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방 7816점·북엔드 4674점, 세계 최대 컬렉션 인증
1995년부터 패션·예술·영화·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 수집
과거 디자인을 연구 자산으로…호텔·외식 사업과 연계 확대
서울 강서구 이랜드글로벌R&D센터 지하 수장고에 다양한 형태의 북엔드가 전시돼 있다.ⓒ이랜드그룹
“마르크 샤갈의 작품 ‘평화’, 마릴린 먼로의 영화 의상, ‘스타워즈’ 특수효과 촬영 카메라까지.”
서로 다른 시대와 분야를 아우르는 이 소장품들은 모두 ‘이랜드그룹’이 수집해 온 컬렉션이다. 이랜드그룹은 1995년부터 패션과 예술, 영화,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소장품을 수집해 왔다. 패션·유통 기업이 이처럼 다양한 예술 작품과 대중문화 소장품을 모으는 이유는 무엇일까.
28일 이랜드에 따르면 지난 30여 년간 모은 소장품은 100만 점을 넘어섰다. 수집의 출발점에는 과거의 디자인과 창의성이 새로운 상품 개발의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역사 속에 축적된 지혜를 미래의 창작으로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1980년 의류 사업으로 출발한 이랜드가 수십 년간 모은 패션·문화 자료를 기업의 자산으로 축적하고, 이를 디자인 연구개발과 문화 콘텐츠 사업으로 연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이랜드그룹은 올해를 기점으로 소장품을 활용한 문화 콘텐츠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기존 외부 공간과의 협업 전시를 이어가는 한편, 그룹 내 사업장과의 연계를 강화해 고객들이 소장품을 접할 기회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체 박물관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 확장에 힘을 실어줄 계기가 이번 ‘기네스 세계 기록 인증’이다. 여행 가방과 북엔드 컬렉션의 전시 규모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면서 30여 년간 축적한 소장품의 규모와 가치를 대외적으로 알릴 기회를 마련했다.
이날 이랜드그룹은 서울 강서구 이랜드글로벌R&D센터에서 ‘기네스 세계 기록 공식 인증식’을 성황리에 마쳤다. 여행 가방 7816점과 북엔드 4674점으로 각각 '세계 최대 규모의 여행 가방 컬렉션'과 '세계 최대 규모의 북엔드 컬렉션' 부문에서 기네스 세계 기록 공식 인증을 받았다.
현재 이랜드글로벌R&D센터 지하 1·2층에는 그래미 어워즈 트로피부터 전설적인 가수들의 무대 의상과 악기, 아카데미 수상작에 실제 사용된 영화 소품, 스포츠 스타들의 유니폼,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들의 오리지널 의상 등 시대를 대표하는 소장품을 폭넓게 보유하고 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30년 동안 모아 온 아카이브가 세계 기록으로 인정받아 뜻깊다”며 “앞으로도 소장품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최대 30개 부문의 기네스 세계 기록에 도전해, 이랜드글로벌R&D센터를 세계 최대 규모의 컬렉션을 갖춘 패션 R&D센터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28일 서울 강서구 이랜드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기네스 세계기록 공식 인증식’에서 (왼쪽부터 오른쪽)한우석 이랜드뮤지엄 대표, 손민영 기네스 세계기록 공식 심사관, 서영희 이랜드뮤지엄 총괄디렉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이랜드그룹
그 중에서도 이번에 기네스 세계기록 인증을 받은 여행 가방 컬렉션은 물건 자체에 담긴 시대적 배경과 문화적 가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여행가방의 디자인 하나도 시대별 이동 방식과 생활문화의 변천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마차 여행이 일반적이던 시절에는 윗면이 둥근 ‘돔톱 트렁크’가 사용됐지만, 철도와 증기선이 발달하면서 짐을 쌓기 편한 평평한 형태의 ‘플랫톱 트렁크’가 등장했다. 이후 자동차와 항공기가 보편화되면서 여행 가방도 휴대성과 이동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또한 북엔드는 단순히 책을 받치는 도구를 넘어 당시 사람들의 취향과 문화를 보여주는 생활용품이다. 책이 귀했던 시절에는 일부 귀족층이 사용했지만, 인쇄·출판 기술이 발달하고 책이 대중화되면서 북엔드의 디자인도 다양해졌다. 동물부터 역사적 인물과 건축물까지 다양한 형태로 제작된 것이 대표적이다.
서영희 이랜드뮤지엄 전시총괄은 “마차와 기차, 배와 자동차, 비행기가 등장할 때마다 여행가방의 모습도 달라졌다”며 “북엔드 역시 단순히 책을 받치는 도구를 넘어 당시 사람들의 관심사와 문화, 시대상을 담고 있다”고 웃어보였다.
서울 강서구 이랜드글로벌R&D센터 지하 2층에 마련된 여행 가방 컬렉션 전시 공간.ⓒ이랜드그룹
◇ 컬렉션, 단순 사업 활성화 넘어 ‘문화보국’ 의미 ↑
이처럼 이랜드그룹이 다양한 분야의 소장품을 수집해 온 배경에는 패션 연구의 뿌리이자 새로운 디자인의 영감이 되는 자료를 직접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자료를 체계적으로 축적해 상품 개발에 활용할 연구 기반을 마련해 온 것이다.
특히 이랜드뮤지엄이 아카이브 구축에 힘써온 배경에는 ‘문화보국’의 비전이 있다.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국내에서도 누구나 접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소장품을 단순히 보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시와 디자인 연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이랜드뮤지엄은 수집한 소장품을 대중에게 공개하기 위해 최근 3년간 20차례가 넘는 전시를 기획하고, 누적 관람객 수 110만 명을 돌파했다. 패션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관람객도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에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 마이아트뮤지엄 마곡원그로브점에서 두 번째 패션 테마 전시 ‘상상력 옷장’을 선보였다. 알렉산더 맥퀸, 크리스찬 디올, 장 폴 고티에, 마르탱 마르지엘라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 20인의 오리지널 의상과 패션 아카이브를 공개했다.
이랜드뮤지엄은 국내 전시뿐 아니라 세계적인 박물관과 문화기관에도 소장품을 대여하며 그 가치를 알리고 있다. 2017년에는 할리우드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소유했던 여행용 트렁크, 슈트케이스 등 4종의 가방을 글로벌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전시에 대여하기도 했다.
이랜드뮤지엄의 소장품은 박물관과 전시장을 넘어 호텔과 외식 등 이랜드그룹의 다양한 사업 공간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소장품을 각 사업장의 특성에 맞게 전시 콘텐츠로 활용해 고객이 머무는 공간에 문화·예술적 요소를 더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외식 분야에도 소장품을 적용했다. 이랜드이츠의 외식 브랜드 ‘애슐리’라는 이름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등장인물 ‘애슐리 윌크스’에서 따왔다. 애슐리퀸즈는 서울 성수동에서 선보인 전시형 팝업 ‘하우스 오브 애슐리’에 이랜드뮤지엄의 소장품을 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는 호텔 브랜드 켄싱턴호텔 평창에서도 올림픽 관련 소장품 약 200점을 만나볼 수 있다. 김연아 선수의 스케이트와 마이클 펠프스의 수영모를 비롯해 1924년 샤모니 동계올림픽부터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까지의 공식 포스터 컬렉션 등이 전시돼 있다.
여기에 강원 고성에 선보인 첫 럭셔리 리조트 ‘그랜드 켄싱턴 설악비치’는 ‘아트&컬처 리조트’를 콘셉트로 리조트 전체를 하나의 미술관처럼 꾸민 ‘현대미술 거장전’을 운영한다. 100% 회원제로 운영되며 투숙객은 객실에서 세계적인 명작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서영희 전시총괄은 “이랜드뮤지엄은 이번 2개 컬렉션의 인증을 시작으로 보유 소장품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향후 최대 30개 부문의 기네스 세계기록에 추가 도전할 계획이다”며 “이와 함께 이랜드글로벌R&D센터 외부에 조각공원을, 내부에는 갤러리를 조성해 건물 자체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들것” 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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