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기자협회·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대구서 화물운송 상용화 논의
“무인 전환 시 총비용 30~40% 절감 전망”…경제성 검증 추진
고객 화물 운송 시작한 스타트업들…안전요원 없는 운행·허가 간소화 과제
21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도로 위 물류혁신, 자율주행 화물운송 상용화의 조건’을 주제로 심포지엄에서 (왼쪽부터) 조상우 국토교통부 사무관, 황봉하 현대자동차 상용&LCV사업전략팀 팀장, 임종철 라이드플럭스 전략부문장, 조광래 마스오토 이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
국내 자율주행 트럭이 실제 고객의 짐을 나르는 단계에 들어섰다. 화물 물동량 증가와 운전자 고령화로 생기는 운송 공백을 채울 대안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떠오르면서다.
다만 안전요원이 동승하는 현재의 운송을 넘어 본격적인 무인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려면, 무인 운행의 안전성과 비용 절감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고속도로부터 물류센터까지 운행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노선별 허가 절차를 개선하고, 사고 책임과 보험·원격관제 체계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와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은 21일 대구 엑스코에서 ‘도로 위 물류혁신, 자율주행 화물운송 상용화의 조건’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국토교통부와 현대자동차, 라이드플럭스, 마스오토 관계자들은 기술 실증에서 유상운송으로 넘어가는 현황을 공유하고 무인화와 경제성, 제도 개선 과제를 논의했다.
기업들이 자율주행 화물운송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물류업계의 인력 부족이 있다. 장거리·야간 운행에 필요한 운전자를 구하기 어려워지는 가운데, 운행시간 제약과 안전 문제까지 겹치면서 기술을 통한 운영 효율 개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황봉하 현대차 상용·LCV 사업전략팀장은 “당장 기존 운전자를 대체하는 부분이 아니더라도 운전자 부족 증가분을 자율주행 트럭으로 전환하는 것이 충분히 시장성이 있겠다는 판단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21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도로 위 물류혁신, 자율주행 화물운송 상용화의 조건’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황봉하 현대차 상용·LCV 사업전략팀장이 발표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
현대차는 특히 장거리 운송에서 무인화 효과가 클 것으로 봤다. 차량과 소프트웨어 가격이 높아지더라도 운전자 비용 감소와 물류 효율 개선, 차량 가동률 상승을 종합하면 총소유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율주행 업계에서도 유인 운송 대비 무인으로 전환했을 때 전체 총소유비용 측면에서 약 30~40% 정도의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모델 역시 차량 판매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열어뒀다. 기존의 일회성 차량 판매 매출에 더해 자율주행 물류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매출을 새로운 사업 기회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차량 제작사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 물류사, 플랫폼·관제 기업이 연결돼야 사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현대차는 2023년 미국에서 플러스AI와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기반 실증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대형트럭 안전 이중화 시스템의 선행 개발을 마쳤다. 국내에서는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마스오토·라이드플럭스와 실제 물류 노선을 활용한 레벨4 자율주행 트럭 실증에 착수했다. 향후 과제는 선행 개발한 기술을 양산 차량에 적용하고 운송 현장에서 안전성과 사업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임종철 라이드플럭스 전략부문장이 21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도로 위 물류혁신, 자율주행 화물운송 상용화의 조건’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
국내 스타트업들도 이미 유상운송 실적을 쌓고 있다. 라이드플럭스는 올해 4월 자율주행 화물 유상운송 허가를 받은 뒤 7월부터 고객 화물을 운송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서울 동남권 물류단지~진천 구간과 한진의 군산항~전주·대전 구간 등이 대상이다.
임종철 라이드플럭스 전략부문장은 “지금은 안전요원이 탑승한 채로 운행하면서 무인 전환에 필요한 데이터를 쌓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드플럭스는 고속도로뿐 아니라 물류센터까지 이어지는 도심 도로와 센터 내부 주행까지 가능해야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날 발표에서는 서울~진천 왕복 224km 구간을 출발부터 도착까지 한 번의 개입 없이 주행한 사례도 소개했다. 도심 교차로와 톨게이트 통과, 물류센터 내 이동 등도 검증 범위에 포함됐다.
운행 조건에 따라 비용 절감 효과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25t 트럭을 현재와 같은 운행 조건에서 자율주행으로 전환하면 운송 원가를 약 17% 줄일 수 있고, 운전자의 휴식시간에도 차량을 운행해 가동률을 높이면 절감 효과가 최대 38%까지 커질 것으로 봤다.
라이드플럭스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안전요원이 탑승하는 유상운송을 확대하고, 2028년을 일부 구간의 무인 운행 기술 확보와 사업 전환의 기점으로 삼았다. 장기적으로는 고객사가 차량을 구매·운영하고 라이드플럭스가 소프트웨어를 구독형으로 공급하는 모델을 추진한다.
조광래 마스오토 이사가 21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도로 위 물류혁신, 자율주행 화물운송 상용화의 조건’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
마스오토의 경우 기존 트럭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설치하는 방식과 대규모 주행 데이터 확보 전략을 소개했다. 협력사 트럭 265대에 데이터 수집 장치를 설치해 하루 약 4000시간의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으며, 한국과 미국에서 운송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광래 마스오토 이사는 “상용화를 앞둔 회사들이 많이 있는데, 수요자들이 쓸 수 있도록 수요자 측면에서도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자율주행 트럭이 시장에서 활성화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확대의 걸림돌로는 노선별 허가 절차를 지목했다. 라이드플럭스에 따르면 신규 노선의 사전 주행부터 유상운송 허가까지 경험상 약 5~6개월이 걸린다. 전국 고속도로가 시범운행지구로 지정됐어도 물류센터 인근 도심 도로는 별도 지정이 필요해 운송 구간을 늘리는 데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임 부문장은 기존 허가 노선에서 증차한 뒤 유사 경로로 운행을 확대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검증과 허가에 필요한 시간·비용을 줄이면서, 향후 성능 인증과 적합성 승인 등을 통해 양산 차량 기반의 서비스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국토부도 도시 단위 대규모 실증과 데이터 활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국내 실증이 짧은 노선 위주로 이뤄졌고, 기업들의 자원이 부족해 미국·중국과 운행 규모와 데이터 축적에서 격차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조상우 국토부 자율주행정책과 사무관은 “자동차 제작사와 플랫폼사, 보험사가 협력해 자율주행 기업이 온전히 자율주행 AI 기술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대규모 차량 투입으로 확보한 데이터를 기업 간에 표준화된 형태로 공유하고 모델 학습에 활용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구에서는 산업단지와 주요 물류거점을 연결하는 실증이 추진된다. 총 21.9㎢, 133.25km로 확대된 시범운행지구를 기반으로 대형 화물차의 미들마일 운송, 소형 트럭의 산업단지 간 운송, 승합차 기반 생활물류 서비스를 검증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안전 기준과 사고 책임·보험, 원격관제 등 제도 정비에 더해 기업이 장기간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왔다.
조 이사는 “GPU 지원이 단발성이어서 해가 지나면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며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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