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깎는다는데…산업도시들 '할인 형평성' 촉각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10.21 14:41  수정 2026.10.2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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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도입 목표…남부권 ㎾h당 13~18원 인하 설계

울산·여수 등 산업 거점 간 지역 분류 따른 할인 격차 우려

발전 기여도 반영 요구도…인천은 수도권 북부 할인 확대 건의

정부, 산업위기지역 등 추가 고려…최종 권역·적용 요금 미확정

울산석유화학단지. ⓒ울산광역시

정부가 산업용 지역별 전기요금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할인 기준의 형평성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 여건이 비슷한 생산 거점이라도 지역 분류에 따라 혜택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산업계는 전력 공급 기여도와 제조업 기반, 산업 전환 부담을 요금 산정에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21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의 공청회 자료를 분석하면 비수도권 광역시 등과 기타 비수도권은 서로 다른 균형발전 권역으로 분류된다. 우대지역 등 예외를 제외하면 같은 광역권 안에서 비수도권 광역시의 할인 폭이 기타 비수도권 지역보다 작을 수 있는 구조다.


정부는 지난 8월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을 공개했다. 전력계통 구조에 따라 전국을 수도권 남부·수도권 북부·중부권·남부권 등 4개 광역권으로 나누고 균형성장을 고려한 4개 권역을 조합해 총 11개 지역으로 세분화하는 방식이다. 연내 도입을 목표로 후속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설계안상 ㎾h당 인하 폭은 수도권 북부 6~10원, 중부권 10~15원, 남부권 13~18원이다. 수도권 남부는 현행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송전비용과 전력자급률은 광역권별로 반영하고 지방우대지수 등 균형성장 요소에 따라 세부 권역의 요금을 달리 적용한다.


산업계가 주목하는 비교 사례는 울산과 여수다. 두 지역은 정유·석유화학 생산시설과 협력업체가 밀집한 산업 거점이다. 설비 고도화와 탄소배출 저감, 사업구조 재편 등 공통 과제를 안고 있지만 울산은 광역시이고 여수는 전남 소속 기초자치단체다. 두 지역의 실제 적용 요금과 할인 폭 차이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산업도시에서는 작은 할인 폭 차이도 상당한 비용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울산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답변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의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약 2만5341GWh다. 이 판매량 전체에 적용되는 인하 폭이 ㎾h당 1원 달라진다고 가정하면 연간 절감액 차이는 약 253억원이다. 실제 절감액은 최종 적용 요금과 전력 사용량에 따라 달라진다.


이 때문에 업계는 지역 분류와 함께 산업단지의 업종 구성과 전력 사용 특성, 제조업 의존도, 산업 위기와 전환 부담을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단지에는 대기업 생산시설뿐 아니라 원료·부품 공급과 설비 정비, 물류 등을 담당하는 중견·중소기업도 자리하고 있다. 전기료 변화가 개별 기업의 원가 부담을 넘어 협력업체와 지역 산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석순 울산플랜트산업협의회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울산이 광역시라는 이유만으로 전기요금 인하폭에서 불리하게 평가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전력 공급 기여도와 산업구조, 산업 위기 및 전환 부담을 요금 산정에 함께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울산시는 지난 6월 석유화학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된 산업 여건도 최종 요금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에 지속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8월 공개한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 최종 권역과 적용 요금은 미확정. ⓒ기후에너지환경부


전력 공급 기여도도 쟁점…광역권 구분 개선 요구


산업 여건을 반영하는 세부 권역뿐 아니라 전력 수급에 따른 광역권 구분에도 개선 요구가 나온다. 전력자급률을 개별 시·도가 아닌 광역권 단위로 반영하면서 지역별 발전·소비 특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울산시 답변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의 전력자립률은 114%로 지역 내 소비량보다 많은 전력을 생산했다. 시는 전력 공급 기여와 발전시설 수용에 따른 지역 부담을 요금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23년부터 영남과 호남을 분리한 5개 권역 요금체계도 정부와 국회 등에 건의해 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한전 국정감사에서 경상권과 전라권을 하나의 남부권으로 묶은 설계안의 개선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발전량과 송전비용 등 전력 통계를 세밀하게 반영하고 세분화된 권역에 따라 차등 요금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북부권으로 분류된 인천에서도 할인 확대 요구가 나왔다. 인천시는 지역의 발전시설에서 생산한 전력을 서울·경기 등에 공급하는 역할을 요금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기후부와 한전에 수도권 북부권의 전기료 인하 폭을 확대해 달라고 건의했다.


기후부와 한전은 지방우대지수와 함께 산업위기지역 등 산업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권역을 구분할 계획이다. 공청회 의견을 반영해 설계안을 확정하고 근거 고시와 전기요금약관 개정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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