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조 규모에도 수익률 ‘쥐꼬리’…제도 손질 나선 정부
기금형 퇴직연금·위험자산 한도 완화…자금 유입 기대
금융지주 쏠림·국민연금 진입 변수에는 수혜 제한 우려
수탁자책임 강화에 방어적 운용 가능성…업계 부담 가중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정부가 500조원을 넘어선 퇴직연금 시장에 운용체계 변화를 예고한 가운데 증권업계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두고 대형 금융지주와 국민연금과의 경쟁, 강화된 운용 책임이 부담으로 떠오르면서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9일 ‘퇴직연금 기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2월 노사정이 합의한 사외적립 의무화와 기금형 활성화 내용을 구체화한 것으로, 다음달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마련해 연내 통과시키는 게 목표다.
퇴직연금 기능 강화 방안에는 크게 ▲전 사업장 퇴직연금 사외적립 의무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위험자산 투자 한도 완화 등이 담겼다.
정부가 퇴직연금 손질에 나선 것은 퇴직연금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것과 달리 수익률은 저조하다는 판단에서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501조4000억원으로, 전년(431조7000억원) 대비 16.1% 증가하며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지난해 수익률은 6.47%로, 국민연금(18.82%)·공무원연금(17.2%) 등 다른 연금보다 낮았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75.4%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집중돼 있는 등 보수적인 운용 방식이 수익률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것이 바로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금융기관이나 사용자·노사단체 연합, 공공기관 등 전문성을 가진 제3자에게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하도록 하는 제도로 확정기여형(DC)·개인형퇴직연금(IRP)에 적용된다.
수탁법인이 대규모로 적립금을 모아 대신 운용하면 기대수익률이 높아지고, 국민연금 등과 함께 다층적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는 게 정부 기대다.
업계에서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이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진 한국투자증권 연금혁신본부장은 “기금형 도입에 따른 경쟁 심화는 기존 계약형 퇴직연금 시장에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 있고, 증권사들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계약형과 기금형이 공존하는 만큼, 다양한 운용 방식에 대한 가입자 수요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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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기금형 퇴직연금은 기회이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탁법인 주체에 따라 ▲민간 금융회사가 단독 또는 공동으로 수탁법인을 설립하는 금융기관 개방형 ▲복수 기업이나 노사단체가 참여하는 연합형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과 같은 공공기관 개방형 등 세 가지로 나뉜다.
금융기관 개방형에는 은행·증권·보험 등을 보유한 대형 금융지주가 계열사 시너지를 앞세워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기금형 제도 수혜가 금융지주에 집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증권사가 체감할 수 있는 수혜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건은 국민연금의 참여 여부다.
국민연금이 공공기관 개방형 사업자로 들어올 경우, 금융기관 개방형·연합형 사업자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국민연금의 참여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정부는 참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고강도 수탁자책임 요건이 대폭 강화되는 점 역시 부담 요인이다.
금융사에 가입자 이익 최우선 의무와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부여하는 것인데, 기금 운용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거나 이해상충·설명의무 위반 등이 불거지면 고의·과실 또는 인과 관계가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운용 방식이 퇴직연금 시장에 그대로 적용될 경우, 가입자의 투자 성향이나 생애주기에 맞춘 운용이 위축될 수 있다”며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자금의 성격, 가입자별 운용 목적이 다르기에 동일한 체계에서 운용하는 것이 반드시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고 짚었다.
이어 “가입자 보호를 위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운용 손실에 대한 책임이 과도하게 강화되면 금융사 입장에서는 손해배상 책임이나 사후 소송을 우려해 적극적인 투자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질 수 있고, 보수적·방어적 운용에 치중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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