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50%' 꺼낸 트럼프, 속뜻은 따로 있다…현대차에 던진 숙제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10.27 12:51  수정 2026.10.27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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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 자동차 한·일에 잠식…관세 50%까지 올릴 수도"

260억달러 투자 약속 넘어 美 경제 기여 입증 과제

현지 생산·부품 조달·고용 확대에 한미 공장 수익성까지

관세 부담 가격 전가도 한계…판매량·이익 균형 관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 기업을 향해 최대 50%의 관세 인상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 전략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발언은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메시지 성격이 강하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에 대한 투자 약속을 실제 생산과 고용, 공급망 확대로 연결하라는 압박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26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현대차그룹으로서는 투자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 이를 얼마나 실질적인 성과로 입증하느냐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 자동차 산업이 한국과 일본, 중국 등에 잠식됐다고 주장하며 관세를 최대 50%까지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나는 모두 되찾고 있다. 그들은 25%의 관세를 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미국에) 돌아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솔직히 말해서 나는 (관세를) 낮게 유지했다. 그들이 들어와 (미국을) 이용하려 한다면 관세를 50%까지 올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관세 인상 대상이나 시행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다. 당장 새로운 관세 정책을 발표했다기보다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제조업 보호와 일자리 확대 의지를 부각하려는 정치적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라 대규모 투자를 결정해온 현대차그룹으로서는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발표한 미국 투자 계획을 확대해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총 26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자동차 생산시설뿐 아니라 철강과 부품, 로봇 등 제조업 전반에 걸친 투자다.


핵심은 미국 현지 생산 확대다. HMGMA(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의 연간 생산능력을 기존 30만대에서 50만대로 늘리고,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과 조지아 기아 공장을 포함해 미국 내 연간 12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던 물량을 현지 생산으로 전환해 관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완성차 생산뿐 아니라 현지 공급망 재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8월 북미 부품 현지조달률 목표를 기존 60%에서 2030년 80%로 높였다. 미국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요 부품까지 현지에서 조달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추진하는 전기로 제철소도 이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HMGMA에서 생산된 아이오닉 5 차량에 기념 서명을 하고 있는 모습ⓒ현대자동차

그간 투자를 통해 미국 시장에 강한 의지를 내비쳐왔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트럼프의 발언이 '실제 성과'를 요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단순히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것을 넘어, 그동안 약속한 투자가 미국 경제에 어떤 이익으로 돌아오는지를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가장 직접적인 지표는 일자리 창출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의 성과로 미국 내 제조업과 고용 확대를 강조해온 만큼, 현대차그룹의 투자 역시 공장 건설과 가동에 따른 실제 고용 증가로 이어지는지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철강과 배터리 등 현지 산업과의 연계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에 미국산 소재와 부품을 얼마나 활용하는지에 따라 투자 효과가 현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수출하던 차종의 미국 현지 생산 전환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미국 내 생산량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어떤 차종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이를 통해 한국산 완성차 수입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향후 투자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관세 부담을 차량 가격에 반영하기도 쉽지 않다. 가격을 올리면 미국 시장에서 판매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고, 가격을 유지하면 제조사와 딜러의 수익성이 압박받을 수 있어서다. 결국 미국 투자 성과를 높이는 동시에 판매량과 가격 경쟁력, 한미 공장의 수익성을 모두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하성용 중부대학교 교수 겸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중간선거를 앞둔 산업적 메시지이자 투자 압박의 성격이 강하다"며 "앞으로 현대차와 같은 대규모 제조업체에는 미국에 얼마나 투자했느냐보다 그 투자가 미국 경제에 얼마나 실질적인 이익을 남기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수출하던 차종의 미국 생산을 확대하면서 한국과 미국 공장의 수익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투자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며 "관세 부담을 차량 가격에 전가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판매량과 딜러 수익, 제조사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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