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300원대 초반 등락
'4%대 성장론' 속 깊어지는 양극화
돈 풀기 부메랑…환율 다시 오를까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초반에서 등락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 안착한 가운데, 정부의 확장적 재정 운용 기조를 둘러싼 외환당국의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최근 반도체 업황 개선에 힘입어 연간 경제성장률 4%대 달성 가능성까지 거론되지만, 정부가 추가로 대규모 재정·신용 투입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내수 진작을 위한 유동성 확대가 자칫 환율을 다시 자극해 수입물가를 밀어 올리고 내수 회복세를 되레 꺾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유럽 곳곳의 고물가·주거난 시위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민생 회복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적극 동원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연말까지 골목상권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집중한다.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면 국가 신용 지원과 재정 투입도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꺼내 든 배경에는 거시 지표와 체감경기 간의 심각한 괴리가 자리 잡고 있어서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1.0% 증가하며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4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0%에 그쳐도 연간 성장률이 3.6%에 달한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만약 4분기에 1.4% 이상 성장한다면 연간 4%대 성장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외형상으로는 견고한 성장 궤도에 진입한 모양새다.
문제는 성장의 질이다. 이번 경기 반등을 이끄는 핵심 동력은 반도체 중심의 수출과 설비투자다.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가격 상승과 글로벌 수요 회복에 힘입어 전체 성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장치산업 특성상 고용 유발 효과가 제한적이다.
반도체가 수출 지표를 끌어올리고 있음에도 전체 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절반 수준에 머무는 배경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반도체 착시에 안주하지 말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구조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호실적으로 늘어난 재정 여력을 생산적 투자와 내수 기반 강화에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재정을 통한 직접적 경기 진작책에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시중에 단기 유동성이 대거 풀릴 경우 환율 상승을 유발해 가까스로 1300원대 중후반에 자리 잡은 외환시장을 다시 흔들 수 있어서다.
통화당국 역시 급격한 재정 투입에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앞서 22일 기준금리를 연 3.0%로 동결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정 지출은 지속 가능성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며 "일시적인 재정 지원으로 지속적인 지출이 생긴다면 나중에 되돌리려고 할 때 상당히 어려운 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경우 원자재와 에너지, 곡물 등 주요 수입품목의 가격이 상승해 어렵게 잡혀가는 물가 안정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예정처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오를 때 수입물가는 즉시 0.9%, 1개월 뒤에는 1.0% 뛰었다.
만약 환율이 또다시 상승하게 되면 이에 따른 수입물가 부담은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려 정부가 의도한 내수 진작 효과를 상쇄하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민생을 살리기 위한 재정 집행의 시급성과 거시경제·외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신중론 사이에서 정책간 안정적인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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