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 만료 차량 늘지만 고가 장비·좁은 작업 공간에 발목
업계, 공동 작업장 제안…기술 정보 제공·전문 교육 확대 요구
전기차 정비 관련 이미지. AI 이미지
“교육 받은 사람들이 전기차를 수리하고 싶어도 공간이 없어 수리하지 못한다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습니다.”
김종남 카포스 서울조합 이사장은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6 오토살롱테크 컨퍼런스’에서 동네 정비 업체가 처한 현실을 이같이 설명했다. 교육을 받아도 배터리를 수리할 공간과 장비를 갖추지 못해 실제 작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가 100만대를 넘어서면서 보증 기간이 끝난 차량의 정비 수요도 늘고 있다. 고전압 배터리까지 보증이 만료되는 차량이 나오고 있지만, 가까운 정비소에서 수리받을 여건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와 오토살롱테크 조직위원회가 마련한 이날 생사에서는 정비 업체의 투자 부담을 낮추고 제조사 정비 정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장비와 인력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지역별 작업장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장비 하나에 6000만원”…교육 받아도 수리 못 하는 정비소
전기차 정비망 확대를 가로막는 요인으로는 장비와 공간 확보 비용이 꼽혔다. 배터리를 내려 작업하려면 전용 장비와 고전압 안전 시설이 필요하지만 차량 한두 대를 들여놓는 동네 정비소가 이를 모두 갖추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유영준 한국자동차기자협회 고문은 “전기차를 관리하고 수리하려면 몇천만원 장비를 준비해야 한다”며 “밸런싱 하나만 해도 6000만원 가량의 장비를 구매해야 하는데 동네 카센터는 대비가 안 돼 있다”고 말했다. 밸런싱은 배터리 셀 간 충전 상태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다.
김 이사장도 “고가 장비도 부담이고 전문 인력도 부담”이라며 “일반 업소에서 고전압 배터리를 내려 모듈 단위로 수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보증 기간이 끝난 전기차의 정비 수요는 늘고 있다. 유 고문은 “초기에는 전기차가 고장도 나지 않고 수리할 게 없다고 했지만 이제 시장이 바뀌었다”며 “3년·5년 보증이 끝난 차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배터리도 8년·10년 보증이 끝나는 차들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증 기간이 끝나는 전기차가 늘고 있는 반면 소비자들은 아직 정비에 대한 관심이 적다”며 “앞으로는 전기차를 탈 때 ‘내 차를 어디 가서 고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네서 접수하고 공동 작업장서 수리…정보·안전 기준도 갖춰야
하성용 중부대 교수 겸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회장이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6 오토살롱테크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김 이사장이 제안한 ‘서울형 전기차 정비 공동 작업장’은 동네 정비소가 차량을 접수한 뒤 전문 작업장에 수리를 의뢰하는 방식이다. 고전압 안전교육 이수자가 작업하고, 조합이나 협동조합이 운영 및 관리를 맡는다. 권역별로 시설을 마련해 투자 부담을 줄이고 정비 접근성을 높이자는 구상이다.
정비사의 진단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부품 교환 중심에서 차량의 고장 정보를 읽고 원인을 찾는 작업으로 업무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병학 차량기술사회 회장은 “이제는 진단기와 통신 장비가 없으면 진단조차 할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교환하는 교육에서 한 단계 높여 정보 처리를 할 수 있는 교육까지 해야한다”고 말했다.
제조사의 정비 정보 제공과 수리 이후 책임 문제도 과제다. 차종별 배터리를 진단하고 소프트웨어와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의 정상 작동 여부를 판단하려면 관련 정보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성용 중부대 교수 겸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회장은 정비 정보 접근성과 수리 결과 검증 체계를 강조했다. 그는 “수리 후에 기능이 회복됐다는 증명은 누가 해줄 것인가가 미래차 서비스의 기본”이라며 “정비도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는 공공 영역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교육을 이수한 사람들이 공동 작업장에서 시민의 안전을 위해 작업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비사들이 실질적으로 교육을 받고 현업에서 전기차를 수리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