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째 밥 짓는 기술로 즉석밥 시장 개척
잡곡밥 키우고 단백질 더해 제품 다변화
백미밥 성장세 주춤…연령별 수요 확보 과제
2028년 매출 1.5조 목표…해외 공략에 속도
김숙진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실장 겸 한국사업본부장이 지난 21일 충북 진천 CJ블로썸캠퍼스에서 열린 '햇반 30주년' 미디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세계인이 밥을 즐기는 방식을 변화 시켜 국내·외에서 '조 단위'의 사업 도약을 향해 나아가겠다."
김숙진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실장 겸 한국사업본부장은 지난 21일 충북 진천 CJ블로썸캠퍼스에서 열린 '햇반 30주년' 미디어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 즉석밥 시장 점유율 1위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밥의 종류와 식사 방식을 넓히고, 나아가 세계인들에 '한국의 밥'을 알리겠다는 포부다.
◇햇반 자체가 '밥솥'
'서른 살의 햇반.' 1996년 국내 최초의 '무균 포장밥'으로 출발한 햇반은 이제 식탁 위의 어엿한 주식으로 자리 잡았다. "밥을 사 먹는 시대를 열겠다"는 이재현 회장의 비전 아래 선제적 투자를 지속한 결과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햇반의 실제 제조 공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햇반이 '당일 도정한 쌀로 지은 신선한 밥'을 표방한 즉석밥 업계의 개척자이자 선두 주자인 만큼, 그간 생산시설 내부는 철저한 위생과 보안에 가려져 왔다.
햇반의 제조공정은 쌀 세척 단계부터 포장까지 총 8단계를 거친다. 핵심은 무균화 포장 기술을 적용해 제품 용기째 밥을 짓는 방식이다. 말 그대로 햇반 용기가 일종의 '밥솥'인 셈이다.
포장 소재도 마찬가지다. 밥을 담는 용기와 이를 밀봉한 다층 구조의 필름은 폴리프로필렌(PP)으로 유아용 젖병에 사용되는 소재와 같다. 전자레인지에 조리해도 환경호르몬에 안전한 이유다.
충북 진천 CJ블로썸캠퍼스 내 마련된 '햇반 뮤지엄'에 햇반의 역사가 전시돼 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주원료인 쌀의 선별에도 신중을 기한다. 현장 관계자는 "햇반에 사용되는 쌀은 계약 재배를 통해 연구된 씨앗 모종만 사용한다"며 "매해 수급 상황과 환경, 기후 등을 고려해 연구팀에서 어떤 쌀을 사용할 것인지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진천 CJ블로썸캠퍼스는 매해 총 6개 라인에서 연간 약 2억8000만개(6만2000톤, 올해기준)의 햇반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부산 공장에서는 총 10개 라인에서 연간 약 7억개(8만5000톤, 올해기준) 수준의 햇반을 생산한다. 부산에서 생산되는 햇반은 상당수 해외 수출용이다.
◇잡곡밥 성장세…영양 설계로 제품군 다변화
백미 중심으로 국내 즉석밥 시장에 안착한 햇반은 최근 잡곡밥과 단백질 등으로 영양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간편식에서 나아가 영양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수요가 달라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숙진 본부장은 "건강한 잡곡밥의 종류를 다양화하고, 가정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 다양한 세대의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국내 즉석밥 시장에서 햇반의 성장률은 연 5%다. 이 가운데 백미밥은 연 3% 성장에 그친 반면, 잡곡밥은 연 13% 성장했다.
또한 회사 자료에 따르면 햇반 사업에서 잡곡밥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10% 안팎에서 지난해 30%에 가까워졌다고 한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은 잡곡밥 수요 진작을 위해 세대별 접근 방식을 달리하고 있다. 2030세대에는 간편성과 영양 성분의 다양성을, 중장년층에는 집에서 지어 먹던 잡곡밥과 비슷한 구성을 앞세워 조리 부담을 줄이면서도 익숙한 밥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오예진 CJ제일제당 수석연구원이 지난 21일 충북 진천 CJ블로썸캠퍼스에서 열린 '햇반 30주년' 미디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연구개발 방향도 곡물 배합을 넘어 영양 설계로 확장하고 있다. 오예진 CJ제일제당 수석연구원은 기자들과 만나 "올해 말 식물성 단백질 소재를 활용한 '햇반 단백질 잡곡밥'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시 예정인 제품은 콩·완두 등에서 얻은 식물성 단백질 소재를 쌀 모양으로 가공해 밥에 넣는 소위 '성형' 방식을 적용한다. 쌀 품종 자체를 개량하는 것이 아니라 밥의 형태와 식감을 유지하면서 단백질 등 소비자들이 원하는 영양 성분을 보완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서 '한국의 밥맛' 승부수
미국은 햇반이 공략 중인 주요 글로벌 무대다. CJ제일제당은 특히 미국에서 쌀을 '건강한 탄수화물'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가 미국 현지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4.6%가 '건강한 선택지'라는 이유로 쌀을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민텔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쌀을 먹는 미국 소비자 비중도 2023년 37%에서 지난해 45%로 상승했다.
이에 CJ제일제당은 햇반을 아시아 요리에 곁들이는 부재료라는 인식을 타개하고, 서양인들의 주식인 치킨이나 스테이크 등 다양한 음식과 함께 즐기는 주요 식품으로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향후 미국 현지 취식 행태를 반영한 한국식 밥 라인업 다변화와 한국 일상 메뉴의 제품화를 추진해 글로벌 영토 확장을 더욱 가속화할 방침이다.
충북 진천 CJ블로썸캠퍼스 내 전시된 '햇반' 제품군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2028년 매출 1.5조원 목표"…백미밥 소비 감소세는 과제
현재 햇반은 미국, 캐나다, 호주, 멕시코 등 전 세계 60여 개국에 진출해 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햇반의 글로벌 매출은 2023년 국내·외 합산 1조원을 넘어섰으며, 지난해 소비자가격 환산 기준으로는 1조1000억원을 웃돌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회사는 오는 2028년 국내외 햇반 매출 합산 1조5000억원대를 목표로 제시했다. CJ제일제당은 향후 수요가 늘어날 경우 수출과 현지 생산 중 어떤 방식이 효율적인지 검토할 계획이다.
유럽 진출도 중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다만 김 본부장은 "우선 미국에서 공급망과 사업 기반을 구축한 뒤 현지 전략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내 백미밥 시장의 성장 정체는 풀어야 할 과제다. 김 본부장은 "백미밥의 성장률이 과거 두 자릿수에서 최근 한 자릿수로 둔화했고, 백미를 먹는 소비자층도 정체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은 가격 판촉으로 점유율을 방어하기보다 잡곡밥과 영양 강화 제품을 확대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김 본부장은 "백미밥 제품군 성장률이 단 자릿수로 둔화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햇반) 잡곡밥 제품군으로 넘어오지 않는 중장년층을 어떻게 넘어올 수 있게 할 것인가, 또한 영양을 중시하는 2030세대가 선택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상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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