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 44% 급증에 수용률은 하락
내부 신용등급·최저금리 한계라지만
"실질 혜택 선별 대안 마련해야"
올해 상반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건수는 총 22만9399건으로 집계됐다.ⓒ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주요 시중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며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절박한 차주들이 대거 몰려들며 체감 문턱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21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건수는 총 22만939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18만2204건)와 비교해 26.0% 증가한 수치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취업이나 승진, 소득 증가, 신용평점 상승 등으로 신용 상태가 개선된 대출자가 금융사에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다.
신용 상태가 금리 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대다수 가계 신용대출과 담보대출에 적용된다.
다만 디딤돌대출이나 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 상품이나 고시금리 적용 대출, 보증서 전액 담보 대출 등은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이자 감면액 역시 259억8600만원에서 282억4300만원으로 8.7% 늘었다.
하지만 정작 차주들이 느끼는 장벽은 한층 높아졌다.
이 기간 5대 은행의 평균 수용률은 33.1%에서 29.8%로 3.3%포인트(p) 하락했다.
감면 총액과 수용 건수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신청 건수가 훨씬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올해 상반기 이들 은행에 접수된 금리인하요구 신청 건수는 78만2276건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44.4% 급증했다.
수용률이 떨어진 주된 배경으로는 모바일 금융 환경 변화가 꼽힌다.
올해 2월부터 마이데이터 가입자가 한 번만 동의하면 신용 변동 시 금융사를 대신해 자동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해 주는 서비스가 본격 도입됐다.
여러 금융사에 흩어진 자산·신용 정보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는 마이데이터를 통해 대행 신청이 손쉬워지자, 그동안 제도를 직접 활용하지 않던 차주들의 신청까지 대거 몰렸다는 분석이다.
은행별 격차도 뚜렷했다.
농협은행의 올 상반기 수용률은 18.0%에 그쳐 5대 은행 중 가장 낮았다. 지난해 하반기(28.2%)와 비교하면 10.2%p 급락한 수치다.
국민은행은 33.1%에서 25.3%로, 우리은행은 35.7%에서 29.0%로, 하나은행은 33.6%에서 28.7%로 일제히 하락했다.
반면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35.1%에서 47.8%로 12.7%p 상승해 유일하게 수용률이 개선됐다.
은행권은 자동 신청 시스템 확산에 따른 불가피한 수용률 하락이라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부 신용점수가 일부 올랐더라도 은행 내부의 정밀 신용평가모델 상 등급 변화가 없거나, 이미 해당 상품의 최저 우대금리를 적용받는 차주는 추가 인하가 불가능해 거절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취약 차주의 절박함을 감안할 때 은행이 제도 취지를 적극적으로 살려야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이 수용률 급감 문제를 지적하자,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적극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고금리 장기화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동 신청으로 인한 허수 유입을 감안하더라도, 은행권이 단순 기계적 거절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인 신용 개선 차주를 정교하게 가려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모수 자체가 급증한 것은 사실이지만, 차주들이 체감하는 부담 역시 커졌다"며 "내부 신용평가 요건을 보다 세분화해 실질적으로 상환 여력이 나아진 고객에게는 감면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심사 시스템과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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