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아니면 입찰 불가”…송파 정비사업 고급화 경쟁

이수현 기자 (jwdo95@dailian.co.kr)

입력 2026.10.21 07:13  수정 2026.10.21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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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우성1차 현설 대우건설 단독 참여…최상위 브랜드 조건

마천1·5구역도 최상위 브랜드 적용 내세워

조합은 고급화 선호…건설사는 브랜드 희소성·수익성 고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서울 송파구 도시정비사업장에서 하이엔드 브랜드를 시공사 선정 조건으로 내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단지 고급화로 가치를 높이려는 조합의 의지가 입찰 공고부터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브랜드 적용에 따른 공사비와 사업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향후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가락동 가락우성1차 재건축 조합이 전날 개최한 시공사 선정 현장설명회에는 대우건설만 참석했다.


가락우성1차는 송파구 가락동 96-1번지 일대에 967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예정 공사비는 5019억9500만원으로 평(3.3㎡)당 985만원이다.


지난 12일 공고에서 조합은 '시공자의 하이엔드 브랜드 참여'를 입찰 자격으로 명시했다. 또 컨소시엄을 금지하고 입찰보증금 200억원도 요구했다. 최초 공고상 입찰 마감은 12월7일이지만 대우건설이 현장설명회에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재입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단지가 있는 가락동 인근에는 이미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건 단지가 다수다. 롯데건설은 올해 1월 가락극동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돼 999가구 규모 단지에 '르엘'을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 수주한 문정동 가락1차현대 재건축에도 같은 브랜드를 적용한 '문정 르엘'을 제안했다.


이처럼 송파구 일대에 하이엔드 단지가 늘어나면서 가락우성1차와 같이 시공사 입찰 단계에서부터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조건을 명시하는 조합이 속출하고 있다.


마천동에서도 하이엔드가 입찰의 전제 조건으로 등장했다. 마천1구역은 지난달 22일 시공사 선정 재입찰공고에서 '시공자의 하이엔드 브랜드 참여'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단지는 지상 최고 49층, 3080가구로 재개발 추진 중이다. 첫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만 참석했지만 지난 2일 두 번째 설명회에는 현대건설·두산건설·쌍용건설 등 3개사가 참여했다. 입찰 마감은 다음 달 19일이다.


마천5구역도 건설사 최상위 브랜드 적용을 요구했다. 지난 4월 현장설명회에 6개 건설사가 참석했으나 6월 본입찰에는 한 곳도 응찰하지 않아 유찰됐다. 이후 조합은 3.3㎡당 공사비를 902만원에서 940만원으로 높이고 입찰보증금은 500억원에서 400억원으로 낮춘 끝에 '디에이치'를 내세운 현대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건설업계에서는 송파구의 입지적 특성을 고려하면 조합의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요구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송파구는 강남 3구인 만큼 입지와 상징성을 고려하면 조합이 하이엔드를 요구할 만하다”고 진단했다.


마천1구역 조감도.ⓒ서울시

반면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의무화하는 것이 사업 추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급 마감재와 특화설계 등에 따른 공사비 상승이 향후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한 사례도 있다. 경기 성남 상대원2구역에서는 조합이 DL이앤씨에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 적용을 요구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공사비 문제까지 겹치며 시공사 교체 논란으로 번졌다. 조합이 GS건설을 새 시공사로 선정하는 안건을 의결했으나 법원은 지난 7월 해당 결의의 효력을 정지했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하이엔드 브랜드가 적용되면 마감재 등 많은 부분이 일반 브랜드와 달라 공사비 갈등이 생길 수 있고 정비사업에서 중요한 사업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이 요구한다고 무조건 브랜드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며 “건설사는 사업성과 입지를 고려해 내부 심의를 거쳐 브랜드 적용을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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