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보령, 고혈압 신약 '카나브' 우주로 보낸다

한보라 기자 (simplyh@dailian.co.kr)

입력 2026.10.28 17:15  수정 2026.10.2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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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중력 활용해 최적의 결정다형 확보 추진

국내 제약사 중 첫 우주 인프라 확보 나선다

임동주 보령 전략사업본부장 ⓒ데일리안 한보라 기자

보령이 핵심 제품인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를 우주로 보낸다. 이미 검증된 우수한 신약을 통해 미세중력 환경이 의약품 연구개발(R&D)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증명하는 차원이다. 일라이 릴리, 머크(MSD) 등 글로벌 빅파마도 우주 실험을 통한 약물 제형 개선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먼저 우주의학 인프라에 진출해 시장 선점을 시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임동주 보령 전략사업본부장은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BIX 2026)' 전문 세션을 통해 임 본부장은 "항고혈압 저분자 의약품의 결정화 공정을 우주로 보낼 예정"이라며 "미세중력에서는 대류와 침강이 없어 더 나은 결정다형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약품의 품질을 결정하는 건 성분의 분자가 쌓이며 만들어지는 '결정'이다. 같은 성분으로 만든의약품이라도 분자가 뭉친 결정 형태(결정다형)에 따라 흡수율이 달라져 약효에 차이가 생긴다. 국내외 제약사들이 의약품을 만들 때 용매 등 생산 공정을 까다롭게 따지는 이유다.


보령은 간판 제품인 ‘카나브’를 통해 우주 미세중력 환경에서의 결정화 역량을 증명한다는 전략이다. 분자 결정 모양이 제각각 형성되는 건 ‘중력’ 때문이다. 중력 때문에 발생하는 침강과 대류 현상이 결정다형을 제각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에서 분자는 ‘균일한’ 최적의 결정 조건으로 쌓인다. 우주에서 결정다형이 고르게 쌓이는 조건을 알아낸 뒤 지구의 생산 공정에 적용한다는 발상이다.


글로벌 성공 사례도 있다. 머크는 2017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성분의 결정화 실험을 했다. 항체 의약품인 키트루다는 현탁액 속 결정을 얼마나 균일한 크기로 만들 수 있는지를 과제로 안고 있었다. 머크는 미세중력 환경에서 지구에서보다 균일한 결정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약물 전달에 적합한 결정 조건을 확인한 것이다.


임 본부장은 “적절한 우주 제조사를 파트너사로 삼아 우주에 보령 전용 실험실을 확보할 것”이라며 “상업 우주정거장이 될 수도 있고 재진입 캡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실험을 진행할 우주 인프라도 이미 확보했다. 보령은 민간 우주정거장을 개발하고 있는 미국 액시엄 스페이스와 함께 합작법인(JV) '브랙스 스페이스'를 세웠다. 브랙스스페이스는 지구 저궤도에서 액시엄 인프라를 활용하는 사업의 국내 독점권을 갖는다. 나아가 달 착륙선 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에도 약 134억원(1000만 달러)를 투자했다다.


보령은 우주 의약품의 첫 기회가 희귀질환에서 열릴 것으로 본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소량 생산만으로도 부가가치가 큰 만큼 값비싼 우주 실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보령이 투자한 미국 바이오텍 람다비전은 미세중력에서 단백질 층을 쌓아 인공 망막을 만들고 있다.


보령은 보건복지부 등 보건 당국이 우주 의약품의 활용 제도를 마련해 줄 것도 주문했다.임 본부장은 "우주항공청뿐 아니라 보건복지부 같은 부처가 생명과학 연구에 우주를 어떻게 쓸지 정책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며 "해외에서도 의약품 규제는 우주 기관이 아닌 정부 부처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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