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E 300 4MATIC 시승, 서울~태안 왕복 300km
부드러운 주행감에 장거리도 편안…삼각별 하차감도 여전
흔한 만큼 특별함은 덜해…순정 내비 편의성은 아쉬움
메르세데스-벤츠 E 300 4MATIC AMG 라인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비싼 차를 사면 남들과 조금은 달라 보이고 싶기 마련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는 그런 점에서 흥미롭다. 주차장만 가도 앞과 옆에 같은 차가 보이지만 막상 차를 탔을 때 ‘삼각별’이 주는 만족감은 여전하다. 익숙해질 만큼 많이 팔렸는데도 여전히 갖고 싶은 세단인 셈이다.
벤츠 E클래스는 2024년 2만5937대, 지난해 2만5973대가 팔렸다. 2년 연속 한국 시장에서만 2만5000대 이상 판매된 것이다. E클래스는 ‘흔하지 않은 차’를 원하는 사람과 ‘많은 사람이 고른 차에는 이유가 있다’고 믿는 사람 사이에서 후자를 설득해온 셈이다.
메르세데스-벤츠 E 300 4MATIC AMG 라인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많은 사람이 E클래스를 선택한 이유를 직접 느껴보기 위해 ‘E 300 4MATIC AMG 라인’을 타고 지난 주말 서울에서 태안까지 왕복 300km가 넘는 거리를 주행했다. 운전석에서는 부드러운 주행감과 화려한 실내가, 차에서 내릴 때는 삼각별이 주는 만족감이 마음을 붙잡았다.
AMG 라인의 얼굴은 큼지막한 삼각별이 중심을 잡는다. 라디에이터 그릴 한가운데 자리한 엠블럼 덕에 멀리서도 벤츠라는 사실을 알아보기 쉽다. 차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얼굴이다.
메르세데스-벤츠 E 300 4MATIC AMG 라인 실내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E클래스의 진가는 문을 열고 탑승했을 때 확연히 느껴진다. 최근 신차들의 실내가 장식을 덜어내고 간결해지는 것과 비교하면 E클래스는 멋을 부리는 데 주저함이 없다. 대형 디스플레이와 은은하게 번지는 앰비언트 라이트가 어우러진 실내는 한마디로 ‘예쁘다’는 인상을 준다. 수십 가지 색을 고를 수 있고 음악에 맞춰 반응하도록 설정할 수 있어, 해가 진 뒤 도로에서는 차 안이 작은 라운지처럼 느껴진다.
핸들을 잡기 시작하면 눈으로 느낀 만족감이 주행으로 이어진다. 페달을 밟았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부드러움’이다. 300km가 넘는 거리를 운전한 뒤에 떠오르는 단어도 역시 ‘편안함’과 부드러움이었다. 화려한 실내가 처음 앉았을 때 눈길을 끌었지만, 오래 달릴수록 마음에 드는 것은 차가 움직이는 감각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E 300 4MATIC AMG 라인 실내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이날 시승한 E 300 4MATIC은 2.0ℓ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했다.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40.8㎏·m를 발휘하며 9단 자동변속기와 사륜구동 시스템 4매틱을 갖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6.1초다.
다만 숫자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힘을 쓰는 방식이다. 속도를 높이는 과정이 매끄러워 굳이 차를 세게 몰아붙이지 않아도 달리는 감각이 만족스러웠다.
제동 감각 역시 거칠지 않았다. 처음에는 브레이크가 강하게 느껴졌지만, 익숙해진 뒤에는 발을 살짝 얹는 정도로도 차가 부드럽게 속도를 줄였다. 차의 주행 실력을 느끼기 위해 굳이 세게 몰아붙일 필요없이 일상적인 속도에서도 E클래스의 장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 E 300 4MATIC AMG 라인 실내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차에서 내릴 때는 또 다른 만족감이 있다. 흔히 말하는 ‘하차감’이다. 도로에서 자주 봤다고 삼각별의 힘까지 옅어진 것은 아니었다. 남들이 얼마나 쳐다보는지와 별개로 벤츠를 타고 왔다는 사실에서 오는 뿌듯함이 남는다.
도로와 주차장에서 마주친 E클래스들은 친구처럼 반가웠지만, 동시에 그만큼의 특별함은 덜했다. 남들과 다른 차로 취향을 드러내고 싶다면 E클래스는 썩 좋은 답이 아니다. 익숙한 디자인에 부드러운 주행감까지, 전체적으로 잘 맞춘 세단이지만 강하게 취향을 드러낼 만한 특색은 옅다.
메르세데스-벤츠 E 300 4MATIC AMG 라인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물론 매일 타는 차가 늘 새로운 자극을 줄 필요는 없다. 다만 주행감과 실내 분위기, 브랜드의 만족감 외에 무엇이 특별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이 길어지지는 않는다. ‘세단의 정석’이라는 말에는 편안함과 함께 약간의 심심함도 담긴다.
인포테인먼트의 불편함은 보다 구체적이었다. 순정 내비게이션을 쓰면서 단속 구간의 제한속도가 시속 몇 km인지 바로 알아보기 어려워 익숙한 티맵에 자꾸 손이 갔다. 다만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주행 정보를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은 운전 중 시선을 크게 옮기지 않아도 돼 편리했다.
E 300 4MATIC AMG 라인의 가격은 2026년형 기준 9990만원이다. 개성 있는 차를 찾거나 인포테인먼트의 편리함을 우선한다면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편안하게 달리고, 예쁜 실내를 누리며, 내릴 때도 기분 좋은 세단을 원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태안으로 향하는 길에 마주친 수많은 E클래스가 이해가 되는 이유다.
▲ 타깃
- 승차감도 하차감도 놓치고 싶지 않다면
- 차 안에 앉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아야 하는 사람
▲ 주의할 점
- 도로에 나서면 너무 많은 ‘같은 차 친구’
- 생긴 건 점잖지만 내비는 단속 카메라를 안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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