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A2O 프로듀서.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아이돌 육성 케이팝 시스템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이수만의 복귀가 요즘 케이팝계 최대 이슈다. 이수만은 2023년 SM엔터테인먼트 보유 주식을 하이브에 매각하면서 국내에서 3년 간 음반 프로듀싱을 하지 않겠다는 경업금지 약정을 맺었다. 자신의 이름을 딴 SM에서 밀려나는 것은 물론 아예 국내 케이팝 업계 전체에서 축출당하는 모양새였다.
그는 1990년대에 HOT를 만들어 아이돌 중심 케이팝 시대의 문을 열고 SES로 케이팝 걸그룹의 원형도 제시했다. 2000년대에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등으로 본격적인 한류 시대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명성과 영향력이 커져갈수록 반발도 커졌다.
마치 암흑의 케이팝 권력자처럼 인식이 돼서 누리꾼들의 공격을 한 몸에 받았다. 그의 주도로 만들어진 SM 아이돌의 음악, 스타일, 세계관 등도 조롱의 대상이 됐다. 이수만의 전횡으로 SM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거셌다.
YG나 JYP가 SM보다 자유로운 스타일로 인기를 끌고, 하이브가 멀티레이블 체제로 급성장하면서 SM의 위상이 축소되자 모든 원성이 이수만을 향했다. 나이가 70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트렌드 감각이 떨어져 경쟁력을 회복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정설로 통했다. SM 내부에서조차 이수만을 향한 반발이 터져 나오면서 그는 케이팝 업계의 현역에서 완전히 밀려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프로듀싱을 멈추지 않았다. 3년간 국내 활동이 불가해지자 그는 중화권으로 눈을 돌렸다. 2024년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A2O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같은 해 중국인으로 구성된 걸그룹 A2O MAY(메이)를 선보였다. 케이팝 시스템으로 만든 팀이지만 중화권 출신이기 때문에 씨팝(중국 대중음악) 그룹으로 인식될 수 있는 팀이었다.
이 팀이 국제적으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뒀는데 특히 국내 누리꾼들의 반응이 놀라웠다. 이수만이 국내에서 활동할 때만 해도 조롱과 비판의 대상이었는데 A2O MAY에 대해선 ‘이수만의 감이 살아있다’는 긍정적 반응이 많았다. 이수만이 빠진 SM이 기대에 못 미치는데 반해 SM에서 나간 이수만이 여전한 감각을 보여준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다 올해 들어 3년 경엄금지 기간이 끝나자 그는 국내에 A2O엔터테인먼트 지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이달 13일에 9인조 걸그룹 A2O LITE(라이트)와 15인조 보이그룹 A2O SOUL(소울)을 선보였다. 현재 선공개 곡만 공개한 상태고 정식 데뷔 앨범은 앞으로 나올 예정이다.
공개된 팀 중에서 걸그룹 A2O 라이트의 선 공개곡 '네온(NEON)'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발매 하루만에 멜론 톱100 음원차트 1위에 오른 것이다. 이미 굳건한 팬덤을 형성한 기성 한류스타조차 국내 음원차트 1위는 쉽게 하지 못한다. 신인에겐 당연히 더 힘든 일이다. 그나마 대형기획사 신인은 데뷔하자마자 주목 받기 때문에 음원차트 성적이 좋게 나올 수도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공개 하루만에 1위는 상상하기 어렵다.
A2O 라이트는 대형기획사가 아닌 신생 기획사 출신 신인이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기가 더 어려운 조건이었다. 대형기획사별로 팬덤이 확고히 자리 잡아서 신생 기획사의 신인은 설 자리가 없다는 게 최근의 분위기였다.
A2O LITE.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그런데 A2O 라이트가 신생 기획사의 신인으로서 선공개곡 발매 하루만에 음원차트 1위에 올랐으니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멜론 톱100 차트 개편 이후 최단 기간 1위 등극 기록이다. 기성 스타들의 기록까지 다 깼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데뷔 첫 주에 음악방송 3관왕에 올랐다.
이 충격적인 데뷔에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데뷔 이틀 후에 광고 제안 56건이 쏟아졌다고 한다. ‘네온 앤 비욘드(Neon and beyond)’라는 가사는 인터넷 밈으로 확산됐고 신 수능 금지곡이라는 말도 나왔다. ‘수만코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수만의 감각이 여전히 통한다는 이야기다. 70대라서 트렌드를 따라갈 수 없다고들 했었는데 지금은 이수만에게 100살까지 아이돌을 제작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한다.
정말 놀라운 복귀 서사다.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깬 사례이기도 하다. 70대 이후에도 케이팝 트렌드 감각이 유지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은 믿지 않았었다. 이수만의 성공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이번 복귀가 보여줬다. SM 시스템을 떠나서도 본인의 내공으로 얼마든지 새 회사와 새 그룹을 만들어낼 수 있는 프로듀서였던 것이다.
이 일은 케이팝 전성시대를 만든 리더들의 능력이 그렇게 쉽게 매도되고 무시당할 만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우리는 뭔가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비판할 때가 많은데, 비판은 쉬워도 책임을 지고 성과를 만들어가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비판하던 이들이 막상 책임을 맡았을 땐 큰 성과를 내지 못할 때가 많다.
크게 조롱당했던 이수만의 감각은 이제 다시 인정받고 있다. 만들어가는 이들에 대한 조롱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과도한 비난은 만들어가는 이들의 의욕을 꺾게 되고 그것은 우리 공동체에 해가 될 것이다. 이수만은 3년 만에 74세 나이로 돌아왔지만, 과도한 비난에 열정을 잃어버린 이들도 많다.
아쉬운 건 국내에서 밀려난 이수만이 향한 곳이 중화권 시장이라는 점이다. 이번에 국내 지사를 만들어 케이팝 시장에 선보인 팀들에도 중국인 멤버들이 여러 명 속해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케이팝 시스템이 씨팝 국제화에 디딤돌 역할을 해주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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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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