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신고 의존하는 미분양 통계…과소집계 가능성 커
오피스텔·소규모 빌라 실태 파악 난항…소비자 정보 비대칭 우려
지방 미분양 해소·수도권 공급 확대 앞서 관리체계 보완 목소리
ⓒ게티이미지뱅크
미분양 적체가 건설경기 침체를 가중하는 가운데, 이를 관리하는 체계에도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아파트 미분양 통계가 사업자 신고에 의존해 과소 집계 우려가 있는 데다, 비아파트는 미분양 실태 파악 자체가 어려워서다.
지방 미분양 해소와 수도권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분양 실태에 대한 파악이 이뤄지지 않으면 효과적인 처방을 내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미분양 통계가 실제 시장에 쌓인 미분양 물량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방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비아파트는 전혀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아파트 미분양 수치 ‘빈틈’, 과소 집계 우려 커
국토교통부는 매달 지자체가 파악한 미분양 주택 현황을 취합해 다음 달 말 발표한다.
지난 8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9134가구로 이 중 준공 후 미분양은 2만8080가구다.
문제는 미분양 통계는 사업자의 신고에 의존하는 방식이어서 과소집계 우려가 따라붙는다. 사업자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실제보다 적은 물량을 신고하면 지자체가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미분양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분양과 자금 조달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사업자들이 현황 공개를 꺼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주택시장에선 통계로 공표된 수치보다 실제 미분양 물량이 더 많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고자 서울시에서도 2023년 미분양 신고를 의무화할 수 있도록 국토부에 주택법 개정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물론 미분양 신고를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복기왕 의원과 이연희 의원이 각각 2024년 10월, 지난해 7월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국토부도 미분양 현황 신고 의무화 관련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두 법안 모두 국토교통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신고 의무화는 제도화되지 못한 상태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가 지자체에 미분양 신고를 할 때, 건설사 사정에 의해 비공개한다고 하면 사실상 이를 밝힐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비아파트는 실태 파악부터 난항…관리체계 전무
이마저도 미분양 통계는 아파트에 대해서만 집계된다. 오피스텔이나 연립·다세대·다가구 주택 등 비아파트는 주택공급과 관련된 지표에 대해선 실적 파악이 이뤄지지만 미분양 통계는 운영되고 있지 않다.
많으면 1000가구 이상 대규모로 건설되는 아파트와 달리 비아파트는 공급 규모가 적을 뿐더러 소규모 빌라는 준공 이후 개별적으로 매수자를 찾는 경우도 있어 잔여 물량을 일괄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300실 이상 공급 시 청약홈을 통해 공개모집 절차를 거치지만, 이보다 적은 규모는 공개모집이 의무 사항이 아니다. 또 분양 후 미분양 된 잔여 물량을 별도로 관리하는 장치도 없다.
이 같은 정보 공백은 소비자들의 시장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계약을 검토하는 소비자는 미분양 규모 등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지 못하고 분양대행사의 설명에 의존해야 하는 정보 비대칭이 작용할 수 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비아파트는 아파트에 비해 공급 과정이 체계화 돼 있지 않다”며 “사업자들도 미분양 딱지가 붙는 것보다 주택을 판매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통계 집계에 적극 참여하는 분위기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부가 수도권에서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추진하는 만큼 공급 실적과 함께 실제 수요와 미분양 현황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역과 주택 유형에 따라 수요가 다른 상황에서 미분양 실태를 파악하지 못한 채 공급만 추진한다면 미분양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빌라는 입주자 모집 공고 절차 자체가 없어 분양을 했는지 안 했는지 파악조차 어렵다”며 “아파트 뿐 아니라 소규모 비아파트도 공실로 남는 경우가 많은데 제도적으로 관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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