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 아닌 ‘거름망’…스포티파이가 AI 음원을 다루는 법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10.28 14:00  수정 2026.10.28 14:00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저품질·스팸 음원 5000만곡 추천서 제외…삭제 대신 노출 조정

국내 플랫폼은 대량 생산 음원 현황·기준 공개 안 해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올해 저품질·스팸 음원 5000만 곡 이상을 알고리즘 추천과 에디토리얼 플레이리스트에서 제외했다. 규정 위반으로 완전 삭제된 7500만 곡과는 별개의 조치다. 이용자가 직접 검색해 들을 수는 있지만, 시스템의 선택을 받지 못하게 함으로써 사실상 노출을 줄인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청취자의 반응과 시스템 분석을 결합한 결과다. 스포티파이가 최근 6개월간 이용자들이 건너뛰거나 ‘듣고 싶지 않다’고 표시한 곡들을 분석한 결과, 자사 시스템이 ‘슬롭’(Slop·저품질 콘텐츠)이나 스팸으로 분류한 음원과 일관되게 일치했다. 진화하는 생성형 AI 음원을 기술만으로 완벽히 식별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청취자 반응에 업로드 패턴과 메타데이터, 외부 AI 탐지 도구 결과를 종합해 추천 시스템을 수정했다.


ⓒ스포티파이

추천 제외는 곧 정산 구조와 직결된다. 스포티파이는 연간 재생 1000회 미만 곡에는 저작권료를 배분하지 않고 있는데, AI 생성 추정 곡이 이 기준에 미달할 가능성이 10배 높다. 대량으로 찍어낸 음원이 알고리즘 추천을 받지 못해 재생 수를 쌓지 못하면 저작권료 배분 대상에서도 탈락하는 ‘수익 차단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등록 자체를 막는 대신 유연한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스포티파이는 지난 9월부터 AI로 만든 가상 아티스트 프로필에 ‘AI 페르소나’ 라벨을 붙여 기본 추천에서 제외하고 있다. 단, 이용자가 해당 아티스트를 직접 팔로우할 경우에만 개인화 추천에 다시 포함시켜 원하는 이용자의 청취권은 보장했다.


프랑스 음원 플랫폼 디저 역시 유사한 방식을 쓰고 있다. 디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하루 신규 업로드 곡의 44%인 약 7만 5000곡이 완전한 AI 생성 곡이었으며, 7월에는 그 비중이 절반을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추천 배제 정책 덕에 전체 재생에서 AI 곡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했다. 앞서 디저는 지난해 AI 생성 곡 재생의 최대 85%가 조작된 부정 재생이었다고 파악해 저작권료 지급을 거절하기도 했다.


음원 플랫폼은 대부분 전체 재생 횟수에서 각 곡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수익을 나눈다. AI 음원의 재생이 늘수록 인간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줄어든다. 추천에 오르지 않은 곡은 재생이 쌓이지 않고, 그만큼 인간 창작자의 몫이 유지된다. 해외 플랫폼이 AI 곡을 삭제하는 대신 추천에서 제외하는 이유다.


글로벌 플랫폼들이 AI 스팸 음원의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반면, 국내 상황은 대조적이다. 음악 크리에이터 머무르가 음악 생성 AI ‘수노’를 활용해 만든 곡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가 이달 2일 멜론 ‘톱100’ 18위로 진입한 뒤 13일 3위까지 오르고, 앞서 9월 조선힙합의 ‘마음의 숲’이 최고 89위를 기록하는 등 청취자의 선택을 받은 소수의 ‘성공한 AI 곡’에만 이목이 쏠려 있다.


정작 수면 아래에서 대량 생산되는 음원들이 국내 플랫폼에 얼마나 유입되고 있는지, 추천과 정산 과정에서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전무하다. 국내 주요 음원 플랫폼 관계자는 “현재 음원 등록 단계에서 기획사나 유통사 측에 AI 활용 여부를 묻거나 자체 확인하는 시스템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식별 장치조차 없으니 이를 알고리즘 추천이나 정산 과정에서 분리해 다룰 근거도 없다. 해외 플랫폼들이 하루 수만 곡씩 쏟아지는 AI 음원을 전제로 시스템을 개편하고 있는 만큼, 국내 음원 플랫폼 역시 무분별한 대량 생산 음원을 걸러내고 창작자 생태계를 보호할 객관적 기준을 내놔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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