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CI. ⓒ데일리안DB
▲ 최상을 꿈꾸며 내린 선택이 최악의 결과로 돌아온다면. 당연하게 여겼던 일이 실은 더 나은 대안을 스스로 접은 대가였다면. 이미 지나간 선택에 '만약'을 붙여 보는 것은 그래서 흥미롭다.
SK하이닉스가 28일 3분기 배당으로 주당 2만원을 내놨다. 직전 분기 375원의 53배다. 이 가운데 절반인 1만원은 일본 키옥시아 투자 회수에 따른 특별배당이다. 해외에 심은 전략적 자본이 열매를 맺어 주주들에게 돌아간 셈이다. 한국 증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만약'을 떠올려 본다. 솔리다임이 예정대로 글로벌 자본시장에 안착해 가치를 평가받았다면 어땠을까. 외부 자본을 끌어들여 생산능력과 기술을 키웠다면, SK하이닉스 주주들에게 돌아갈 중장기 환원 재원도 더 커지지 않았을까.
▲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을 인수해 출범시킨 미국 기업이다. 국내에서 키운 핵심 사업을 물적분할해 따로 상장하는 전형적인 '쪼개기 상장'과는 출발점이 다르다.
회사가 밝힌 상장 목적도 외부 자본으로 생산시설 확충 재원을 마련하고 모회사의 투자 부담을 덜어 주주환원 여력을 넓히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키옥시아의 성공이 솔리다임의 성공까지 보증하지는 않는다. 투자 수익을 회수하는 일과 자회사가 성장자금을 조달하는 일은 다르다.
공모자금이 곧바로 모회사 주주의 배당금이 되는 것도 아니다. 외부 투자자에게 지분을 내주면 앞으로의 이익도 나눠야 한다. 따져야 할 것은 그 희석을 웃도는 성장과 투자 부담 감소를 얻을 수 있느냐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솔리다임 지분 10%를 외부에 넘겨도 SK하이닉스 주당순이익 감소는 1% 안팎이라고 봤다. 지분율을 온전히 지키는 선택이 언제나 주주에게 더 많은 이익을 남기는 것은 아니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그러나 솔리다임에는 '중복상장'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주주들은 지분 희석을 걱정했고, 시장은 출렁였다. 금융당국은 해외 상장도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결국 자본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 검토를 중단했다. 물론 이를 정치적 압박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다만 서로 다른 거래의 조건과 효과를 따지기보다 꼬리표가 판단을 앞선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는 있다.
더 중요한 건 SK하이닉스가 접은 게 상장 검토뿐이라는 점이다. 솔리다임이 생산시설을 늘리고 기술을 키우는 데 돈이 필요하다는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외부 자본을 받지 않는다면 자체 현금이나 모회사 투자, 차입 같은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지분 희석을 피하는 대신 현금을 더 쏟아붓거나 빚을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상장하지 않는 선택에도 비용이 따른다는 얘기다.
▲ 주주 보호는 그 비용까지 함께 계산하는 일이어야 한다. 회사는 얼마의 지분을 어떤 가격에 내주고 무엇을 얻을지 설명해야 한다. 투자 부담이 줄어든다면 그 여력을 어디에 쓸지도 밝힐 일이다. 당국은 그 설명을 검증하고 필요한 보호 장치를 요구하면 된다. '기업의 자율성'이 주주의 우려를 덮는 말이 될 수 없듯, '주주 보호'도 기업의 자금조달을 무조건 막는 말이 돼서는 곤란하다.
키옥시아 특별배당은 하나의 선택이 맺은 결실이다. 솔리다임은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남겼다. 상장했더라도 주주들이 더 많은 돈을 받았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지분을 지켰다는 안도만으로 판단을 끝낼 수도 없다. 그 지분의 가치를 키울 기회와 모회사가 덜 수 있었던 부담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최상을 꿈꿨다는 명분만으로 최선의 선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주주의 몫을 지킨다며 미래의 몫까지 접은 것은 아닌지, 지금 필요한 건 그 선택의 재검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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