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K뷰티' 꿈꾸는 K향수…해외 향료 의존·조향 역량은 과제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입력 2026.10.21 07:22  수정 2026.10.21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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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향수 시장 1조원 시대…수출도 4년 새 5배 급증

글로벌 명품 향수 브랜드 강세…후발주자 진입장벽 높아

해외 향료 의존·전문 조향 인력 부족…R&D·인재 양성 절실

달바글로벌이 최근 지분 인수를 단행한 향수 브랜드 '쿠오카' 브랜드 사진. ⓒ달바글로벌

K뷰티의 글로벌 흥행을 이을 차세대 주자로 'K향수'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 향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뷰티 기업들도 향수 브랜드 인수와 사업 확장에 나서며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다만 K향수가 K뷰티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고속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향료 개발 기반과 전문 조향 인력도 상대적으로 부족해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K향수에 대한 국내외 수요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향수 시장 규모가 2022년 약 7500억원에서 2025년 1조원 수준으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했다.


수출 증가세도 가파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향수 수출액은 2021년 1109만6000달러(약 160억원)에서 지난해 5682만5000달러(약 820억원)로 4년 만에 약 5배로 늘었다.


스킨케어와 색조 화장품으로 형성된 K뷰티에 대한 관심이 향수와 헤어·바디 제품 등 인접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뷰티 기업들도 향수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달바글로벌은 올해 프리미엄 프래그런스 브랜드 '쿠오카'의 지분을 인수하며 향수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국내 향수 브랜드들도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탬버린즈와 논픽션, 본투스탠드아웃 등은 차별화된 향과 브랜드 정체성을 앞세워 해외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K향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K향수의 성장 가능성을 마냥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K뷰티와 같은 성장세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할 구조적 문제가 산적해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향수는 개인의 취향과 감성적 만족을 중시하는 사치재 성격이 강해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과 가치가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특히 딥티크, 바이레도, 조말론 등 글로벌 니치 향수 브랜드들이 오랜 기간 축적한 브랜드 자산을 바탕으로 견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어 후발주자인 K향수가 단기간에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최대 향수 소비시장인 미국 향수 시장에서 지난해 LVMH와 로레알, 코티, 푸이그, 에스티로더 등 상위 5개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약 45%에 달했다. 프랑스에서도 디올(12%), 샤넬(9%), 겔랑(8%) 등 전통적인 럭셔리 향수 기업들이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기존 K뷰티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장벽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그동안 K뷰티는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등 국내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해 왔다.


브랜드가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더라도 ODM 업체를 통해 신제품을 신속하게 개발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이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반면 향수 산업은 제조 역량뿐 아니라 향료 개발과 조향 기술,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단순히 제품을 빠르게 생산하는 것보다 소비자들의 취향을 사로잡을 수 있는 독창적인 향을 개발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매장에 향수가 진열되어있는 모습. ⓒ뉴시스

문제는 국내 향수 산업의 향료 개발 기반과 전문 조향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글로벌 향료 시장은 스위스 지보단과 dsm-피르메니히, 미국 IFF, 독일 심라이즈 등 소수의 해외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오랜 기간 축적한 향료 개발 기술과 조향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향료 공급망에서 높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향수 완제품 생산과 자체적인 향 개발이 가능하지만, 향을 구성하는 핵심 원료는 해외에서 들여오는 경우가 많아 해외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환율과 국제 원료 가격 변동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고, 해외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하면 안정적인 제품 생산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전문 조향 인력의 저변이 넓지 않다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향수는 다양한 향료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조합해 고유의 향을 구현해야 하는 만큼 오랜 경험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특히 조향 기술은 단기간에 축적하기 어려워 전문인력이 필수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조향 인력 현황과 관련해 "해외에서 조향을 배워온 사람들도 있지만 국내 전문 조향사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K향수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 향수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과 개별 브랜드의 경쟁력 강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해외 의존도가 높은 향료의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전문 조향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교육·연구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K향수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개별 브랜드의 제품 개발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향료 연구개발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와 전문 조향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연구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국내 향수 산업의 경쟁력도 한 단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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