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개발 13종 중 9종 적용 차종 선정…내년 시험 투입
이규석 사장 “당장 매출 기여 적어도 멀리 보고 투자”
협력사와 설계·검증 부담 나눠…국내 파운드리 우선 활용
(왼쪽부터) 현대모비스 반도체사업담당 박철홍 전무, 이규석 사장, 반도체사업관리실장 이희현 상무가 21일 경기 성남시 더블트리 바이 힐튼에서 열린 오토 세미콘 코리아 기자 간담회에서 포럼의 취지와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현대모비스가 국내 기업들과 공동 개발 중인 차량용 반도체를 이르면 2029년 양산형 차량에 탑재한다. 단기 매출 확대보다 반도체 수급난 재발에 대비한 국내 공급망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긴 개발 기간과 품질 검증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설계부터 양산까지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한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은 21일 경기 성남시 더블트리 바이 힐튼에서 열린 차량용 반도체 포럼 ‘오토 세미콘 코리아(ASK)’를 앞두고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양산차 기준으로 제일 빠른 시점이 2029년 정도”라며 “내년부터 반도체가 탑재된 제어기들이 차량 시험 아주 초기 단계부터 투입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ASK 출범 이후 국내 기업들과 시스템 반도체 협업 과제 19건을 발굴해 13종 개발에 착수했다. 이 가운데 9종은 현대차·기아와 협의해 적용 목표 차종까지 선정했다.
“매출 기여 적어도 양산차 적용 목표 변함 없어”
차량용 반도체는 자체 성능과 신뢰성 검증을 마친 뒤에도 차량 개발 초기부터 탑재해 시험을 거쳐야 한다. 이 사장은 “개발부터 차량 양산까지 총 4~5년 정도가 걸린다”며 “개발 기간이 긴 만큼 적용해서 사업화할 수 있는 기간도 상당히 길다는 것이 일반 모바일용 반도체와 차량용 반도체의 차이”라고 말했다.
첫 차종에 적용한 뒤 후속 차종으로 공급을 늘리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이 사장은 “당분간 매출에서 유의미한 기여도는 적을 것”이라면서도 “지금 이런 노력이나 투자를 하지 않으면 향후 부품 사업을 하는 모비스나 그룹에서도 사업에 굉장히 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멀리 보고 하는 투자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판단에는 과거 반도체 수급난을 겪은 경험이 깔려 있다. 이 사장은 “2021~2023년에 걸쳐 반도체 때문에 굉장히 어려움을 겪었다”며 “언젠가는 그런 문제가 다시 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국내 생산 여건이 갖춰지면 국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우선 활용할 방침이다. 해외 파운드리는 국내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영역을 보완하는 용도로 활용한다.
차량용 반도체의 수익성이 높지 않아 생산 업체의 참여를 끌어내기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는 장기간 이어지는 수요를 강조했다. 이 사장은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한번 개발해 놓으면 상당히 오랜 기간 쓸 수 있다”며 “경기 순환에 덜 민감한 안정적인 수요라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협력사 “혼자 넘기 힘든 벽”…가전 기술을 차량용으로
21일 경기 성남시 더블트리 바이 힐튼에서 열린 오토 세미콘 코리아에서 패널 토의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이어진 포럼에서는 협력사들이 차량용 반도체를 개발하며 겪은 어려움과 현대모비스와의 협업 사례를 소개했다.
삼성전자 TV용 LED 구동 반도체를 공급해 온 글로벌테크놀로지는 차량용 시장에 진입하면서 신뢰성 인증과 기능 안전, 품질·개발 체계, 사업성 등 네 가지 장벽을 마주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테크놀로지 관계자는 “개발에서 양산까지 2~3년이 걸리고 초기 물량은 적어 인력과 투자를 먼저 투입해야 했다”며 “이러한 것들은 저희 혼자서 넘기 힘든 벽이었다”고 말했다. 회사는 현대모비스로부터 차량 수준의 요구사항과 목표 일정, 품질 검증 기준 등을 제공 받고 차량용 설계·품질 인력을 채용하며 개발 체계를 갖췄다.
LX세미콘은 차량 내 통신망과 센서·모터·조명 등을 연결하는 반도체를 현대모비스와 공동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 컴퓨터와 구역별 제어기가 주요 제어 기능을 맡도록 해 개별 장치에 들어가는 MCU와 소프트웨어를 줄이는 방식이다.
LX세미콘 관계자는 “모비스는 차량 시스템 관점에서 필요한 사양을 정리하고 프로토콜 개발과 시스템 검증을 담당했고, LX세미콘은 이를 실제 반도체로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이번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고속 이더넷 등 후속 제품으로 협력을 넓히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반도체를 직접 사용하는 부품사이자 설계 기업으로서 협업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자체 설계한 시스템 반도체 16종을 외부 파운드리를 통해 연간 2000만개 규모로 생산하고 있다.
이 사장은 “개별 기업의 힘으로는 쉽게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산업계가 필요한 수요와 실행 과제를 더욱 명확하게 제시하고 산업화에 함께 노력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나온 제안은 후속 협의체 과제로 더 구체화하겠다”며 “차세대 반도체의 사양과 개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분과별 회의를 분기별로 정례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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