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의 사랑에 담긴 사회적 편견과 삶의 굴레…“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사랑”
“40대에는 아시아 영화문화 외연 넓히고 싶어”
일본 영화 ‘신문기자’, ‘남은 인생 10년’으로 국내 관객에게도 익숙한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이 신작 ‘그대, 별처럼’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15년에 걸친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린다. 후지이 감독은 인물들이 지나온 시간을 카메라와 소리의 변화로 표현하는 한편, 원작의 이야기를 모두 설명하기보다 관객이 자신의 기억을 채워 넣을 수 있는 여백을 남기는 데 집중했다.
‘그대, 별처럼’은 서로에게 유일한 빛이었던 아키미와 카이의 15년에 걸친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일본 서점대상을 수상한 나기라 유의 동명 밀리언셀러 소설을 영화화했다. ‘국보’의 요코하마 류세이와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히로세 스즈가 주연을 맡았다. 두 배우는 ‘유랑의 달’, ‘짝사랑 세계’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후지이 감독은 심은경 주연의 ‘신문기자’로 일본 아카데미상 6관왕을 차지했으며, ‘남은 인생 10년’으로 국내에서 56만 관객을 동원했다. 사회 문제를 다룬 드라마부터 멜로, 액션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신작 ‘그대, 별처럼’은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에 공식 초청돼 국내 개봉에 앞서 관객들과 만났다.
후지이 미치히토 ⓒ대원미디어㈜
‘그대, 별처럼’으로 한국을 찾은 후지이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10대부터 30대까지 이어지는 인물들의 변화를 시청각적으로 구분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각 시기마다 서로 다른 카메라를 사용하고 음향에도 차이를 두면서, 세월의 흐름뿐 아니라 인물들이 세상을 받아들이는 감각의 변화까지 담아내려 했다.
“영화는 크게 세 장으로 나뉘는데, 10대와 20대, 30대에 각각 다른 카메라를 사용했습니다. 감독으로서 제 개인적인 시선도 작품에 반영하고 싶었어요. 아키미와 카이의 인생이 제 삶과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도 있었거든요.영상뿐 아니라 소리에도 차이를 뒀습니다. 청춘일 때 들리는 소리와 어른이 된 뒤 들리는 소리는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1장에서는 개인에게 집중되는 소리를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2장에서는 주변의 소음이 많이 들리도록 했고요. 두 사람이 사회에서 살아가며 겪는 어려움을 소리로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3장에서는 필름 카메라를 사용했습니다. 사운드 역시 필름으로 기록했는데, 조금 더 본질적인 감각에 가까워지고 싶었어요.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잖아요. 필름 촬영이 가진 일회성과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성질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필름 특유의 질감도 최대한 살리려고 했고요.”
영상과 음향으로 시간의 흐름을 표현했다면, 각본에서는 오히려 설명을 덜어내는 방식을 택했다.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은 원작 소설을 영화로 옮기면서 방대한 서사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관객이 자신의 경험과 기억으로 채울 수 있는 여백을 남기는 데 무게를 뒀다.
각본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원작이 일본에서 워낙 유명하고 사랑받은 소설이잖아요. 방대한 이야기를 두 시간 정도의 영화로 압축하면 자칫 원작을 요약하는 데 그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다치 신 각본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영화적인 여백을 많이 남기기로 했어요. 모든 이야기를 설명할 거라면 원작 소설을 읽으면 되니까요.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도 굉장히 모호하잖아요. 그런 특성을 살려서 일부러 설명하지 않는 부분을 만들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제 30대의 마지막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것을 말하지 않는 방식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관객들이 영화 속 여백에 자신의 경험이나 기억을 투영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실제로 촬영 도중 영화의 마지막 구성도 바꿨는데, 이런 생각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후지이 감독은 ‘그대, 별처럼’이 전형적인 일본 청춘 멜로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 안에는 사랑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와 개인의 삶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가정환경과 사회적 격차가 인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 영화를 일본의 클래식한 멜로영화로 보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기획 단계부터 함께한 요코하마 류세이 배우와 이야기를 나눌 때, 저는 이 작품이 사랑을 넘어 인생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영화에는 일본 사회의 성소수자 문제도 담겨 있고, 한국에서 말하는 금수저와 흙수저처럼 사회적 격차에 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환경 때문에 삶이 결정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환경이 일종의 저주처럼 따라붙기도 하고요. 저는 그 굴레를 끊어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여러 문제를 하나씩 걷어내고 나면 결국 무엇이 남을까 생각해 봤어요.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이 남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클래식한 러브스토리처럼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원작에도 그런 정서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과 함께 작품을 관통하는 또 다른 주제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환경에서 벗어나려는 두 사람의 삶이다. 아키미(히로세 스즈 분)는 불륜 관계에 빠진 아버지로 인해 절망에 빠진 어머니까지 감당해야 하고, 카이(요코하마 류세이 분)는 남성에게 의존하는 어머니 곁에서 성장한다. 제대로 된 어른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두 사람은 주변의 편견 속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성장한다. 그렇다면 후지이 감독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일까. 두 사람의 15년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삶의 태도는 무엇이었을까.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려니 조금 쑥스럽네요.(웃음) 모든 것을 걷어내고 마지막에 남는 것, 눈을 감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사랑이라면 그게 제가 보여주고 싶었던 아키미와 카이의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일본에는 한 번 실패하면 다시 기회를 얻기 어려운 문화가 있습니다. 실패에 관대하지 않은 사회라고 할까요. 한 번 낙인이 찍히면 그 꼬리표가 계속 따라다니고, 두 번째 기회도 쉽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충분한 사회적 안전망도 없다 보니 결국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요. 저는 이 일을 20년 가까이 해왔는데, 적어도 앞으로는 그런 사회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원작자인 나기라 유 작가와도 이런 부분에서 생각이 같았어요.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삶의 태도 역시 그런 마음과 연결돼 있습니다.”
후지이 미치히토 ⓒ대원미디어㈜
아키미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기보다 스스로 삶의 방향을 선택하고 성장해 나가는 인물이다. 후지이 감독은 그동안 남성 중심의 작품을 주로 연출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여성 캐릭터를 그리는 일이 새로운 도전이었다. 특히 일본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구조적 어려움과 갈등을 아키미의 삶에 어떻게 담아낼지 고민했다.
“이번 작품은 제 30대 마지막 영화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굉장히 큰 도전이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연출한 작품들을 돌아보면 ‘이쿠사가미’처럼 남성적인 성격이 강한 작품이 많았거든요. 일본 사회에서 여성이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사회적 지위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어떤 갈등을 겪는지 더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여성들이 그런 환경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물론 이건 여성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이번 작품에서는 아다치 신 각본가, 히로세 스즈 배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두 사람의 의견을 들으면서 제가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작품에 반영하려고 했어요. 한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보실지도 굉장히 궁금합니다. 일본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작품이 많은 편이거든요. 반면 한국 작품에는 인상적인 여성 캐릭터가 많이 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국 관객들이 아키미라는 인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주요 배경인 세토내해의 섬도 두 사람의 삶을 보여주는 중요한 공간이다. 서로의 가정사까지 훤히 알고 지내는 작은 지역사회에서 주변의 시선과 편견은 더욱 무겁게 작용한다. 탁 트인 바다와 아름다운 자연 풍경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팍팍한 현실과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풍경이 아름다울수록 두 사람이 느끼는 답답함과 고립감은 더욱 짙어진다.
“3년 전 원작자와 함께 영화에 등장하는 불꽃놀이 장소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 가자마자 굉장히 영화적인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연은 무척 아름다운데, 섬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인공적인 다리가 있었습니다. 그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면 파도가 서로 얽히면서 소용돌이치는 모습이 보이거든요. 굉장히 아름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름다운 섬이지만, 그 안에는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대비를 보여주기에 적합한 장소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본 자체가 섬나라인데, 그 안에 또 하나의 섬이 있다는 점에서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봤습니다.”
'그대, 별처럼' 스틸 ⓒ대원미디어㈜
후지이 감독과 요코하마 류세이의 인연은 두 사람이 이름을 알리기 전인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푸른 귀로’를 시작으로 넷플릭스 시리즈 ‘신문기자’, 영화 ‘빌리지’, ‘정체’ 등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며 함께 성장해 왔다. 이번 ‘그대, 별처럼’에서는 요코하마 류세이가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며 오랜 신뢰를 이어갔다. 최근 영화 제작에도 관심을 보이는 그에게 후지이 감독은 동료이자 형으로서 응원을 보내고 있다.
“많은 분이 요코하마 류세이 배우가 유명해진 뒤에 저희 관계를 알게 되셨을 텐데, 사실 저희는 10여 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입니다. 그때는 둘 다 무명이었어요.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와 감독이었던 거죠. 지금은 많은 분이 저희를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 자체는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다만 류세이가 저뿐 아니라 다른 감독들과도 다양한 작업을 했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다른 배우들과 작업하면서 계속 성장하고 싶고요. 그러다가 다시 함께할 기회가 생긴다면 기쁜 마음으로 작업할 것 같습니다. 최근 류세이는 연기뿐 아니라 영화 제작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프로듀서로서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은 제가 형으로서 많이 도와주고 싶습니다.”
반면 히로세 스즈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호흡을 맞췄다. 후지이 감독은 촬영을 거듭할수록 깊어지는 히로세 스즈의 연기력에 감탄했다.
“히로세 스즈 배우는 정말 연기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아요. 너무 칭찬하면 다른 여배우들이 서운해할 수도 있겠지만요.(웃음) 감독이 어떤 디렉션을 줘도 일단 ‘네’라고 대답하고 받아들이는 배우입니다. 그런데 촬영을 거듭할수록 연기가 놀라울 정도로 좋아져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정말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동안 여성 배우들에게 연기 디렉션을 줄 때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어딘가 벽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그런데 히로세 스즈 배우와 작업하면서 중요한 사실을 배웠습니다.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할 게 아니라, 같은 표현자로서 서로 존중하며 대하면 되는 거였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소통도 훨씬 자연스러워졌습니다. 히로세 스즈 배우에게 한 수 배운 셈이죠.”
극 중 화학 교사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아키미와 카이의 관계를 지켜봐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이 어른이 된 뒤에도 이들의 삶에 관여하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주변의 시선과 사회적 통념 속에서 현실적인 선택을 고민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후지이 감독은 그를 누군가를 심판하지 않는 목사에 비유했다.
“사실 이 영화에 숨겨진 주제 중 하나가 원죄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를 선택할 수 없잖아요. 그런데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상황, 가정환경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어떤 굴레에 갇히기도 합니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조건이 마치 저주처럼 따라다니는 거죠. 화학 교사는 아키미와 카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부터 두 사람의 관계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인물입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자신의 판단을 강요하지는 않아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이죠. 저는 그 모습이 영화감독의 역할과도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역시 화학 교사와 비슷한 마음으로 인물들을 바라보며 영화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물론 후반부에는 그가 직접 손을 내밀어 도움을 주는 장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누군가를 판단하기보다 곁에서 지켜봐 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키미와 카이의 15년을 따라가는 동안 불꽃놀이는 두 사람의 관계에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한다. 같은 장소에서 펼쳐지는 불꽃놀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를 바라보는 인물들의 상황과 감정도 달라진다. 후지이 감독은 이 장면을 촬영하며 겪은 뜻밖의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영화에 등장하는 불꽃놀이는 세토내해 지역의 이마바리에서 열리는 유명한 불꽃놀이 대회입니다. 원작자인 나기라 유 작가도 불꽃놀이를 중요한 장치로 생각했어요. 두 사람이 계속 엇갈리면서 함께 보지 못했던 불꽃놀이가 마지막에 별과 함께 펼쳐질 때 어떤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에서 출발한 설정입니다. 불꽃놀이 장면마다 촬영 방식도 달랐습니다. 두 사람이 엇갈리는 장면에서는 일부 CG를 활용했지만, 프러포즈를 위해 만나는 두 번째 불꽃놀이 장면은 최대한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실제 불꽃을 사용했습니다. 문제는 촬영 당시가 불꽃놀이 시즌이 아니었다는 거예요. 갑자기 불꽃이 터지니까 이마바리 시민들이 무슨 일이 일어난 줄 알고 놀라셨다고 하더라고요. 어디서 폭발 사고라도 난 건 아닌지 웅성거렸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시민들께 민폐를 끼친 셈이 됐죠.(웃음)”
‘그대, 별처럼’은 후지이 감독이 30대에 완성해 40대에 선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신문기자’부터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감독상을 안긴 ‘정체’, 멜로영화 ‘남은 인생 10년’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사회 문제를 파고드는 영화와 사랑을 그린 작품 사이에서 후지이 감독이 놓치지 않으려는 가치는 무엇일까.
“제 작품들을 관통하는 가치가 있다면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문기자’에서는 그런 부분이 특히 강하게 드러났고요. ‘남은 인생 10년’도 멜로영화로 보실 수 있지만, 저는 코로나19라는 상황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계속 생각하면서 만들었습니다. 작품마다 당시의 사회적 환경이나 시대적 배경을 담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어떤 영화를 가장 잘 만드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오히려 작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누구와 함께 작업하느냐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그러려면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작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계가 영화를 계속 만들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사실 저도 여러분과 다르지 않은 월급쟁이입니다.(웃음) 감독이라는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니까요. 10년에 한 편씩 영화를 만들어도 생활할 수 있다면 저도 그렇게 하고 싶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지금까지는 굉장히 열심히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다만 40대에는 지금처럼 많은 작품을 찍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후지이 감독은 한국 영화계와도 꾸준히 인연을 이어왔다. 심은경이 주연을 맡은 영화 ‘신문기자’를 연출했으며, 한국영화 ‘끝까지 간다’를 일본에서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자신이 참여하는 제작사 바벨 레이블을 통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협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일본에서 활동 기반을 다져온 그에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영화계와의 교류는 앞으로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국과의 협업은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번 작품이 제 30대 마지막 영화라고 말씀드렸는데, 30대에는 일본 안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정말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더 넓은 시야로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어린 시절 해외에서 생활한 경험도 있고, 저 역시 아시아 영화인 중 한 사람이니까요. 일본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좋은 점들을 영화에 담아내고, 아시아 영화문화의 영역을 넓히는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국가 간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마 40대에는 한국 분들과 지금보다 더 자주 만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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