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비자금 수사 속…'550평 호화 묘역' 유지비 출처도 사정권?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입력 2026.10.20 09:54  수정 2026.10.2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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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몰수제 내년 9월 시행…152억 재단 출연금 이어 묘역 비용도 주목

봉분 2.5평에 묘역 550평…공원 측 사용료·관리비 "확인 불가"

경기 파주시 동화경모공원에 조성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묘역ⓒ뉴시스

수사기관이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 비자금에 대한 강제 수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유족 측이 전액 부담해 온 경기도 파주의 '550평 호화 묘역' 유지 비용의 출처로도 사정(司正)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공소청장이 국회에서 피고인 사망과 관계없이 새로운 범죄사실을 입증해 범죄수익을 몰수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재단 출연금 152억원에 이어 묘역 관리비도 자금 출처 규명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철우 서울중앙지방공소청장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의혹을 묻는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새로운 추징 권원을 찾아야 한다"며 "피고인이 사망해서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없지만 그것을 저희가 입증해서 몰수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새롭게 확인되는 금품 수수나 범죄수익 은닉 사실을 입증해 별도의 몰수·추징 근거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해 내년 9월 시행되는 '독립몰수제'(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안)는 피의자 사망 등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어도 검사가 법원에 몰수·추징을 따로 청구할 수 있게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현 서울중앙지방공소청)은 지난 8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91) 여사가 머무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은닉 자금 추적에 나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불거진 '김옥숙 904억 메모'를 단서로, 김 여사가 노 대사가 이사장을 지낸 동아시아문화센터(147억원)와 상임이사로 있는 노태우센터(5억원)에 출연한 152억원의 원천을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박 청장은 김 의원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노재헌 주중대사 등 관련자의 소환 조사와 압수수색 여부를 묻자 "필요한 범위에서의 압수수색은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확인해 드리기가 곤란하다"며 구체적인 수사 상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박철우 서울중앙지방공소청장(왼쪽)이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광역공소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처럼 수사당국의 칼끝이 일가의 은닉 의혹 자금을 정조준하면서, 경기도 파주 동화경모공원 최상단에 자리 잡은 노 전 대통령의 묘역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봉분 자체는 8.4㎡(약 2.5평) 남짓이지만, 피라미드형 석축 계단과 단독 잔디광장을 두른 묘역 부지 전체는 무려 1810㎡(약 550평)에 달한다. 서울 국립현충원에 잠든 이승만·박정희·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과 대전현충원의 최규하 전 대통령 묘역 등 5개 전직 대통령 묘역을 모두 합친 면적(약 1730㎡)을 훌쩍 뛰어넘는 크기다.


당초 유족들의 약속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2021년 장지를 결정할 당시 유족 측은 "국가와 사회에 부담을 주지 않고 순리에 따르겠다"며 평범한 묘역 조성을 공언한 바 있다.


이 약속을 깨고 '550평 초대형 묘역'이 들어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법망을 피해 간 '규제 우회'가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12·12 군사반란과 5·18 내란 혐의로 징역 17년형이 확정돼 국립묘지 안장 자격을 잃은 데다, 현행 장사법상 법인묘지의 1기당 시설물 설치 면적도 10㎡(약 3평) 이내로 철저히 제한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2022년 5월 이 묘역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국가보존묘지로 지정하면서 면적 상한 적용에서 제외됐다. 유족들이 보존묘지 지정을 지렛대 삼아 장사법 규제를 피해 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논란의 핵심은 별다른 소득 활동이 없었던 부인 김옥숙(91) 여사 측이 이 대형 묘역을 5년째 유지·관리해 온 자금의 실체다. 보건복지부는 "국비 지원 내역은 전혀 없으며 전액 유족이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현충원 자료상 전직 대통령 5인의 연간 묘역 관리비가 약 4억9000만원(2018년 기준 서울 4.5억원, 대전 3700만원)에 달하고, 동화경모공원의 일반 분묘 요율을 550평에 단순 대입해도 15년치 사용료만 7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더팩트 보도에 따르면 위탁 관리를 맡은 공원 측은 실제 납부액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함구하고 있어, 유족이 감당해 온 자금의 출처를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152억원의 출처 수사가 묘역 관리비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독립몰수제의 핵심은 불법 수익이 흘러 들어간 종착지를 찾아내는 것"이라며 "은닉 비자금에서 파생된 종잣돈이 재단 출연뿐 아니라 수억원대 묘역 유지비로 흘러 들어갔다면 이 역시 몰수 대상 범죄수익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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