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책임론에 쏙 빠진 정부…오를 땐 정책 덕, 떨어지니 기업 탓?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입력 2026.10.23 07:02  수정 2026.10.2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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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101% 오른 코스피, 하반기엔 35% ‘뚝’

李, 증시 조정에 “지배경영 불신 완전히 제거 안돼”

저평가 원인에 기업 지목?…투자자와 엇갈린 진단

시장은 “정책 및 위험·투자자 보호 체계 점검” 촉구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청와대 춘추관을 방문해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코스피 상승기에는 정부의 정책 성과를 강조하더니, 증시가 급락하자 기업 지배구조가 저평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투자자들은 정책 책임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지만, 정부는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 문화를 과제로 제시했다.


정부와 투자자 시각이 엇갈리면서 ‘책임론’에서도 온도차가 드러나는 모습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7월 1일~10월 22일) 코스피는 34.72%(8476.48→5533.77) 떨어졌다.


상반기 101.14%(4214.17→8476.48)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 이재명 대통령은 “많이 오르면 조정이 불가피하고, 어느 수준인지는 누구도 모른다”면서도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매우 저평가된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증시 저평가의 주요 원인으로는 ▲기업 지배경영 구조와 시장 투명성·공정성에 대한 불신 ▲지정학적 위상 ▲산업·경제정책 불확실성 등을 꼽았다.


이 대통령은 “산업·경제정책 불확실성이 많이 개선됐다”며 “지배경영에 대한 불신은 완전히 제거된 거 같지 않다”고 짚었다. 주주 존중 문화와 지배경영권 남용 문제도 언급했다.


저평가 원인을 기업에 돌린 것인데, 코스피가 9000선까지 치솟았을 당시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과 제도 개편을 상승 주요 동력으로 꼽았던 것과 대비된다.


정부가 시장 상승기에는 정책 효과를 강조하고, 하락기에는 기업의 구조적 문제를 앞세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코스닥 종가 등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시장에선 기업 지배구조 개선도 중요하지만, 각종 변수에 따른 증시 출렁임을 최소화 할 정부 정책과 투자자 보호 체계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5월 27일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관련 정책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 이후 증시 등락폭이 커지면서 정부가 시장 과열 및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쏠림 현상이 심화된 상황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도입을 추진했다는 점도 위험관리 체계를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현재 두 종목의 시가총액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50%로 절반에 달하고, 올해 6월에는 57%를 돌파했다.


양사의 주가가 지수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시점에 개별종목의 변동성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9월 28일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 개막식에서 영상으로 축사를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시장·외국인 수급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증시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투자위험을 어떻게 알리고 관리할 것인지, 개인 투자자 보호 장치가 충분한지 보다 면밀히 점검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만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 업종과 대형주에 집중된 시장 구조를 고려하면 특정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만으로 지수 전체의 등락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증시의 저평가 문제를 기업 지배구조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특정 종목에 대한 쏠림과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시장 관리 체계, 투자자 보호 장치, 기업의 주주환원·지배구조 개선 등이 모두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역시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을 만들고, 산업·경제 정책을 수립해 집행하는 게 근본적으로 중요하다”며 “주식시장 정상화를 위해 정책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계속 체크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6월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통합관제센터를 방문해 증시 시황과 시장 감시 체계 브리핑을 듣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결국 국내 증시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정부와 기업 어느 한쪽에만 책임을 돌리는 것이 아닌, 시장 전반의 문제를 함께 살필 필요가 있다.


기업에는 주주가치를 높이는 경영 개선이, 정부에는 일관된 자본시장 정책과 투자자 보호 방안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 점검 ▲생산적 금융 확대 ▲첨단산업 육성 정책 등이 과제로 제시된다.


혁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자본시장 환경을 조성하고, 이들의 성장이 자본시장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피가 급등 이후 큰 폭의 조정을 겪은 만큼, 국내 자본시장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통한 신뢰 회복과 시장 안정이 주요 과제”라며 “기업과 투자자가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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