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대출 확대, 정책적 기회 속 조달 비용·수익성 부담이 과제
해외 사례의 교훈은 정교한 고객평가와 상환설계·비용관리의 효과적 결합
지속 가능한 포용금융 위해 안정적 수익 창출은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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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을 늘릴수록 손해 아닌가?’ 최근 카드업계의 중금리대출 확대를 둘러싸고 나오는 고민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8개 전업카드사의 중금리대출 누적 취급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늘었다.
공급 확대는 분명하지만, 그만큼 이익도 늘어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배경에는 금융정책의 변화가 있다.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면서도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운 중·저신용자의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정책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중금리대출에 총량 관리상 우대를 부여해 공급을 유도하고 있다.
카드사에도 상대적으로 규제 여력이 있는 중금리대출 시장은 고객 기반을 유지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을 통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카드사의 고민에는 현실적 근거가 있다. 금융위원회가 정한 올해 하반기 카드업권의 민간 중금리대출 인정 금리상한은 연 12.26%다.
카드사는 해당 범위 안에서 조달 비용과 운영비, 부실에 따른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카드사는 은행처럼 예금을 받아 대출 재원을 마련하지 못한다.
회사채와 차입 등 시장성 자금 조달에 의존하므로 금리가 오르거나 신용시장이 불안해지면 비용이 늘어난다.
업계가 중금리대출 공급 확대에도 수익성 개선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는 배경이다.
그렇다고 중금리대출이 본질적으로 손해 나는 사업이라는 결론도 성급하다. 높은 금리를 받는 대출도 연체와 상각이 늘면 실제 이익은 작아진다.
반대로 금리가 낮아도 고객을 정확하게 선별하고 조달·모집·관리비용을 줄이면 안정적 수익이 가능하다.
판단기준은 명목금리가 아니라 비용과 예상 손실을 차감한 위험조정수익이어야 한다.
선진국 사례에서 먼저 주목할 대상은 씬파일러(Thin Filer)다.
신용이력이 부족한 고객에게 소액 분할상환 대출을 제공하는 미국 비은행 소비자금융회사 오포툰(Oportun Financial Corporation)은 포용금융의 사업화 과정에서 참고할 사례다.
신용 이력이 부족한 고객에게 소액 분할상환 대출을 제공하는 오포툰의 경험은 포용금융의 지속 가능성이 공급 확대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포툰은 신용이력이 없는 고객도 심사 대상에 포함하면서, 고객·상품 구성을 조정하고 조달·운영비용을 관리해 수익성을 개선했다.
국내 카드사가 참고할 부분도 높은 대출금리가 아니라 이러한 경영방식이다.
기존 신용점수가 놓친 상환능력을 찾아내고, 고객이 감당할 수 있는 분할상환 구조와 효율적인 비용체계를 결합해야 중금리대출을 장기적인 수익 기반으로 키울 수 있다.
국내 카드사가 주목할 것은 오포툰의 높은 대출가격이 아니라 고객평가와 상품구조, 조달·운영비를 함께 관리하는 방식이다.
금융 데이터와 심사기술의 효과를 검증하는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 핀레그랩(FinRegLab)의 연구는 기존 신용평가에 현금흐름 정보를 더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과거 대출·카드의 상환 이력과 부채 수준이 ‘지금까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보여준다면, 계좌 입출금 등 현금흐름 정보는 ‘현재 자금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들어오고, 지출 후 얼마가 남는가’를 보완적으로 파악하게 한다.
카드사가 참고할 차별점은 매출이나 입금총액만으로 한도를 정하는 데서 벗어나, 반복적인 수입과 일회성 입금을 구분하고 필수 지출·기존 원리금·계절적 변동을 반영해 실제 상환 여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핀레그랩은 기존 신용점수가 비슷한 고객 사이의 위험 차이를 현금흐름 정보로 추가 식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있다.
이러한 접근은 금융 이력이 부족한 고객의 이용 기회를 넓히면서도 무리한 한도 부여를 줄여, 카드사가 포용성과 수익성을 함께 추구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카드사의 중금리대출 확대는 단기 고수익 사업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정확히 평가한 고객에게 감당 가능한 금융을 제공하고, 정상 상환을 통해 거래관계를 키우는 사업이라면 중장기 건전성과 수익성의 기반이 될 수 있다.
포용금융의 성공은 손해를 감수한 공급을 계속 요구하는 데 있지 않다. 소비자의 부담을 낮추면서 금융회사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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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rmjiseo@hanmail.net)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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