을 단순한 군사기지에서 미군의 접근을 매우 어렵게 만드는 첨단 ‘로봇 요새’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구상이다. 딥다이브에 따르면 앤털로프 암초의 활주로가 완공되면 길이가 2700m에 달하고, 활주로 끝의 안전구역까지 포함하면 3000m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투기뿐 아니라 대형 수송기와 공중급유기, 폭격기,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등 다양한 군용기를 운용할 수 있는 규모다.


다만 활주로 길이만으로 실제 운용 가능한 기종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활주로의 강도와 연료·정비시설 등도 갖춰져야 한다. 군사정보 분석업체 플래트래커의 벤 루이스 설립자는 로이터통신에 “중국이 남중국해 남부 피어리크로스 암초(Fiery Cross Reef·중국명 永暑礁·베트남명 다쯔텁)에 건설한 활주로를 기준으로 볼 때 앤털로프 암초의 활주로 포장공사가 내년 상반기에 끝나고 내년 중반쯤 첫 항공기 착륙이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피어리크로스 암초에 주둔하고 있는 중국 사이버부대 대원들. ⓒ 신화/연합뉴스

앤털로프 암초는 중국 남부 하이난다오(海南島) 남쪽 파라셀 군도 남서부에 자리잡은 작은 환초다. 중국이 1974년 남베트남과의 해전에서 승리한 뒤 파라셀 군도 전체를 실효 지배하고 있지만, 베트남과 대만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앤털로프 암초에서 대규모 준설·매립공사를 벌여왔다. 불과 수개월 만에 작은 암초는 거대한 인공섬으로 변모한 것이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아시아해양투명성이니셔티브(AMTI)는 지난 8월 이곳에 조성된 육지 면적을 5.90㎢로 추산했다. 서울 여의도 면적(2.9㎢)의 2배를 웃도는 크기다. 이는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한 최대 인공섬인 미스치프 암초(Mischief Reef·중국명 美濟礁·베트남명 다반칸)에 육박하는 규모다. 파라셀 군도의 기존 핵심 군사거점인 우디섬(Woody Island·중국명 永興島·베트남명: 푸럼섬)의 3.60㎢보다도 훨씬 크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이처럼 대규모 인공섬 건설에 나선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앤털로프 암초에 길이 680m가량의 부두와 깊은 수심의 항만이 조성됐다. 대형 화물선이나 유조선 등이 접안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면서 향후 군함과 군수물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복합기지로 발전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 같은 규모를 감안하면 중국이 앤털로프 암초를 새로운 대형 군사·민간 복합거점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물론 중국은 기상예보와 과학연구, 해양조사 등을 위한 민간시설이라고 주장하며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형 활주로와 항만을 결합한 시설 규모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앤털로프 암초 개발에는 보다 큰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남중국해 북부 파라셀 군도와 남부 스프래틀리 군도의 군사거점을 연결해 광대한 바다를 하나의 작전공간으로 통합하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스프래틀리 군도의 7개 암초를 매립해 인공섬으로 만들었다. 이 가운데 수비 암초(Subi Reef·중국명 渚碧礁·베트남명 다수비), 피어리크로스 암초, 미스치프 암초 등 3곳에는 3000m급 활주로를 건설했다.


레이더와 대공미사일, 대함미사일 등 군사시설도 배치해 항공기와 함정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핵심 거점으로 탈바꿈시켰다. 파라셀 군도의 우디섬에도 2700m급 활주로와 항만, 방공시설이 들어서 있다. 중국군은 이곳에서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으며 싼사시(三沙市) 정부 등 행정기관을 설치해 군사적 지배와 행정적 통제를 병행하고 있다. 앤털로프 암초는 우디섬에서 90㎞가량 떨어져 있다. 활주로가 완공되면 두 기지가 항공기와 함정의 작전을 서로 지원하면서 남중국해 북부의 군사적 통제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25일 남중국해 파라셀군도의 우디섬에 문을 연 싼사시(三沙市) 상업지구 쇼핑몰 음식점 앞에서 몰려든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화면 아래에는 “중국 최남단 쇼핑몰 개점”이라는 자막이 띄워져 있다. ⓒ 중국 관영 영문채널 중국글로벌TV네트워크(CGTN) 홈페이지 캡처

오하라 본지 딥다이브 대표는 중국군이 앤털로프 암초를 항공기의 상호 지원기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특히 스프래틀리 군도와 파라셀 군도에서 항공기와 함정을 운용할 수 있게 되면 중국이 남중국해를 개별 거점인 ‘점’이 아니라 광범위한 작전영역인 ‘면’으로 장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여러 인공섬의 레이더와 항공기, 미사일, 함정을 연계해 감시·정찰 범위를 넓히고 유사시 군사력을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만 유사시에도 전략적 가치가 크다. 로이터는 앤털로프 암초가 중국 해군 함정과 군용기의 작전 범위를 확대하는 동시에 하이난다오의 핵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 기지로 이어지는 해상 접근로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콜린 코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관계대학원(RSIS) 선임연구원도 WSJ에 앤털로프 암초의 석호가 잠수함과 해경 함정, 항공모함까지 수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지적했다. 중국 본토에 상대적으로 가까워 남부 스프래틀리 군도보다 군수물자 보급에 유리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중국은 이들 인공섬을 무인 무기체계로 방어하는 구상도 추진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8월 중국해경학원 함정지휘학과와 다롄해사대 해양전기공학과 연구진이 남중국해의 섬과 암초를 무인 장비로 방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연구진이 7월 중국 군사기술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의 핵심은 공중 드론과 무인 수상정, 무인 잠수정을 하나의 통합 방어망으로 묶는 것이다.


공중 드론이 넓은 해역을 정찰하면서 목표물을 탐지하고 무인 수상정은 해수면 부근의 위협을 감시한다. 무인 잠수정은 암초와 해협 주변의 수중 위협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방어망도 여러 겹으로 구성된다. 외곽에서는 무장 드론과 고속 무인 수상정이 접근하는 적을 공격하고, 중간 방어선에서는 전자전 장비로 상대의 통신과 지휘체계를 교란한다. 마지막 방어선은 자폭 드론과 근접 방어용 무인 장비가 담당한다.


이런 구상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인 수상정이 러시아 흑해함대의 대형 군함을 공격한 사례에서 착안했다. 적은 비용으로 운용하는 무인 장비의 집단 공격이 값비싼 대형 함정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중국 연구진이 제안한 개념일 뿐 실제 인공섬에 이 같은 무인 방어체계가 배치됐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구상이 현실화하면 중국은 적은 병력으로 광범위한 해역을 감시하고 미군과 동맹국 함정의 접근을 어렵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자료: 일본 아사히신문/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등

중국의 군사기지 확장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더욱 격화시킬 전망이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은 앤털로프 암초의 매립공사에 강하게 반발했다. 베트남 외교부는 “파라셀 군도에서 자국의 허가없이 이뤄지는 외국의 활동은 불법”이라고 중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자국 영토에서 주민의 생활 환경을 개선하고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정당한 건설 활동이라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 용어 설명


‘불침항모’(不沈空母·Unsinkable Aircraft Carrier)는 적의 공격에도 쉽게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이라는 뜻이다. 군사적 요충지인 섬이나 육상기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일반 항공모함과 달리 이동할 수 없지만 활주로와 전투기 격납고, 미사일 발사시설, 레이더 및 방공망 등을 갖춰 항공모함에 버금가는 군사적 기능을 수행한다. 전투기의 작전반경을 넓히고 주변 해역과 영공을 감시·통제하는 전진기지 역할도 한다. 중국이 남중국해 섬과 암초를 군사기지화하는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다만 위치가 고정돼 있는 탓에 적의 미사일 공격에 취약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 용어는 나카소네 야스히로 일본 총리가 1983년 1월18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워싱턴포스트(WP) 기자들과의 조찬 인터뷰에서 일본 열도를 소련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는 '불침항모'로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알려졌다.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강조한 이 발언은 소련의 강력한 반발을 불렀을 뿐만 아니라 일본 국내에서도 군사대국화 논란을 촉발했다.



ⓒ

글/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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