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고용의 질이 점점 악화하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한국은행
최근 청년층 고용 시장이 표면적인 실업률 등 양적 지표는 과거보다 양호하지만, 임시·일용직이 늘어나는 등 고용의 질은 악화하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등 IT 제조업 중심의 성장 구조와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 확산으로 대기업의 신규 채용 문턱이 높아지면서, 청년층이 중소기업·임시직 등 2차 노동시장으로 내몰리면서다.
26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동향팀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청년고용 부진 및 정책 과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이후 청년고용 부진은 과거 고실업률이 표면화됐던 2014~2019년 부진기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2026년 청년 실업률은 평균 6%대 초반, 고용률은 45%대로 집계됐다.
취업률이 부진했던 지난 2014~2019년(실업률 9.4%, 고용률 42.0%)보다 수치상으로는 양호한 수준을 유지한 수준이다.
그러나 청년층 취업자 중 임시·일용직 비중은 2022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청년층의 '고용의 질 지수' 역시 핵심연령층(30~59세)이나 고령층(60세 이상)이 기준치를 웃돈 것과 달리 청년층만 기준치를 밑돌며 눈에 띄게 하락했다.
한은은 이러한 질적 악화의 배경으로 1차 노동시장의 수요 정체를 꼽았다.
청년층이 1차 노동시장 진입을 기다리며 대기하기보다, 눈높이를 낮춰 2차 노동시장으로 하향 진입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청년층의 취업 희망 기업 유형 중 대기업·공공기관 비중은 낮아지고 중소기업 비중은 상승했다.
ⓒ한국은행
특히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는 IT 제조업의 상용직 고용창출력 약화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생산 측면에서는 IT 제조업의 기여도가 크게 확대됐지만, 상용직 채용 비중은 여전히 비IT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쏠려 있다.
경제 성장이 양질의 청년 일자리 확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2022년 말 이후 본격화된 생성형 AI 확산도 청년 취업 문을 좁히고 있다.
기업들이 AI 도입으로 초급·기초 직무 수요를 줄이고 경력직 선호를 강화하면서, 진입 단계에 놓인 청년층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분석 결과 정보통신 등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일수록 청년층 고용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더 큰 문제는 2차 시장으로 진입한 청년들이 1차 시장으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끊기면서 고용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2차 시장에 누적된 청년층이 1차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고용 부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 전반의 이동성이 약화되면서 청년들의 직무 역량 축적 기회가 상실되고, 향후 노동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고용 개선이 지연되는 '이력 현상'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아울러 한은은 고용보호가 높을수록 청년고용률이 낮은 경향을 보인다고도 짚었다.
우리나라의 고용보호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중 10위권 수준이고, 한국의 경직적인 정규직 해고 보호 제도가 청년층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청년고용 문제는 산업구조 재편, 기술 변화, 경직적 노동시장이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적 문제"라며 "단순 일자리 정책을 넘어 IT 제조업의 성장세가 내수·연관 산업으로 파급되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AI 시대에 맞춘 교육-산업 연계와 함께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종합적인 접근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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