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산금리 옥죄고 공시 압박…“객관적 검증 체계부터”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6.10.24 07:09  수정 2026.10.24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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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법 개정됐지만, 대출금리 산정 방식 논란

이찬진 ‘네이밍 앤 셰이밍’ 언급

“소비자 합리적 선택권 강화 방안 마련”

“단순 비교만으론 부족…경쟁 환경 조성해야”

이찬진 금감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당국 종합국정감사에서 ‘네이밍 앤 셰이밍’을 언급하며 은행권 대출금리 결정 과정 공시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뉴시스

금융당국이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 과정을 공개해 금융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돕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은행권에선 금융소비자 알 권리 강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영업 정보 노출 등 떠안아야 할 리스크도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 역시 단순 금리 비교보다 객관적인 검증 체계를 갖춰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4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당국 종합국정감사에서 ‘네이밍 앤 셰이밍’을 언급하며 은행권 대출금리 결정 과정 공시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금리 산정 실태를 점검하고 평가제도 개선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네이밍 앤 셰이밍은 기업명과 문제 행위를 투명하게 공개해 자발적인 시정을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이번 국감에서는 5대 시중은행이 가산금리를 인하하면서 우대금리도 함께 축소해 실제 대출 금리 인하 효과가 줄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앞서 7월 은행법 개정을 통해 법정비용을 대출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했음에도 일부 은행에서 가산금리가 오르고 우대금리가 축소되는 등 금리 인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5대 은행뿐만 아니라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은 6월 가산금리를 3.42%에서 8월 3.34%로 0.08%포인트(p) 낮췄지만, 우대금리도 1.96%에서 1.65%로 0.31%p 축소했다.


가산금리에서 우대금리를 뺀 수치는 오히려 0.23%p 증가한 셈이다.


NH농협은행 역시 가산금리를 3.60%에서 3.34%로 0.26%p 낮춘 반면, 우대금리는 2.19%에서 1.58%로 0.61%p 줄였다.


BNK경남은행의 대표 대출상품 가산금리는 6월 3.06%에서 8월 3.67%로 0.61%p 상승했다.


제주은행 역시 가산금리를 인상하면서 우대금리를 낮췄다. 케이뱅크도 가산금리를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유동수 정무위원장은 은행이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가산금리는 당국이 직접 통제하기 어렵지만, 금리 산정 기준과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이 언급한 ‘네이밍 앤 셰이밍’ 방식은 구체화되지 않았으나, 은행권에선 가산금리 세부 항목을 쪼개서 공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가산금리를 내리는 척하면서 우대금리를 더 크게 깎아 실질 이자 부담을 높이는 행위를 막기 위해 은행별 실제 우대금리 적용 폭 등을 비교 공시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 산정체계의 투명성 제고 및 금융소비자 알권리 강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항목별 세부 원가율 등 구체적인 정보까지 공개되면 은행별 고유의 원가구조 및 신용평가, 리스크 관리체계 등 영업상 중요한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규제와 공시 강화에 앞서 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별 금리 결정 과정을 단순 비교하고 공개하는 방식은 오히려 은행들이 서로 비슷한 수준으로 금리를 맞추거나, 공개되는 지표만 낮추고 다른 항목을 조정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또 “가산금리 인하를 유도하려다 우대금리 축소나 수수료 조정 등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도 여전하다”며 “가산금리 자체만 비교하기보다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우대금리, 최종 대출금리를 함께 공개하고, 신용등급과 대출 조건별로 비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단순히 금리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공개 압박하기보다 산정 기준이 합리적인지, 소비자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금리를 조정했는지 객관적인 검증 체계가 필요하단 의견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불합리한 산정이나 불공정 행위가 확인되면 시정 조치를 취하고, 은행 간 경쟁을 통해 금리가 낮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규제와 공개가 또 다른 꼼수를 낳지 않도록 투명한 공시와 실질적인 경쟁 환경 조성을 함께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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