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지수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 이제 5000선이 노멀?
한때 1만을 넘보던 코스피지수가 최근 5000선으로 밀렸다. 이달 초 만해도 7000선 전후 였는데 3주 만에 5000선 방어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주가가 100만 원 이상을 넘는 '황제주'도 11개에서 8개로 줄었다. 황제주 11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100일만에 1000조 원 넘게 감소했다. 황제주 11종목에서 7조 달러 넘는 돈이 증발한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국내 반도체 ‘투톱’에서 빠르게 발을 빼고 있다. 일본, 대만, 미국, 유럽, 세계 증시가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는데 코스피만 떨어지고 있다. 한국 증시가 대체 불가 꼴지로 전락한 것이다.
한국 증시 홀대의 원인은?
언론과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도공세가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현상’은 눈에 보이니 누구나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왜’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팔아 치우고 있느냐다. 언론과 증시 전문가들은 ‘AI 투자 수익성 불안과 중국 CXMT의 기술 추격 우려’ 때문에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팔아치운다고 진단한다. 그들의 진단은 틀리지는 않지만, 큰 줄기, 본질을 놓치고 있다. 왜 한국 주식‘만’ 매도하는가, ‘진짜 왜’를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 한국 증시만 대체 불가 꼴지인가?
주식도 부동산과 본질은 같다. 신축 아파트가 편리하고 좋다는 이유 만으로 값이 뛰지는 않는다. 전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는데 특정 아파트만 오르는 일이 흔치는 않다. 자금과 물량,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학의 일반 원칙이 주식 시장에도 적용된다. 전체 주식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이 공급 물량보다 많으면 값이 오르고, 유입되는 자금이 물량보다 적으면 값이 떨어진다.
전체 주식 시장이 얼어붙는데 반도체 전망이 밝다고 반도체 주가만 무조건 오르지는 않는다. 오히려 다른 주식은 거의 제자리걸음인데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만 폭등했던 지난 상반기 우리 주식 시장이 예외적 상황이었다. 필자가 보기에는 우리 증시가 이제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단 비상한 하락에는 이유가 있다.
줄기차게 매도하는 외인들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팔아 투자 수익을 ‘실현’하는 이유는 3가지다. 우선 한국 주식이 너무 올랐다. 지난해 2000도 안 되던 지수가 올 들어 9000선을 넘기기도 했다. 지금 많이 떨어졌다 해도 지난해 지수의 3배 수준이다. 둘째,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끝났다.
환율도 있다. 한미 투자 협정이 본격 진행되면 반도체 등으로 한국은 미국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미국에 재투자해야 한다. 한국이 한 해 동원할 수 있는 현금성 외화는 200억~250억 달러인데 그 이상을 미국에 투자해야 한다.
즉 한국에서는 달러 가뭄이 심각할 것이고 환율이 폭등할 위험성이 크다.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은 환차손 때문에 한국 증시에 투자할 매력을 잃는다. 외국인 입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좋은 지금 주식을 팔아 달러로 환전하면 그 자체로 15% 가량 수익을 볼 수 있다. 외국인들로서는 매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미국 달러화 지폐들이 쌓여 있다.ⓒ연합뉴스
외국인들은 국내 투자자(기관·개인)의 돈을 빼내갈 생각을 하지, 한국에 돈을 던져줄 생각은 1도 없다. 기관과 개인이 주식에 돈을 ‘넣으면’ 외국인은 들어왔다가 빠지는 전략을 반복한다. 기관과 개인이 돈을 더 넣을 여력이 없으면 지수가 더 올라갈 일 없으니 외국인이 들어올 이유가 없다. 어지간히 지수가 떨어져 바닥에 가까우면 외국인들이 들어와 기관과 개인이 들어오도록 ‘유인’한다. 그러면 기관과 개인이 따라들어갔다가 또 손실을 본다.
꼼짝 못하는 기관, 탈출 도미노 개미
증권사들은 계열사 주가 유지하느라 자금을 뺄 수 없다. 서로 품앗이격으로 주가를 관리하니 다른 대기업 주식도 빼지 못한다. 돈이 묶여 꺼낼 수도 없고, 더 투자할 수도 없다. 개인 자금이 관건인데, 개인은 당분간 국내 증시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개미들은 상장지수펀드(EFT)로 어마어마한 손실을 봤고 개미 상당수는 국장을 떠나 해외 주식으로 옮겼다. 개미들은 미국 증시에서 7월 46억 4000만 달러, 8월 24억 달러를 순매수했다. 발 빠른 개미들은 일찍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고 부동산으로 옮겨 탄지 오래다. 짧은 기간 한몫 잡은 개미들로서는 불안한 증시에서 돈을 빼서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부동산이 훨씬 유리하지 않겠나. 기관과 개인이 추가로 자금을 더 투입할 가능성이 없으니 외국인은 당분간 한국 증시에 투자할 메리트가 없다.
검은 10월의 그림자
당분간 국내 주식의 회복은 불가능하다. 아니 더 떨어질 것이다. 투자를 부추길 줄만 알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조차 신중 모드를 요구할 정도니 계속 떨어질 것이다. 2026년 10월은 ‘검은 10월(Black October)’로 기억될 것이다. 올해 말 코스피지수의 종착점은 과연 어디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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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구철 금강대 연구교수·전 TV조선 선거방송기획단 단장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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