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조 흑자 뒤에 8000억 적자…삼성전자 '메모리값의 역설' (종합)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10.29 13:21  수정 2026.10.2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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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95.3조·영업익 107.4조 역대 최대…전사 이익 99% 반도체서

폴더블 판매 호조에도 MX·네트워크 6000억 손실…TV·가전도 2000억 적자

디스플레이 1.1조·하만 6000억 흑자…부문별 실적 명암 뚜렷

내년에도 완제품 원가 부담 지속…시설투자 84.4조·현금배당 30조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앞에서 삼성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웃고 울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메모리 가격 급등에 힘입어 3분기 영업이익 107조원을 돌파했지만, 스마트폰과 TV·가전 등 완제품 사업은 8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같은 메모리 가격 상승이 반도체 사업에는 막대한 이익을 안긴 반면 완제품 사업에는 원가 부담으로 돌아오면서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사업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삼성전자는 29일 연결 기준 3분기 매출 195조2532억원, 영업이익 107조440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26.9%, 영업이익은 783.1% 증가했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13.9%, 20.1% 늘어난 규모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4개 분기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영업이익률은 55.0%로 지난해 3분기 14.1%보다 40.9%포인트 높아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글로벌 테크 기업 가운데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상 최대 실적의 대부분은 반도체 사업에서 나왔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3분기 매출 147조1000억원, 영업이익 10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DS 영업이익률은 72.4%로 전사 영업이익의 약 99.1%에 해당하는 이익을 거뒀다. 반면 스마트폰과 TV·생활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매출 52조1000억원, 영업손실 8000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8% 늘었지만 적자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2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영업손실이다.


ⓒAI 이미지
반도체는 사상 최대 이익…DX는 원가 부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호실적은 HBM4를 비롯한 고부가 메모리 판매 확대와 범용 D램 가격 상승이 동시에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 HBM4 매출이 전 분기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체 HBM 매출에서 HBM4가 차지하는 비중도 약 60%까지 높아졌다. 같은 기간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약 20% 상승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면서 HBM뿐 아니라 서버용 D램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도 급증했다. 삼성전자는 제한된 생산능력 속에서 고부가 AI 메모리 공급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반도체 사업의 수익성을 높인 가격 상승은 스마트폰 사업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모바일용 메모리 가격까지 동반 상승하면서 제품 제조원가가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사업의 3분기 합산 매출은 37조7000억원, 영업손실은 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 영업손실 7000억원보다 적자 규모는 1000억원 줄었지만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스마트폰 판매 자체는 증가했다. MX 사업 매출은 37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약 15% 늘었다. 갤럭시 Z 폴드8 등 폴더블 신제품 출시와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 확대가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고가 제품 판매 비중이 늘면서 평균판매가격도 상승했다. 이를 통해 메모리 등 부품 가격 상승의 영향을 일부 상쇄했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컨콜에서 신제품 출시와 프리미엄 제품 비중 확대에 힘입어 모바일 사업 실적이 전 분기보다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메모리를 비롯한 주요 부품의 원가 부담이 지속되면서 수익성 회복이 제한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네트워크 사업에서는 북미 시장 매출과 수익성이 높은 소프트웨어 매출이 감소하면서 실적이 하락했다. TV와 생활가전 사업도 적자를 기록했다.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등의 3분기 합산 매출은 13조9000억원, 영업손실은 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TV 사업은 글로벌 대형 스포츠 이벤트 종료 이후 수요가 감소하면서 매출이 줄었다.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늘리고 비용을 효율화해 수익성 하락 폭을 제한했지만, 부품 원가 상승에 따른 부담은 피하지 못했다.


생활가전 사업은 판매 확대에도 이익이 감소했다. 국내 마케팅 강화와 가전 구독, 기업간거래(B2B) 사업 확대에 힘입어 판매는 호조를 보였으나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이 수익성을 압박했다. MX·네트워크 사업의 적자 폭이 일부 축소됐음에도 TV·가전 사업의 손실이 확대되면서 DX 부문 전체 영업손실은 전 분기와 같은 8000억원에 머물렀다.



하만 레디 스트림쉐어(HARMAN Ready StreamShare)ⓒ하만
디스플레이·하만은 실적 개선…OLED·전장 성장

반도체와 완제품 사업의 실적이 엇갈린 가운데 디스플레이와 하만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3분기 매출 8조원, 영업익 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익은 전 분기 7000억원보다 4000억원 증가했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사업에서는 주요 고객사의 신제품 출시에 맞춰 프리미엄 모바일용 OLED 패널 공급이 늘었다.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도 게이밍 모니터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와 원가 절감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 폴더블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패널 공급을 늘리고, 8.6세대 IT용 OLED 생산라인의 가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형 디스플레이에서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전장·오디오 사업을 담당하는 하만도 실적이 개선됐다. 하만은 3분기 매출 4조3000억원, 영업익 60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익은 전 분기 대비 2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전장과 오디오 제품 판매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간 가운데 미국 관세 환급에 따른 일회성 이익도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삼성전자는 컨콜에서 자동차용 텔레매틱스 제품 공급 확대 등으로 전장 사업의 실적 기반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만의 이번 실적에는 관세 환급이라는 일회성 요인이 포함돼 있어 지속적인 수익성 개선 여부는 향후 전장 수주와 오디오 판매 실적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메모리 강세…완제품 수익성 회복은 과제

삼성전자는 4분기에도 반도체 사업을 중심으로 전사 실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신규 GPU·CPU용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고, 개인용 AI 에이전트 서비스 확산에 따라 고용량 SSD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2027년 HBM 공급 물량에 대해 목표 가격 수준에서 고객사들과 판매 협상을 완료한 상태다. 공급 물량이 이미 모두 판매된 상태임에도 주요 고객사의 추가 공급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메모리 장기공급계약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대형 고객사 10곳과 다년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추가로 10곳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7곳은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회사는 AI 관련 수요 증가와 신규 팹 건설에 필요한 시간 등을 고려하면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실적 회복을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4분기 2세대 2나노 공정 기반 모바일 반도체와 4나노 공정 기반 신경망처리장치(NPU) 양산을 확대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가동과 AI·고성능컴퓨팅(HPC) 반도체 생산 확대를 통해 매출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반면 완제품 사업에서는 내년에도 원가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메모리 등 부품 가격 상승이 제품 판매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중저가 제품의 판매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반대로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서 시장 전체 평균판매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MX 사업에서는 플래그십과 폴더블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AI 기능과 하드웨어 경쟁력 강화를 통해 고가 제품의 판매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TV 사업에서는 전체 시장 수요가 정체되거나 소폭 감소할 가능성에 대비해 OLED와 초대형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집중한다. 서비스·플랫폼 사업을 강화해 하드웨어 외 수익원도 확대할 예정이다. 가전도 B2B 사업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올리겠단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급 부족과 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2027년 전사 실적이 올해보다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완제품 사업의 비용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에 76.8조 투자…연간 시설투자 84.4조

삼성전자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75조1361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4.9% 증가했다. 영업익이 같은 기간 20.1% 늘어난 것에 비하면 증가 폭은 제한적이었다. 금융손익 악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 환율 하락도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컨콜에서 주요 통화의 환율 하락으로 부품 사업을 중심으로 전사 영업익에 전 분기 대비 약 10조원의 부정적 영향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호황에 대응한 시설투자는 크게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연간 시설투자액을 지난해보다 31조7000억원 증가한 84조4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 가운데 약 91%인 76조8000억원을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에 투입한다. 디스플레이 부문 투자액은 3조9000억원이다. 3분기 시설투자액은 29조원으로, 올해 1~3분기 누적 투자액은 56조9000억원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생산 인프라를 확충하는 한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을 중심으로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3분기 현금배당 30조원…잔여 주주환원 최대 75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대규모 주주환원도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현금배당 규모를 총 30조원으로 확정했다. 보통주와 우선주 모두 주당 4601원을 지급하며, 배당금 지급 예정일은 11월 27일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계획한 전체 주주환원 규모는 90조~110조원이다. 이미 집행했거나 확정한 35조원을 제외하면 잔여 재원은 55조~75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남은 재원을 현금배당과 상당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에 활용할 방침이다. 보통주와 우선주 간 가격 차이를 고려해 자사주 매입 시 우선주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잔여 주주환원 규모와 실행 계획은 2027년 1월 말 이사회에서 확정하고, 차기 주주환원 정책과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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